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은 경험하는 자리가 아니라 증명하는 자리다.” 5년 전 브라질 월드컵에서 부진한 성과를 낸 대표팀을 향해 한 해설위원이 던졌던 일침이 문득 생각났다. 하도 오래돼서 기억이 아스라이 지워져 가고 있었는데, 요즘 뉴스를 보면 그때의 일침을 복기하게 된다. 벌써 3년 차에 접어든 문재인 정부를 지켜보니 말이다.

  촛불의 분노는 정부의 불통에서 촉발됐다. 지금은 국민청원까지 받는 걸 볼 때 그래도 불통과는 거리가 멀어 보인다. 그런데 이렇게 소통을 하는데도 불통인 듯한 엇박자가 곳곳에서 보이는 이유는 뭘까. 그 답은 과도한 집착과 고집에 있는 것 같다.

  작년 이맘때는 북한 뉴스만 나오면 궁금해서 심장이 두근거렸는데, 이젠 안타까움이 앞선다. 판문점 선언 1주년이라고 기념식까지 열고는 있지만, 유례없던 세 번의 데이트를 한 남북은 권태기를 보내고 있고, 미국과 북한은 자기 밥그릇만 보다가 알력에 지쳐버렸다. 이런 와중에 정부는 한국국제협력단(KOICA)까지 끌어들여 대북 무상원조를 이야기하고 있으니, 조금이라도 냉엄한 판단과 균형이 필요한 외교가 감정과 고집에 흔들리고 있는 것 같아 안타깝다. 북한도 대통령이 풀어야 할 여러 이슈 중 그저 하나일 뿐이다.

  집안 사정도 반성이 필요하다. 특히 좀 심하다 싶은 건 인사 문제다. 이번 정부에서 국회의 청문보고서 없이 통과된 인사만 15명에 이른다고 한다. 대통령과 손발이 잘 맞는 사람을 기용하는 건 당연하지만, 적격성을 검토하는 국회의 역할은 행정부 견제의 출발점이다. 국회를 달래는 시늉이라도 하면 적어도 코드 인사라는 이야기는 나오지 않을 텐데 말이다. 기차도 처음에는 문을 닫고 출발하지만 환승역에서는 손님을 내려주고 잠시 쉬려고 문을 다시 열듯, 임기의 반환점을 반년 앞두고 있는 정부 역시 이제는 다시 귀를 열 필요가 있다.

  요즘 문재인 정부를 트집 잡는 글을 보게 되면 그래도 전 정부보단 낫잖아라는 생각에 위안을 삼곤 한다. 하지만 그렇게만 받아들이기엔 아쉬운 점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과한 집착과 고집을 조금만 고치려고 해도 취임 초반의 이미지를 되찾을 수 있을 텐데 말이다. 한 해설위원의 말처럼, 지금은 경험하는 게 아니라 증명해야 할 시간이다. 그동안 자기 생각이 맞는지 실험하고 경험해봤다면, 이젠 다시 귀를 열고 결과로 증명해낼 준비를 해야 한다. 그게 진정한 소통이고 실전이다.

 

조재현(정경대  정외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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