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스퀘어에선 소파에 누워 쪽잠을 청하는 남학생들이 자주 목격된다

  1만 962명과 1만 203명. 2019학년도 1학기 기준 서울캠퍼스에 재학 중인 남학생과 여학생 수다. 10년 전 39%였던 여성 재학생 비율이 점진적으로 증가해 올해는 48.2%로 남녀학생 성비가 비등해지는 모양새다. 반면 10년 전과 마찬가지로 남아있는 것도 있다. 남학생 휴게실 부족에 대한 불만이다.

 

  4배 차 나는 남녀휴게실 면적

  교내에 여학생휴게실이 처음 생긴 건 1999년이다. ‘여성이 유쾌한 세상’이라는 자치모임이 쓰던 정경관 125호실을 단체 측에서 일반 여학생들이 쉴 수 있게 공개하면서 처음 생겼다. 이후 여학생 휴게실은 옛 홍보관, 동원글로벌리더십홀(옛 여학생회관) 등으로 확산되며 남성주의 학풍의 대안공간 역할을 했다.

  2000년대 중후반에 이르러 여학생 비율이 높아지고 학내 분위기도 바뀌며 남학생 휴게실 마련의 필요성이 제기됐다. 남학생 휴게실 개설을 공약으로 내세우는 단과대 학생회가 하나둘 늘어났다. 2008년 법학관 신관을 시작으로 2010년 홍보관, 2013년 애기능생활관 등에 남학생 휴게실이 개설됐다.

  한동안 잠잠했던 교내에 최근 남학생 휴게실 공간 부족 얘기가 다시 나오기 시작했다. 홍보관 철거, 애기능생활관 리모델링 등을 이유로 남학생 전용 휴게 공간이 줄었기 때문이다. 본교 건축팀이 제공한 자료에 따르면, 현재 운영 중인 남녀 휴게실 공간 전용면적은 119.6m²대 450.59m²로 거의 남학생이 여학생의 반의 반 수준이다.

  서울캠퍼스 내 남학생 전용 휴게실은 백주년기념관, 의학도서관, 국제관, CJ법학관 네 군데에 있다. 하지만 의학도서관, 국제관, CJ법학관 남학생 휴게실은 각각 의과대, 문과대, 법학전문대학원·자유전공학부 남학생들만 출입이 가능하다. 6개의 간이침대가 비치된 백주년기념관 C라운지 내 수면실(2개, 도합 35.5m²)이 사실상 유일한 남학생 전용 휴게공간이다.

  서울캠퍼스 내 여학생 전용 휴게실은 동원글로벌리더십홀, 경영본관, 라이시움 등 총 11곳에 있다. 문과대, 생과대, 사범대 등이 운영하는 8개의 여학생 휴게실은 단과대 소속 여학생들만 출입할 수 있다. 전공 무관 모든 여학생의 출입이 가능한 휴게실은 동원글로벌리더십홀, 과학도서관, 백주년기념관 3곳으로 전용면적의 합은 259m²에 달한다.

 

  남녀 차이 이해해야 vs 역차별이다

  남녀휴게실 불균형에 대한 의견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우선, 여성과 남성의 차이를 이해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본교 성평등센터(센터장=민영 교수) 노정민 주임은 “여학생 휴게실의 근본 취지는 생리주기 중 불편을 겪는 여성들을 위한 휴식”이라며 “신체적으로 발생하는 차이를 보완해주는 맥락으로 이해해야 한다”고 밝혔다.

  또한 여성들은 남녀 공용 휴게 공간을 더 경계하게 되는 사회적 맥락을 이해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익명을 요구한 18학번의 한 학생은 “뉴스를 통해 여성 대상 불법 촬영, 성추행 범죄 등을 빈번하게 보고 자랐다”며 “여성이 남성보다 전용 휴게공간에 대한 수요가 클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반면, 성별 휴게실 개수 차이가 남성에 대한 역차별이라고 지적하는 목소리도 있다. 익명의 14학번 학생은 “홍보관 철거 후 사실상 남학생 휴게실은 거의 없는 것과 마찬가지”라며 “똑같은 등록금을 내는데 이렇게까지 차이가 나는 건 너무하다”고 말했다.

