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이 나라에서 허락한 유일한 마약이니까”. 내 또래들은 모두 ○○안에 무슨 말이 들어가야 하는지 알고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 낡은 문구도 이제 바뀔 때가 온 것일까. 2022년부터는, 나라에서 허락한 마약에 게임이 추가될 가능성이 커졌다.

  지난 525, 스위스 제네바에 본부를 둔 세계보건기구(WHO)는 게임장애를 질병으로 분류하기로 발표했다. 질병코드 ‘6C51’로 등재된 게임 장애는 2022년부터 발효될 예정이다. WHO는 게임 장애가 중독 행위의 일환일 뿐, 게임 자체가 중독물질은 아니라고 밝혔다. 그러나 게임 장애로 진단할 수 있는 명확한 기준이 없어, 게임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나빠지는 것은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2022년 이후에는 게임 산업에 종사하는 프로그래머들은 질병의 생산자로, 프로게이머는 중환자로 보게 될지도 모른다.

  흥미로운 점은 게임중독의 질병 분류를 찬성하는 의료계에서 게임을 직업으로 삼는 프로게이머는 중독자가 아니라고 한다. Y대 모 교수에 따르면, 게임이용장애에 해당하는 사람들은 늘 해오던 전략만을 반복하고 이기는지, 지는지 불확실성에만 재미를 느끼지만, 프로게이머는 일반인보다 창의적으로 게임을 하므로 문제가 없다고 밝혔다. 자연스레 궁금증이 생긴다. 늘 해오던 전략과 창의적인 전략의 차이는 무엇인가? 프로게이머가 많은 게임 장르인 RTS, AOS와 같은 게임은 매번 새로운 전략이 아닌 같은 전략을 반복해서 이길 때도 있다. 3연속 벙커링을 통해 결승에 올라간 스타크래프트 프로게이머 임요환, 5번이나 같은 챔피언을 골라 중국을 꺾은 리그오브레전드의 페이커는 창의적으로 게임을 하지 않은 것인가? 모호한 것투성이다.

  게임중독의 질병 분류를 반대하는 측은 게임은 문화다라는 구호를 강조하고 있다. 당장 참살이길과 정대 후문을 나가보면, 10개가 넘는 피시방이 우리를 반겨준다. 게임은 우리 세대가 가장 즐기는 여가 활동이다. 나라가 허락한 마약이 아니라, 우리 세대가 만들어 가는 문화 중 하나이다. 늘 즐길 수 있는 문화이지만, 할 때마다 새로운 것이 게임이다.

  글을 쓰면서, 잠깐 2026년의 모습을 상상해 보았다. 30대가 된 아찔한 나의 모습과 더불어 게임을 즐기는 한 대학생이 말하는 소리가 들리는 듯하다. “20대 청년인데, 내 동년배들 다 수업 끝나고 마약 하러 간다.”

 

이주하(문과대 국문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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