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들의 시간 - 박경리

 

목에 힘주다 보면 

문틀에 목이 부딪혀 혹이 생긴다,

 

우리는 아픈 생각만 하지

혹 생긴 연유를 모르고

인생을 깨닫지 못한다

 

낮추어도 낮추어도

우리는 죄가 많다

 

뽐내어 본들 徒勞無益(도로무익)

時間(시간)이 너무 아깝구나

 

 

  혹자는 지금 우리 사회를 혐오의 시대라고 말한다. 인터넷이 처음 생겼을 때 과학자들과 인류학자들은 소통과 공감을 통해 모든 사람이 평등하고 자유로운 세상을 꿈꿨지만, 실제로는 서로의 차이를 명확히 깨달았을 뿐, 차별과 배제는 없어지지 않고 오히려 다층위로 확대되어 개개인 사이를 침투했다.

  이전까지는 당연하다고 여겼던 뽐내기도 차별의 수단이 되기도 한다. 물론 신의 권위에 빗대어 인간의 자만을 경고한 고대 그리스와는 다르다. SNS의 활성화로 일상의 소소한 자랑거리를 뽐내는 것이 일상이 된 지금, ‘뽐내어 본들 도로무익이라고 말하는 박경리 시인의 말은 어쩌면 겸손을 강조하는 유교사회의 전통을 답습하는 듯 하다.

  하지만 어떤 뽐냄은 잘난 자신을 자랑하는 데에 그치지 않고, 자신보다 낮은 누군가를 낮추기도 한다. 자유로운 세상을 위해 다양성을 존중해야한다고 설파하는 우리 사회가 사실은 과거보다 더 다양한 기준으로 더 교묘하게 개성의 범위를 제한한다. 이런 세상에서 타인의 인정과 부러움을 받기 위해 자신을 아무리 뽐내봤자, 사회가 요구하는 기준인 문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목이 부딪힐뿐이다.

  그렇게 혹 생긴 연유를 아는 우리는 죄를 짓지 않아도 죄인이다. 한나 아렌트가 말한 악의 평범성은 굳이 나치 시대에 살지 않더라도 사회구조가 만든 차별에 반대하지 않고, 묵인한다면 개인은 그 책임을 떠안고 있음을 말한다. 뽐내는 사회에서 우리는 뽐내지 않기 위해, 그리고 뽐내도 타인에게 상처를 주지 않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할까? 우리는 그 물음에 대답을 해야 할 의무가 있다.

 

최낙은 (문과대 한국사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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