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79호 마감이 끝난 후 고대신문 구성원들이 안도의 한숨을 쉬었으리라고 감히 짐작해본다. 그만큼 이번 학기 고대신문에는 대내외적으로 많은 일이 있었다. 회계 비리, 응원단 의혹, 종단횡단 칼럼 사태까지. 개중 기자라면 응당 취재해야 할 회계 비리와 응원단 감사 이슈를 제쳐두면 하나가 남는다. 바로 종단횡단 칼럼 사태다. 해당 칼럼이 문제시된 이유는 그것이 담고 있는 피상적 사실관계가 거짓이어서가 아니다. 성소수자가 놓여 있는 사회적 맥락을 간과한 발언을 사례로 들며 비판 행위를 문제 삼았기 때문이다.

  허나 고대신문 1879호에는 문제시됐던 서술 방식의 흔적이 꽤나 진하게 남아 있다. ‘그 커뮤니티가 사라지면 보이는 가치들휴게공간 부족해 허덕이는 남학생·이공캠기사가 이에 해당한다. 전자는 인터넷 커뮤니티 워마드를 비판하는 칼럼이다. 이는 워마드가 생겨난 맥락을 서술하지 않은 채 그들의 행위 자체만을 판단한다는 맹점을 지닌다. 많은 포털 사이트 댓글, SNS, 심지어 현실에서 여성의 주체성과 존엄성은 농지거리로 소비되고 있다. 워마드와 메갈리아는 인터넷상에서 젠더 위계를 전복함으로써 이를 수면 위로 끌어올렸다. 물론 그 과정에서 택한 방법론은 옹호의 여지가 없다. 하지만 이를 둘러싼 맥락을 애써 외면한 채 그들이 택한 방법론을 문제의 본질로 치부하는 행위는, 한국 사회의 주된 운영체계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젠더 위계를 또다시 비가시화한다.

  남학생 휴게실 기사도 위와 유사한 서술 방식을 택하고 있다. 통상적으로 남학생 휴게실 문제는 여학생 휴게실과 대척점에 놓인 문제로 취급된다. 하지만 남학생 휴게실 문제의 본질은 여성 인권을 보장하려는 노력이 남성 인권을 침해한다는 상투적인 논리구조에 있지 않다. 남성 휴게실이 부족한 것은 여성 인권을 남성 인권보다 우선시했기 때문이 아니다. 이는 휴게 공간 마련을 주관하는 학교 부서가 미숙하게 대처했기 때문이다. , 기사의 문제의식은 책임 주체인 학교를 향했어야 한다. 하지만 해당 기사는 여학생 휴게실의 수를 지속적으로 근거 자료로 제시하고 남녀 차이 이해해야 vs 역차별이다등의 부제를 사용하며 남학생 휴게실 부족 문제를 생물학적 성별에 근거한 이항 대립적 구도로 치환한다.

  고대신문이 종단횡단 칼럼 사태 이후 약속한 개선은 그간 있었던 일들을 뜯어보는 것에서 출발한다. 문제시된 칼럼이나 기사를 작성한 기자는 지난 한 학기를 다사다난했다고 표현할 것이다. 하지만 학내 언론이 가지는 권력을 고려했을 때, 위 기사들은 누군가에겐 단순한 삶의 우여곡절 그 이상의 의미이다. 이를 계기로 고대신문이 고려대학교의 공식 언론기관으로서의 책임감을 계속해서 담금질하길 바란다.

 

김민재 연세춘추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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