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선가 날아온 까치가 참전용사의 묘비 위에 총총 올라앉는다. ‘육군 병장 아무개의 묘 一九五一二八일 양구지구에서 전사’. 사연을 아는지 모르는지, 인기척 드문 고요 한가운데 비석 주위를 한동안 지키다 한번 울고 다른 비석으로 휙 날아간다.

  현충일을 앞둔 국립서울현충원은 지금 참배객 맞이를 위한 준비를 끝마쳤다. 생화만큼 신선하지는 않아도, 처음의 빛깔을 잃지 않는 무궁화 조화가 비석마다 하나씩 꽂혔다. 먼 옛날, 생의 끝에 애타게 휘둘렀을 태극기도 묘비 옆에 세워뒀다. 무덤을 푸르게 뒤덮은 잔디는 그들에게까지 닿아준 바람을 위해 이리저리 춤을 춘다.

  초여름의 미지근한 바람을 타고, 묘비의 주인이 기다렸을 손님들이 하나둘씩 찾아온다. “형님, 저 왔어요.” 배 두 알, 황태포 하나, 소주 한 병. 소박한 제상이 차려진다. 말할 수 없는 이들을 앞에 두고 손님들은 말을 아낀다. 자신의 아버지, , 오빠, 동생을 뒤덮고 있는 잔디 한 번, 이름 석 자 새긴 비석 한 번 조심스레 어루만질 뿐이다.

  참배객들의 인기척을 피해, 까치는 사람의 발길이 한동안 닿지 않았던 곳으로 자리를 옮긴다. 그리고는 마냥 쭉 한번 둘러보다가, 봉분 위에도 슬쩍 올라가 보고 묘역 구석구석을 헤집고 다닌다. 혹시 까치도 아는 걸까. 자기가 울면 귀한 손님이 온다는 이야기를. 그 사연도 아는지 모르는지, 까치는 다시 저편으로 휙 날아가 버린다.

  국립서울현충원에는 일제강점기 독립을 위해 일생을 바친 순국선열, 애국지사부터 한국전쟁, 월남전 참전 용사, 순직 공무원까지 약 18만 여 위가 안장돼 있다. 국가를 지켜낸 명예와 함께 그들은 영원의 공간에 조용히 머물러 있다. 소리 없이 자리하고 있는 그들에게 인기척이 익숙하진 않겠지만, 그 적요의 시간을 함께하는 까치가 우는 것은 우리 같은 귀한 님을 기다리는 것은 아닐까.

 

이선우 기자 ech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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