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계 단국대 교수·경영학부

 

  정보통신기술을 선도하고 있는 우리나라의 산업계, 특히 서비스 업종에서 무인주문기인 키오스크(kiosk) 설치가 급속히 증가하고 있다. 사업을 하는 기업 입장에서 키오스크는 첨단기술을 활용하여 예약과 주문·결제·정산의 자동화는 물론, 제품 안내와 고객의 다양한 취향에 대한 데이터 수집분석을 통한 맞춤식 서비스(프리미엄 고객과 저가 고객)를 제공하도록 해준다. 또한, 키오스크의 임대가격이 월 65000원에서 20만원 수준이어서 비즈니스나 창업에서 인건비 절감과 경제적 효율성을 주는 좋은 수단이 되고 있다. 또한 모바일 기술에 익숙하고 비대면 서비스를 선호하는 고객들에게는 스크린 사용이나 온라인상 거래가 더 편리하게 받아들여지고 있다. 이처럼 그 동안 대형마트나 프랜차이즈, 외식업종을 중심으로 증가하던 키오스크가 전방위적으로 확산되면서 관련 업종에 종사하는 저임금, 저숙련 노동자와 아르바이트생들의 일자리가 위협받고 있는 실정이다. 보다 심각한 문제는 정보기술을 적용한 키오스크의 확산이 최저임금 대폭 인상과 근로시간 단축에 따른 기업들의 비용 증가와 맞물려 인간 노동력의 감소와 대체를 위해 무인주문기의 도입이 가속화되는 현상에 대한 우려이다.

  이러한 우려는 자본주의 시장경제체제 하에서 디지털 정보기술의 발전이 자본과 시장의 논리에 따라 일방적으로 추진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기업들이 키오스크를 적극 활용하여 인건비를 절감하고 노동력의 감축을 통해 경쟁력을 확보하려는 기술결정론적 관점에 기초하고 있다. 이와 상이한 입장으로는 인간노동의 자동화가 노동시간의 단축과 생산성 증가, 업무의 편리성과 다양한 고용형태 등장, 조직간 네트워크 촉진 등의 긍정적 영향을 더 강조하는 기술형성론이 있다. 여기서 더 나아가면 디지털 기술이 만병통치약이 아닌 파르마콘(pharmakon : 약인 동시에 독인 양면성)이기에 기술지상주의와 기술혐오주의의 양극단을 피하고 균형 있게 접근해야 한다는 프랑스의 기술철학자인 베르나르 스티글레르(B. Stiegler)의 절충론에도 귀 기울일 필요가 있다.

  그러면 키오스크 같은 무인 자동화 기계의 확산이 우리 사회의 각 계층에 주는 함의는 무엇일까?

  첫째, 기업들 특히 중소 서비스 업종은 전체 비용 중 인건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매우 높아 키오스크 같은 무인주문기의 도입은 인건비 절감과 생산성 향상에 크게 기여한다. 그러나 대면접촉을 선호하는 고객에 대한 서비스와 품질 측면, 고령자나 장애인 고객에 대한 배려, 비상사태시 유연한 대처 곤란 등 인간노동자를 완전 대체하거나 배제하는 것은 한계가 있으므로 경영활동에 보조수단으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

  둘째, 노동자에게 키오스크 확산에 따른 무인서비스 증가는 직접적인 일자리 위협(해고나 일자리 쪼개기, 휴게시간 늘리기 등)이 되고 있다. 노동의 분할과 세분화, 일과 여가의 경계가 애매해지는 노동의 탈경계화, 정보통신기기에 의한 통제와 감시가 강화되고 있다. 그리고 첨단기술에 접근할 수 있는 고숙련자와 그렇지 못한 저숙련 기술자나 중간기술자는 도태되거나 기술적 실업에 직면하는 디지털 격차(digital divide)로 불평등이 심화되는 중이다. 따라서 국가는 고용이나 소득이 불안정한 경제적 약자들을 위한 전직훈련 제공, 취업전망이 어두운 사람들에 대한 기본소득제(basic income) 실시, 직업이 불안정한 노동자가 일터를 옮겨 다닐 때 마다 같이 움직이는 이동형 복지프로그램(portable benefits)의 도입을 검토할 만하다.

  셋째, 소비자인 고객은 디지털 정보기술의 가장 큰 수혜자인 셈이다. 온라인에 의한 업무 처리의 편리성과 가격 인하에 따른 혜택, 무례한 직원의 대면 불필요 등이 장점으로 작용한다. 이러한 장점이 지속적으로 유효하려면 키오스크 보안문제, 디지털 사기에 의한 경제적 손해, 디지털 기술에 취약한 고객의 불편을 해소할 개선방안(얼굴 인식, 지문, 동작인식 기술 개발 등)이 모색돼야 한다.

  마지막으로 대학생들은 청년 취업난 시대에 키오스크의 확산에 대한 비판적 수용 자세, 신기술이 창출하는 새로운 직업(일례로 인공지능, 빅데이터, 사물인터넷, 자율주행차 등과 관련한 소프트웨어 지식과 스킬, 알고리즘 학습)의 등장에 대한 이해와 준비, 전통적 전문직(의사, 변호사, 회계사, 약사 등)에 대한 고정관념 탈피, 공유경제와 긱 이코노미(gig economy) 시대에 인간노동자와 기계노동자(로봇이나 인공지능) 간의 소통과 갈등을 조화롭게 관리할 수 있는 리더로서의 전문성 배양이 요청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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