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 27일 오전 9시 30분, ‘회계비리 척결을 위한 학교와 학생 대표자의 면담’이 본관 총장실에서 진행됐다. 이날 면담은 5월 20일에 진행된 제51대 서울총학생회(회장=김가영, 서울총학)의 제2차 월요집회 중 회계비리 척결을 위한 학생 측 요구안을 전달하던 과정에서 총학의 요구로 성사됐다. 하지만 당초에 합의된 단과대 대표자들의 참석은 이뤄지지 않았고, 총학이 제시한 의제를 두고 의견 차를 남긴 채 논의는 힘없이 마무리됐다.

 

  처장단의 반대로 입장 바꾼 학교

  본 면담이 서울총학과 본교 학생처 학생지원부 사이에서 처음 논의될 당시, 논의 석상에 서울총학, 일반대학원총학뿐만 아니라 단과대대표자들도 참여하는 것으로 합의됐다. 하지만 이후 학생지원부가 “단과대 대표자들은 총장실 안에 들어가지 않고 비서실에서 대기하는 것으로 하자”고 입장을 바꿨다.

  이러한 입장 변경에는 처장단의 반대가 있었다. 김가영 총학생회장은 “총학 업무 담당자에게서 처장단의 반대가 있어서 단과대 대표자들까지 논의 석상에 참여하는 것은 어려울 것 같다는 말을 들었다”고 밝혔다. 김 회장은 “단과대 대표의 논의 석상 참여가 면담에 대한 기존 약속이었기에, 논의가 축소됐음을 알았을 때 면담 자체에 대한 회의감이 들었다”고 전했다.

  결국 이날 면담이 있고, 단과대 대표자들이 비서실에서 대기할 수 있다는 사실은 전달되지 않았다. 김가영 총학생회장이 단과대 대표자들에게 이날 면담 일시를 사전에 공지하지 않아서다. 김 회장은 “처음 면담을 논의할 때 일시가 확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단과대 대표자들의 참석여부를 조사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이에 단과대 대표자들은 총학생회장의 고민은 이해하나 아예 전달자체를 하지 않은 것에 대해선 문제가 있다는 반응이다. 이진택 의과대 학생회장은 “분명 면담 전날 중앙운영위원회(중운위)가 개의됐고, 충분히 언급할 수 있었는데 소통이 없었다는 것이 안타깝다”고전했다. 또한 “총학생회장과 단과대 대표자 간 의견이 다를 수 있는데 정보 전달과 설명 없이 독단적으로 그런 결정을 내리는 것은 위험한 행위”라고 지적했다.

  이인성 국제학부 학생회장은 “실제로 면담 이후 총학생회장의 의도를 전달받지 못한 상황에서 다른 경로를 통해 면담 사실을 접했을 때 많은 중운위원들이 혼란을 겪었다”며 “어느 수준까지 관련 사항을 공유할지는 총학의 자유이지만, 그 전에 총학과 중운위 사이에 오해가 생길 수 있는 일은 사전에 해결해야 한다”고 입장을 밝혔다. 김가영 회장은 “그날 집회에 참석했던 중운위원과 페이스북 라이브를 통해서 봤던 많은 사람들이 이 사실을 이미 접했다”며 “아무리 생각해도 단과대 대표자들에게 전달되지 못했다는 점은 동의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날 서울총학이 촬영한 페이스북 라이브 영상에 따르면, 요구안 전달을 마친 김가영 총학생회장이 ‘학교 측에 10일 이내의 답변, 총장을 포함한 학교 측 관계자들의 배석과 함께 단과대 대표자들의 논의석상 동석을 요구했다‘는 내용으로 집회 참여자들에게 진행 상황을 공유한 바 있다.

 

  서울총학의 의제에 대한 우려 제기돼

  결과적으로 이날 면담은 단과대대표자 없이 정진택 총장과 김가영 서울총학생회장, 이정우 일반대학원 총학생회장과 교무처장, 기획예산처장, 학생처장이 자리한 상태에서 진행됐다. 면담에서는 2차 월요집회 당시 서울총학이 학교에 전달했던 요구안에 대한 총장 및 처장 3인의 답변을 중심으로 논의가 이뤄졌다. 결국 면담은 총학이 요구하는 일부 의제에 학교 측이 난색을 표하며 발전된 논의를 이어나가지 못하고 종결됐다.

