입실렌티 이후 본교 응원단과 해비치씨앤씨가 예산을 부적절하게 집행했다는 의혹이 꾸준히 제기됐다. 5월29일 응원단은 2019학년도 입실렌티 결산안, 행사 견적서와 세부내용 별첨 자료 등을 공개했지만, 학내 여론은 ‘지출 증빙이 미흡하다’며 추가 소명을 요구했다. 이에 본지는 해비치씨앤씨 사무실과 응원단실을 방문해 지출 증빙자료를 확인했고, 당사자들의 입장을 들어봤다.

 

  ‘연예인 섭외에 3억’은 사실과 달라

  먼저 입실렌티 무대에 선 연예인섭외에 3억이 지급됐다는 소문은 사실이 아니다. 해비치씨앤씨 행사견적서를 확인한 바에 따르면, 연예인 섭외에 들어간 비용은 1억 1000만 원(부가세 포함) 선이다. 해비치씨앤씨 측은 “입실렌티의 경우 아카라카(연세대 축제)보다 규모가 훨씬 크다”며 “시스템비용(무대 설치 및 조명, 음향 등)에서 들어가는 비용이 상당하다”고 말했다. 해비치씨앤씨 견적서와 응원단이 공개한 2019년 입실렌티 결산안에 따르면 입실렌티에 지출된 시스템비용은 9500만 원가량이다. 해비치씨앤씨 측은 본지에 지출결의서와 전자세금계산서를 공개했다. 31일 응원단은 응원단실에서 렌탈비(약3000만 원), 바닥재 시공비용(약900만 원)을 포함한 모든 지출 내역을 본지에 제시했다.

 

  발전차는 세팅 때부터 사용해

  다른 행사대행업체는 해비치씨앤씨의 발전차 비용 책정에 대해 의문을 제기했다. 행사대행업체 E사는 “결산안 항목의 시스템 비용 중 발전차 비용이 과도하다”며 “절반 정도는 낮춰서 책정하는 것이 적절해 보인다”고 평가했다. 입실렌티 기간 동안 발전차 임대에 총 770만 원(부가세 포함)이 지출됐다. 이에 해비치씨앤씨 측은 “세팅 때부터 발전차를 이용해 비용이 많이 든다”며 “입실렌티 규모는 웬만한 행사 규모를 초월하기에 일반 행사 비용으로 견적을 추정해선 안 된다”고 말했다. 실제로 해비치씨앤씨 측에 따르면 리허설 당일은 12시간, 행사 당일은 15시간 발전차를 가동한 것으로 알려졌다.

 

  인건비로만 경호비 계산해선 안 돼

  일각에선 아르바이트 중개 업체에 게시된 경호 인력 일당에 비춰봤을 때, 지출된 경호 인력 비용이 과도하다고 지적했다. 경호업체(2일간50명)에 지급된 비용은 약 860만 원이다. 이에 행사대행업체 D사 관계자는 “아르바이트 중개 업체에 나온 경호인력 일당으로만 계산하면 안된다”며 “대행사 측이 경호업체에 지급하는 비용까지 고려해야 한다”고 반론했다. 해비치씨앤씨는 “경호 인력이 행사 전날부터 배치돼 비용이 많이 지출된 측면이 있다”고 부연 설명했다.

 

  ‘빽 마진’은 “전혀 아냐“

  응원단과 해비치씨앤씨는 모두 ‘빽 마진’ 의혹에 대해 선을 그었다. 행사대행업체 E사는 “대학 행사를 진행하다 보면 ‘빽 마진’을 요구하는 곳도 많다”고 했다. 이에 해비치씨앤씨 측은 “‘빽 마진’을 요구하는 대학의 경우 행사를 맡지 않는다”며 “고려대 응원단에서 ‘빽 마진’을 요구한 적은 없다”고 말했다. 응원단 역시 ‘빽 마진’은 전혀 없었다는 입장이다.

