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일 정경대 교수·행정학과
김태일 정경대 교수·행정학과

 

  이번 탁류세평은 내가 쓴 세 번째 글이면서 마지막 글이다. 마지막 탁류세평을 쓰면서 주 독자층일 20대 여러분에게 내 전공 지식을 살린, 제법 큼직한 선물을 주고자 한다. 선물은 지금 당장 국민연금에 가입하는 것이다. 국민연금은 돈을 버는 근로자라면 누구나 의무적으로 가입된다. 하지만 돈을 벌지 않는 사람이라도 만 18세 이상이면 신청에 의해 가입할 수 있다. 그러니 지금 당장 최저 보험료인 월 9만 원에 가입하기 바란다. 보험료를 매달 낼 수 있으면 그렇게 하고, 힘들면 첫 달만 내도 상관없다. 일단 가입만 하면 밀린 보험료는 나중에 납부해도 되기 때문이다.

  국민연금은 민간 금융상품과는 비교할 수 없이 수익률이 높다. 대략 9만 원을 내면 그 2배인 18만 원을 더 얹어준다. 그러니까 지금 가입하고 5년 뒤에 취업한다면, 5년을 더 가입하는 셈이 되고, 금액으로 따지면 18*12*5=1080만 원을 버는 셈이 된다! 물론 시장 이자율도 고려하고 물가상승률도 반영해서 현재가치로 따진 액수다(참고로 민간 금융상품을 뛰어넘는 국민연금의 초과지급액 크기는 보험료 액수가 아니라 납부기간에 비례한다. 그러니 최소 보험료라도 오랫동안 가입하는 것이 중요하다).

  어떻게 이런 고수익이 가능할까? 국민연금공단이 맡긴 돈을 아무리 잘 굴리더라도 절대 이런 초대박 수익을 낼 수는 없다. 현행의 국민연금은 낸 것(+운용 수익률)보다 더 많이 받도록 설계되어 있다. 누군가가 낸 것보다 더 많이 받는다면 누군가는 낸 것보다 더 적게 가져가야 한다. 지금은 나가는 연금지급액보다 들어오는 보험료가 더 많아서 기금이 700조 원 정도 쌓여있다. 하지만 20대인 여러분이 연금을 수급할 무렵에는 쌓아 둔 기금이 모두 소진될 전망이다. 모아 놓은 게 없으니 그때그때 걷는 보험료로 연금을 지급해야 할 텐데, 그러려면 그때의 보험료는 지금의 2배가 훨씬 넘게 된다! 보험료 부담이 큰 것도 문제지만, 더 문제는 그때 보험료를 내는 여러분의 자식 세대는, 낸 것보다 적게 받는다는 점이다. 그들의 국민연금 수익률은 민간 금융상품보다 낮아진다. 민간 금융상품보다 수익률이 낮은 데도 기꺼이 가입할 사람들이 얼마나 될까? 사람들의 불만이 쌓이면 법으로 강제한다고 해결되지는 않는다.

  이런 문제가 국민연금에만 발생하는 것이 아니다. 그때는 노인 인구가 전체의 3분의1이 넘을 텐데, 이들을 부양하려면 세금도 더 많이 걷어야 하고(기초연금 재원은 세금이다), 건강보험료도 대폭 올려야 한다(노인의 건강보험 지출은 젊은이의 서너 배이다). 그럼, 여러분의 자식 세대는 대체 세금과 보험료로 얼마를 내야 할까? 세금과 보험료 부담이 과중한 것도 문제지만, 자신들은 부담만 잔뜩 지고 혜택은 적게 받는다면 과연 그런 제도를 수용하려 할까?

  점점 심해지는 고령화 사회에서 노인부양으로 인해 재정부담이 커지는 것 자체는 어쩔 수 없다(미래의 경제력이 이를 감당할 수 있기를 바랄 뿐이다). 하지만 세대 간에 혜택/부담 크기가 현저하게 다른 것, 현세대가 높은 혜택/낮은 부담을 누리는 대가로 미래세대는 낮은 혜택/높은 부담을 감수해야 하는 것은 고쳐야 한다. 이는 공정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미래세대가 순순히 받아들일 리도 없으니 지속가능하지도 않다. 부당하다고 느낀 미래세대가 노인부양 포기를 선언하면, 여러분은 각자 알아서 노년을 책임져야 한다.

  물론 일이 그 지경에 이르기까지 정부가 두 손 놓고 있지는 않을 것이다. 연금 기금이 고갈되기 한참 전부터 서서히 연금 보험료를 올려서, 갑자기 연금 보험료가 2배 이상 뛰는 일은 막을 것이다. 근로 세대가 주로 재원을 부담하는 조세/보험료 제도 역시 손질해서 노인 세대도 상당 부분 부담하게 할 것이다. 그런데 이처럼 고령화 사회에 맞게 재정제도를 바꾸는 것은 빠를수록 좋다. 일찍 시작할수록 후세대의 부담은 덜어지고, 그만큼 세대 간 부담은 공정해진다. 세대 간 부담의 공정성은 고령화 사회의 재정이 지녀야 할 으뜸 덕목이다.

  사족) 지금 당장 국민연금에 가입하라는 내 제안은, 독자들에겐 큰 혜택을 주겠지만 세대 간 공정성을 따진다면 몹쓸 짓이고 국가 재정을 멍들게 하는 짓이다. 일찌감치 노후 대비를 시작하는 게 몹쓸 짓 멍들게 하는 짓이 안 되려면, 하루빨리 내는 만큼 받도록 고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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