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08-06 15:12 (화)
[금주의DJ] 나른함 속에서 나를 마주하며
[금주의DJ] 나른함 속에서 나를 마주하며
  • 이정환 기자
  • 승인 2019.06.03 15:3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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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느 휴일 나른한 오후. 가끔은 침대 위에 녹아내리듯 멍하니 누워 생각에 잠긴다. 어제 미처 하지 못했던 일들, 오늘 해야 했을 것 같은 일들, 또는 내일 해야 할 일들을 고민하면서, 어쩌면 그동안의 나를 되돌아보는 시간.

  힙합 아티스트 빈지노(Beenzino)와 프로듀서 시미 트와이스(Shimmy Twice)가 결성한 그룹 재지팩트2017년 발매한 2집 앨범 의 타이틀곡 하루종일(Kadomatsu Toshiki 작사·작곡)’은 가사가 표현하는 그대로, 욕조에 몸을 담그고 하루종일 시간을 보내며 몽상하는 모습을 그린다. 1980년대 일본에서 유행한 장르인 시티 팝을 샘플링한 이 곡은 서두에서부터 전자음 특유의 도시적이고 펑키한 느낌의 멜로디로 듣는 사람의 귀를 사로잡는다. 이윽고 빈지노의 묘사적이고 생생한 랩핑이 낮게 깔려 곡의 몽환적인 느낌을 더해준다.

  음악 전체를 지배하는 분위기는 공허함과 나른함이다. ‘그 누구도 잡념도초대하지 못하는 나만의 공간에서, 두 번째 후렴 이후 이어지는 빈지노의 아리송한 독백은 곡 전반의 분위기가 어떤 내적 고뇌에 젖어 드는 인상을 풍긴다. ‘연체동물처럼 나의 몸을 늘려욕조 안에 숨어들어서도 그는 고민에 빠진다. 욕조에 반신만 담글지, 30분만 담글지조차 끝없이 고민하게 만드는 내면의 초식남에게 그만 개풀 뜯어라고 외치는 모습은, 특별한 색깔을 찾기 위해서 자신을 끊임없이 극복하려는 그의 몸부림이 아니었을까?

  1<Lifes like>에서 발랄한 인상으로 주목받았던 재지팩트가 7년 만에 발매한 이 앨범은 얼마 전 공개된 빈지노의 신곡에서처럼 새롭게 바뀐 음악적 색깔에 많은 사람들의 호불호가 엇갈렸었다. 그렇지만 이 역시 동굴 속 같은 욕조에 들어가 끊임없이 자신을 대면했던 결과임을 의심치 않는다.

 

 

이정환 기자 ecri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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