 

  공개 입찰 여부를 둘러싼 해프닝

  5월 29일 응원단은 기획사 선정과정에서 ‘공개 입찰이 있었다’고 입장을 밝혔으나, 현재까지 공개된 자료로 공개 입찰 과정을 증명하기에는 부족하다. 공개 입찰 과정을 증명할 수 있는 ‘공개 입찰 공고문’이나 입찰에 참여한 업체들의 입찰제안서가 별도로 공개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해비치씨앤씨 측은 “공개입찰을 한다면 입실렌티 행사 진행을 아예 하지 않겠다고 이야기한 바 있다”며 “입찰 경쟁을 했던 다른 업체들이 포기하는 등, 결국 응원단과 행사를 진행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후 이형석 응원단장은 “공개 입찰이 무엇인지 잘 알지 못해 공지를 하는 과정에서 빚어진 실수였다”고 해명했다. 행사대행업체 D사 관계자는 “입실렌티의 경우 행사 규모가 상당히 크다”며 “그만큼 실수가 생기면 피해가 커 한 업체와 지속적 관계를 맺는 것이 유리할 것”이라 말했다. 해비치씨앤씨는 2013년부터 응원단과 관계를 맺어왔다.

 

  현금으로 지급된 행사대금

  5월 25일 ‘입실렌티 지.야의 함성’ 행사가 끝난 후 기대에 미치지 못한 행사 운영부터 시작해 고려대학교 응원단(단장=이형석)의 자금운용과 관련한 사안까지 논란이 불붙었다. 본지는 이 사안과 관련해, 탈세 의혹이 불거진 전년도 ‘2, 3분기 고려대학교 응원단 취합통장 결산 세부내역’ 자료의 내용을 짚어봤다. 지출 증빙자료까지 확인한 바, 현금수수에 대한 세금계산서가 없어 탈세 정황에 대한 지적이 나오고 있다.

  2018년도 하반기 전학대회에서 발표된 ‘2, 3분기 고려대학교 응원단취합통장 결산 세부내역’ 172페이지에는 2018년 5월 21일 거래일자로, ‘행사 업체(해비치) 현금인출 600만원’ 항목이 기재돼있다. 이 항목의비고란에는 ‘업체가 현금으로 달라 해서 현금을 뽑아서 직접 전달함’이라는 설명이 적혀있다. 이 자료에 따르면, 현금인출은 열흘에 걸쳐 39회 반복돼 이어졌고 총 액수는 8900만 3000원에 달한다.

  당시 해비치씨앤씨 측이 현금으로 거래액을 전달해달라고 요청했고, 이에 응원단이 직접 현금으로 인출해 대금을 지급한 것이다. 인출한 금액 중 해비치씨앤씨로 넘어간 현금은 총 6900만 원이다.

  일반적으로, 거래 당사자 간 현금 거래의 이점은 판매자의 탈세를 통한 비용절감이다. 별도의 증빙이 남는 경우 과세 대상이 돼 부가세, 소득세 등이 붙을 수 있다. 하지만 명확한 증빙 없이 대금이 수수되는 과정에선 누락이나 비리가 발생할 여지가 높다. 실제 몇몇 행사대행업체의 경우 ‘지출에 대한 증빙을 따로 하지 않으면 전체 비용을 깎아줄 수 있다’고 제안하기도 한다. 한편, 구매자는 현금 거래를 조건으로 대금을 할인받거나, 협상력을 높이기도 한다.

  응원단의 결산내역을 확인한 관련 업계 종사자, 회계사, 전문가들은 업체와의 거래 과정에서 이 정도의 현금이 오가는 경우는 이례적이라고 입을 모은다. 우선, 현금으로 지급할 시 그 금액의 안전 문제(분실, 도난)가 발생할 수 있고, 전달 과정에서 온전히 이동했는지 장담할 수 없어 거래 신뢰성의 문제도 발생하기 때문이다. 전직 행사업계관계자인 장세완 씨는 “이 정도 규모의 금액을 현금으로 지급하라고 요청하는 건 시도할 생각조차 못했다”며 “위험부담을 감수하고 굳이 현금으로 거래할 이유가 무엇인지 의문”이라고 밝혔다. 행사대행업체 C사 관계자는 “수십 년 동안 일하면서 현금을 인출해서 지급 받아본 적은 없다”고 말했다.

  서울 시내 소재 대학 회계학과 B교수는 “거래 과정에서 직접 현금이 지급되는 경우는 흔치 않고, 증빙이 없는 경우 탈세의 위험도 있다”며 “현금지급과 관련된 문제뿐만 아니라, 계약서에 명시된 금액과 일치하는지 그리고 적정한 액수였는지 따져보는 것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회계사 A 씨는 “거래 일방이 학생들이라는 점도 참작해야 한다”면서도 “지출의 투명성 제고를 위해 현금 지급은 지양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해비치씨앤씨 측은 “응원단이 요구한 무대 시설을 연출하기엔 응원단이 책정한 예산이 과도하게 낮았다”며 “부담이 커 현금지급을 요구했다”고 말했다. “지급된 현금은 별도로 세금계산서로 처리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응원단 측은 5월 31일 본지에 현금 수령 확인증을 공개해 현금 거래 사실을 증명했다.