  다수의 남학생들은 여학생 휴게실의 필요성을 부정하기보다 전용 휴게실 절대량의 확충을 원했다. 정성현(문과대 심리13) 씨는 “최근 개방형 휴게 공간이 많이 확충됐지만 그런 데선 편한 자세로 휴식을 취하기 어렵다”며 “CCL이나 중앙도서관 1층 같이 비효율적인 공용 공간보다는 눈치 안 보고 쉴 수 있는 폐쇄형 공간을 확충하는 게 우선”이라고 밝혔다.

 

  남휴 ‘0’ 이공캠, 해결책도 없어

  이공계 캠퍼스는 남학생 비율이 훨씬 높음에도 문제가 더 심각하다. 이공계 캠퍼스는 남녀 성비가 65:35 정도이고, 남자 재학생 수 자체도 인문사회계 캠퍼스보다 678명이 더 많다. 하지만 지난 2017년 말 애기능생활관 내 남학생 휴게실이 문을 닫은 이래로 이공계 캠퍼스엔 남학생 휴게실이 전무하다. 이공계 캠퍼스 남학생 복지 수준을 짐작하게 하는 대목이다.

  이공계 캠퍼스의 휴게공간 부족 문제는 남학생들만의 문제는 아니다. 학부생 전용 휴게실이 위치한 곳은 생명과학관 서관과 과학도서관 단 2곳에 불과하다. 서울캠퍼스 내 학생 휴게실 전용 면적 670m² 중 10%가 채 되지 않는 66.7m²만 이공계 캠퍼스에 분배돼 있다. 전체 재학생의 40%인 8558명이 이공계 학생임을 고려할 때 학생복지 불균형이 심각하다는 것을 시사한다.

  휴게공간 부족에 대응하는 이공캠 학생들의 모습은 각양각색이다. 왕복 세 시간 거리에서 통학하는 한 19학번 여학생은 “수업은 주로 이공캠에서 듣지만, 시간이 남고 휴식이 필요할 때는 동원글로벌리더십홀 여학생 휴게실로 간다”며 불편을 호소했다. 공과대 18학번 이모 씨는 “수업이 끝나고 애매하게 시간이 남으면 하나스퀘어 소파에서 잠깐 눈을 붙인 적도 있다”며 안타까워 했다.

  문제 해결을 위해선 학생사회의 노력이 절실하다. 제51대 서울총학생회 ‘SYNERGY’(회장=김가영)는 작년 연말 복지 관련 공약으로 △과학도서관 지하 1층 휴게공간 마련 △총학생회실 일부 개조해 남녀 휴게실로 개방 △학내 휴게실 침구류 추가 구비 등을 내세운 바 있다. 남재림 주거복지국장은 관련해서 “총학생회실 청소를 마치고 침구류 구비도 마쳤지만 냉방기기를 못 갖춰 개방이 지체되는 중”이라며 “추후 이용 가능한 상태가 되면 학우들에게 휴게실을 개방할 것”이라고 밝혔다.

  휴게공간 부족의 대안으로 과방에 휴식용 가구를 마련한 곳도 있다. 이과대학 화학과는 과방 내 빈백(bean bag)을 마련해 학생들의 생활편의 증진에 힘쓰고 있다. 양경열 화학과 회장은 “학생들의 빈백 이용률과 만족률이 상당히 높다”고 밝혔다.

  총학 측은 과학도서관 지하 1층 휴게실 사업에 대해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학교 측은 “과학도서관 지하 1층은 (과거 상가로 운영됐던 것처럼) 수익 창출을 목적으로 존재하는 공간이다”며 “곧 공사가 있을 계획”이라고 밝혔다. 현실적으로 과학도서관 지하 1층 휴게실 마련은 어렵다는 의미다.

  학교 당국은 공간 부족을 이유로 휴게 공간 확충이 쉽지는 않을 것이라는 뜻을 전했다. 건축팀 송영준 씨는 “강의실, 연구실, 정부 사업 공간 등 우선순위가 높은 데 공간을 배정하고 나면 남는 방이 얼마 없다”며 “특히 최근 멀티미디어실 등 특수목적 강의실이 늘어나 공간 부족문제가 심화한 상태”라고 전했다.

  학생은 쉬지 않고 공부하기 위해 대학에 온 것이 아니다. 학생의 충분한 휴식 공간 마련을 위해 학교와 학생회가 구체적 해결책을 강구해야 한다.

 

이준성 기자 mamb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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