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자작곡이 특별하지 않겠느냐마는 아이돌 앨범에서 자작곡은 조금 더 특별하다. 노래가 된 진솔한 이야기는 기획사가 정한 앨범의 콘셉트나 대중이 기대하는 보컬 스타일에서 잠시 멀어져, 때론 다소 이질적일지라도 그 존재감을 내보인다.

  아이유가 정규 3집 앨범 <Modern Times>에 실은 자작곡 싫은 날(아이유 작사·작곡)’은 그가 연습생 시절 스스로를 미워하는 마음에 써 내려간 일기로 만든 곡이다. 아무 소리도 없는 방, 스스로 외톨이라고 말하는 소녀는 “TV 속 사람들은 왜 웃고 있는 거냐아주 깜깜한 비나 내렸음 좋겠네라고 읊조린다. 자신을 향한 것일까, 조금은 공격적인 목소리는 고조되며 한겨울보다 차가운 내 방 손끝까지 시린 공기 봄이 오지 않으면 그게 차라리 나을까라고 외친다.

 ‘좋은 날너랑 나를 지나 성숙한 면모를 강조한 만 20세의 <Modern Times>는 재즈, 라틴팝, 스윙 등 다양한 장르로 풍성하게 꾸려졌다. 화려한 성공 가도를 달려온 국민 여동생의 컴백, 선배 뮤지션들과 세련된 음악적 시도를 한 곡들 사이에서 너무도 솔직한 우울을 담은 싫은 날은 뜻밖의 위로를 건넨다.

  아이유는 2013년 당시 앨범 발매 쇼케이스에서 굳이 한 곡을 뽑으라면 싫은 날을 추천하고 싶다며 그의 싫은 날을 향한 애정을 드러냈다. 곡에서의 보컬이 너무 평범하다는 말을 듣기도 했지만, 그녀의 생각처럼 그게 좋은 것이었고, 그녀 본연의 목소리로 전하는 가장 개인적인 이야기는 마치 나의 이야기처럼 들려 내 우울과 함께해준다.

 

김예정 기자 breeze@
 

저작권자 © 고대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