  먼저, 총학은 요구안에서 회계투명성 강화를 위한 총장의 공개 사과 및 책임자 엄벌, 혁신위원회 추진 경과의 상시 공유 등을 주장했다. 학교 측은 현재 관련자 처벌과 부당 집행금액 환수 조치가 완료됐고, 혁신위원회 첫 회의가 3일에 열리며, 회의 결과를 다음날 진행될 개정등심위에서 기획예산처장이 학생위원들에게 전달할 것이라는 답변을 내놨다.

  반면, 학교는 서울총학이 회계비리사태 자체의 해결과 함께 내건 교육권, 노동권 확대 요구에는 선을 그었다. 노동권 관련 본교 비정규직 노동자의 권리 확대 요구에 대해 ‘노동권 의제는 회계비리 사안과 관련이 없다’고 일축했다. 또한 강사법 시행 대응 매뉴얼 TF에 본교 강사단체와 서울총학을 포함하라는 총학의 요구에 대해 학교는 ‘현재 교무처에서 매뉴얼을 작성 중이므로, 준비되면 공유하겠다’는 입장을 보였다.

  면담 당일 오후 5시에 진행된 ‘3차 월요집회’에서 면담 결과를 학생들에게 전달한 김가영 총학생회장은 “학교는 학생들의 연대가 무엇인지 이해하지 못하는 것 같다”며 “회계비리 자체의 해결에서 더 나아가 교육권, 노동권 등의 의제해결에 있어 진일보가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학생지원부 이장욱 차장은 “회계비리 사안이 보도된 다음날 총장이 학부·대학원 총학 대표자들에게 문제를 하나하나 설명했었다”며 “회계비리 문제를 먼저 이야기 하고 나머지 의제들은 이후에 하나씩 같이 풀어가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의제에 대해 중운위에서도 의견 갈려

  서울총학이 회계투명성 강화와 함께 교육권, 노동권 등의 의제들을 함께 내건 이유는 현 총학의 공약 및 의제들을 이어나가기 위해서였다.

  김가영 총학생회장은 “1학기에 여러 사건 사고가 터지면서 총학이 내세웠던 의제를 온전히 끌고 가기 어려웠다”며 “기존에 이어나가던 의제들과 현 회계비리사태와의 연관성을 찾아서 같이 이야기하고자 했다”고 밝혔다.

  한편, 총학이 내건 의제에 대한 입장은 중운위원들 사이에서도 명확히 갈렸다. 지난 5월 30일 중운위 임시회의에서는 서울총학이 ‘1차 요구안’으로 내걸었던 10개 요구안에 대한 피드백이 진행됐다. 기존 요구안에 있어, 일반 학생 및 학교의 공감을 얻기 위해 회계비리 자체의 해결 요구부터 단계적으로 진행해야 한다는 입장과 학교와 타협하기보단 모든 의제를 가지고 지속적인 요구를 진행해야 한다는 입장이 팽팽히 부딪혔다.

  박리수 애기능동아리연합회장은 “현재 월요집회에 학생 참여가 저조한 이유 중 하나는 직접적으로 느끼는 피해 정도가 작기 때문”이라며 “강사법, 노동법과의 연계는 더더욱 학생들의 공감대 형성에 어려움을 줄 수 있기에 같이 가져가더라도 회계투명성강화에 힘을 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진우 부총학생회장은 “요구안을 수정하더라도 학교의 입장과 요구의 실현가능성 때문에 수정하는 것은 안 된다”며 “중운위, 전학대회가 되는 것만 하는 회의체가 안 됐으면 좋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계속 입장이 합치되지 않자, 중운위원들은 이 사안을 회계비리관련 전학적 공동행동의 방법에대한 의견 교류와 함께 2일(일) 열리는 전체학생대표자회의 임시회의에서 대의원들과 함께 의논해보기로 결정지으며 논의를 마무리했다.

 

이선우 기자 echo@

저작권자 © 고대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