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말에 못 본 드라마 몰아보려고!” 최근 보고픈 드라마의 정규 방송을 놓쳐 재방송만을 기다리는 사람은 없을 테다. 인터넷을 통해 언제 어디서든 원하는 영화, 드라마 등의 작품을 찾아볼 수 있는 ‘OTT 서비스’가 대중화됐기 때문이다. OTT 회사들이 콘텐츠 제공의 역할을 넘어 자체적으로 콘텐츠를 제작과 배급하는 가운데, 방송계와 영화계는 OTT 서비스를 어떻게 바라볼까.

 

  언제나 어디서나 … AI 통한 콘텐츠 추천도

  OTT는 ‘Over The Top’의 약자로서 범용 인터넷망을 통해 영상콘텐츠를 제공하는 서비스를 뜻한다. OTT는 PC의 웹사이트, 스마트폰의 애플리케이션 등을 통해 실시간 스트리밍으로 영상콘텐츠들을 제공하고 있다. 방송사에서 제작한 영상콘텐츠를 시청할 수도 있고, OTT에서 자체 제작한 콘텐츠를 접할 수도 있다. 현재 대표적인 OTT 회사로 넷플릭스, 왓챠플레이, 푹, 옥수수 등이 있다.

  최근 OTT는 국내외에서 이용자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방송통신위원회 산하 정보통신정책연구원에서 발표한 ‘2018 방송매체 이용행태 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OTT 이용률은 2016년부터 2018년까지 3년간 35.0%, 36.1%, 42.7%로 증가했다. OTT 산업의 선두 격인 넷플릭스는 2018년 말 기준에 전 세계 190여 국가에서 1억 4000만 명에 달하는 가입자를 보유하고 있을 정도다.

  OTT는 개인의 상황과 여건에 맞게 영상 시청의 형태를 결정한다는 장점이 있다. TV 방송으로 대표되는 기성방송은 시간에 따라 정해진 프로그램을 시청자가 수용하는 식이었지만, OTT의 이용자는 자신이 콘텐츠를 고른다. 정보통신정책연구원 방송미디어연구실 김남두 연구책임자는 “기존의 방송은 일정한 편성표를 소비자가 따라가야 하는데 OTT는 그렇지 않다”며 “드라마 같은 경우 binge watching(몰아보기)가 가능해지는 등 여러 가지 제약에서 벗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데이터 기반 추천 콘텐츠 서비스는 OTT 인기의 비결이다. OTT 회사는 AI를 통해 각 이용자가 주로 소비하는 콘텐츠의 특성을 파악한 뒤 어울리는 영상을 추천한다. 또한, 여러 이용자의 빅데이터를 수집해 기호를 파악하고 이를 영상 제작에 반영하기도 한다. 정동훈(광운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는 “OTT 회사들은 AI로 모은 데이터를 콘텐츠의 제작부터 시청단계까지 전 분야에 적용하는 중”이라며 “이를 통해 더 저렴한 제작비로 더 많은 사람의 공감을 만들어낼 수 있다”고 전했다. 넷플릭스를 사용하고 있는 최은지(연세대 노문18) 씨는 “기존 TV와 다르게 내가 원하는 프로그램을 시간, 장소와 관계없이 볼 수 있다는 점이 좋다”며 “TV보다 접할 수 있는 콘텐츠가 다양한 것도 장점”이라고 말했다.

 

  방송사와 다른 OTT, 규제는 어떻게

  OTT는 방송법 적용 대상에 해당하지 않아 비교적 기성방송보다 콘텐츠 내용상 규제가 적다. 현재 OTT는 부가통신사업자로 분류돼 전기통신사업법의 영향을 받는다. 하지만 OTT가 기성방송과 마찬가지로 드라마, 영화를 제공하기 때문에 방송사에 가까운 규제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일례로 지난 1월 더불어민주당 김성수 의원이 방송을 새롭게 규정하고, OTT를 유료방송사업자에 포함해 방송으로서의 규제 아래에 두는 ‘방송법 전부개정법률안 (통합방송법)’을 발의하기도 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OTT를 방송법으로 규제할 시 다양한 콘텐츠 제작을 억제해 자율성을 훼손한다고 우려를 표한다. OTT를 방송법의 범주로 끌어들이면 인터넷 기반 아래 자유롭게 콘텐츠를 제공한다는 OTT만의 특색이 사라지기 때문이다. 김정현(미디어학부) 교수는 “인터넷을 기반으로 제공되는 신규 서비스인 OTT엔 표현의 자유와 개방이 중요한 가치 요소”라며 “혁신을 저해하지 않는 제도 설계가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설령 OTT를 방송으로 인정하더라도 모든 OTT 서비스를 규제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OTT 서비스를 제공하는 방식이 달라 규제의 범위가 모호하다는 문제가 있다. 유튜브는 이용자가 생산과 소비에 모두 참여하는 서비스를 제공하는데, 일방향으로 콘텐츠를 제공하는 다른 OTT와는 다른 점이 있기에 어디까지 방송의 일종으로 포함되는지 명확하지 않다. 또한, 넷플릭스 등은 해외 네트워크 사업자이므로 국내법만으로 완전히 규제가 불가할 수도 있다. 유홍식(중앙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동일 서비스에 대한 동일 규제 방식을 원칙으로 우선 시중의 OTT서비스 정체성을 명확히 구분하는 과정이 최우선으로 선결돼야 한다”며 “그 이후에 OTT를 어느 서비스에, 규제에 포함시킬지에 대해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아직 국내에선 OTT가 규제범위의 밖에 있어 시장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지 입증되지 않았다. 이에 정부는 OTT가 국내 유료방송에 미치는 영향을 조사하기 시작했다. 일례로 작년 말 이뤄진 전기통신사업법의 개정으로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2021년부터 OTT 사업자에 대한 실태 조사를 기반으로 시장 내 경쟁에 대한 분석할 예정이다. 김정현 교수는 “기존 유료방송 서비스와의 경쟁관계 및 대체성에 대한 실증적 근거가 아직 충분하지 않다”며 “면밀한 검토를 수행한 후 정책적으로 개입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제작부터 배급까지, 영화계에도 변화의 바람