 

  꾸준히 지적받는 안전관리 문제

  입실렌티의 미숙한 안전관리는 매년 지적되는 문제다. 2만 명 넘게 참여하는 대규모 행사인데도 불구하고 작년까지 기본적인 행사 매뉴얼조차 갖춰지지 않은 채 진행됐다.

  작년 입실렌티 도중에는 관객들이 무대 앞으로 심하게 쏠리는 일이 발생하기도 했다. 하지만 별다른 대처방안이 없어 단과대 대표자들이 ‘인간 바리케이드’를 치며 무대 앞을 지켰다. 김태구 전 서울총학생회장은 “행사 진행 중 안전 문제가 심각하다고 판단해 응원단 측에 입실렌티 안전 매뉴얼 작성을 요구했었다”며 “작년 10월쯤에 미완성된 매뉴얼을 전달받긴 했다”고 말했다. 이진우 부총학생회장은 “새로 보완된 매뉴얼을 전달 받은 적은 없다”고 밝혔다. 이에 이형석 응원단장은 “매뉴얼을 올해 완성했는데 중운위에 전달하지 못했다”며 “이번 행사 진행에 완성한 매뉴얼을 참고했으며, 매뉴얼 작성은 처음이라 아직 미흡한 점이 많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올해 응원단은 입실렌티 안전관리를 강화하기 위해 전년보다 경호요원을 10여 명 추가 배치했다. 약 50명의 경호요원이 현장에 투입됐지만, 행사 당일 인력 배치가 효율적으로 이뤄지지 못해 학생들의 불편을 초래했다. 학생자치기구 대표자인 A 씨는 “입실렌티 때 학생들의 안전이 충분히 보장되지 못했다”며 “경호요원 분들이 다양한 업무를 소화하긴 했지만, 게이트 입장 관리와 같이 가장 필요한 업무를 제대로 해내지는 못한 것 같다”고 말했다. 안정훈(미디어15) 씨는 게이트 관리 인력 부족으로 퇴장 시 불편을 겪었다고 토로했다. 안 씨는 “10시 이후 사람들이 대규모로 퇴장하는데 출구가 하나뿐이고 너무 좁아서 매우 힘들었다”며 “협소한 입구로 몰려드는 사람들을 경호요원이 제대로 통제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형석 응원단장은 “전날 야간에 4명 주간에 46명의 경호요원을 배치했고, 행사 당일 무대 관리에 26명, 게이트입장 및 차량 관리에 4명 퇴장에 2명을 배치했다”며 “좁은 입구로 학생들이 지나가므로 게이트 관리에 많은 인원을 투입해도 상황이 나아질 것이라 생각하지 않아 다른 쪽에 인력을 더 투입했다”고 전했다. 이어 “이 부분은 응원단 내부적으로 좀 더 논의가 필요한 부분이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장애인들의 안전도 보장되지 못했다. 장애인권위원회(위원장=이선영, 장인위)는 SNS 게시글과 대자보를 통해 배리어프리 게이트 안전관리가 미흡했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장인위 측은 “응원단은 항상 인력 부족을 근거로 들며 배리어프리석 안전관리를 장인위와 총학 측에 넘겨왔다”며 “이번 장인위 안전관리 스태프 8명 중 5명은 장애인이 담당해 ‘장애인을 위한 배리어프리석 운영 및 안전관리 주체가 장애인’이라는 모순적인 상황이 발생했다”고 지적했다.

  배리어프리 게이트로 입장하려는 장애학생들이 경호요원에게 제지당하는 일이 발생하기도 했다. 이선영 위원장은 “재작년부터 응원단 측에 장애학생들이 원활히 배리어프리 게이트로 입장할 수 있도록 해달라는 의견을 전달해왔다”며 “이번 입실렌티에서도 배리어프리 게이트 입장을 제지당한 장애학생들이 발생했다는 것에 유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이형석 응원단장은 “배리어프리 게이트 관련해 담당 스태프에게 내용을 모두 전달했는데, 담당 스태프가 잠시 자리를 비운 사이에 이를 공지 받지 못한 스태프들이 실수를 했다”며 “이 부분은 저희가 부족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박형규·송채현·김태훈·박성수·이정환·이준성 기자 pre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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