OTT는 영화 제작·배급의 모든 과정을 수행하는 식으로 영화계에서도 그 영향력을 키우고 있다. 봉준호 감독의 2017년 작 ‘옥자’가 대표적인 OTT 기반으로 제작된 영화다. 디즈니가 10편, 위너브라더스가 23편의 신작 영화를 발표하는 동안 넷플릭스는 82편의 영화를 내놓았을 정도로 OTT의 영화시장 개입 규모는 커지고 있다.

  OTT는 영화의 제작 단계에서 막대한 자금을 제공하고, 배급 단계에서 네트워크망을 통해 전 세계에 해당 콘텐츠를 배급해 영화 제작자에게 큰 메리트를 주고 있다. 조주은(본교·불어불문학) 강사는 “넷플릭스의 경우, 엄청난 금액의 제작비를 제공하면서도 창작물 자체에 대한 간섭이 없기로 유명하다”며 “풍부한 자본을 주고 유통까지 담보해 주는 회사를 창작자가 거부하기는 힘들어 보인다”고 말했다. 또한, OTT를 통해 제작된 영화는 해외 수출 시 절차적 단계를 간소화할 수 있다. 별도의 수출 단계 없이 해외 이용자가 인터넷망을 통해 콘텐츠를 재생하면 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OTT가 제작, 배급을 모두 수반하자 기성 영화계는 OTT 영화에 반감을 보이는 중이다. ‘옥자’가 개봉했던 2017년 당시, 국내의 거대 멀티플렉스 3사(CGV, 메가박스, 롯데시네마)는 옥자 상영을 보이콧했다. 영화관에서의 상영 기간이 보장되지 않은 채 넷플릭스가 옥자를 네트워크상으로 배포한 점에 항의한 것이다. 조주은 강사는 “상영관 입장에서는 당연한 반발이라고 생각한다”며 “하지만 영화를 포함한 다양한 동영상의 유통 플랫폼이 빠르게 발전하는 양상을 볼 때 이 반발이 자신들이 원하는 결과를 얻어낼 가능성은 적어 보인다”고 말했다.

  프랑스 칸 영화제도 OTT 영화에 대한 노골적인 반감을 드러냈다. 칸 영화제 측은 2018년부터 넷플릭스 영화의 출품을 제한했고, 역으로 넷플릭스도 올해 칸에 영화를 출품하지 않았다.

  네트워크 망을 적극적으로 사용하는 영상 문화산업 시장 구조의 변화에 따라 앞으로 OTT 영화시장이 계속 커질 전망이다. 하지만 궁극적으로 국내 시장 생태계를 어떻게 변화시킬지는 지켜봐야 한다. OTT가 영화산업에 점차 많이 기여하고 있지만 아직까지 국내 디지털 온라인 시장은 IPTV의 점유율이 높아 기존의 구조가 유지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영화진흥위원회 직원 최지원 씨는 “OTT가 급격한 트렌드가 된 것은 사실이지만 국내 시장 지배 점유율은 높지 않다”고 말했다. 이와 반대로 OTT가 영화 산업구조에 큰 영향을 끼칠 것이라는 전문가의 전망도 있다. 조주은 강사는 “OTT 영화산업 시장 구조에서는 지금보다 사업자 규모의 다양성이 늘어날 것”이라며 “이에 새롭게 생겨나는 작은 사업자들과 작은 영화를 보호하는 정책적 뒷받침도 있어야 한다”고 전했다.

  지금도 세계적으로 확장 중인 OTT는 무한한 가능성 위에서 다양한 과제를 수행해나가야 한다.

 

권병유 기자 unifor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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