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보건기구(WHO)의 게임장애(Gaming Disorder) 질병코드 등재가 한동안 나라를 떠들썩하게 한 지도 몇 달이 지났다. 정부는 관계부처들과 민간관계자를 모아 협의체를 꾸렸고, 관련 문제를 검토해 한국에서 어떻게 받아들일지 논의할 준비를 마쳤다. 협의체의 구성이 올바른가와 같은 문제는 이 지면에서 다룰 일은 아니다. 다만 현재 진행중인 게임장애 질병코드화에 관해 과장되거나 왜곡된 정보들은 조금 바로잡을 기회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먼저 세간의 미디어들이 쓰는 게임중독이란 단어는 완전히 잘못된 표현임을 지적해야 한다. 세계보건기구는 장애(disorder)라는 단어를 쓴다. 중독(addiction)은 일반적으로 알코올이나 약물과 같은 물질이 신경계에 작용하여 일으키는 현상을 가리키는데, 게임장애 현상은 그런 의미의 중독 범주와 거리가 멀다.

  이 문제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게임업계 등의 반응도 다소 과장된 측면이 있다. 세계보건기구는 과도하게 게임만을 사용하는 현상을 지목했지 디지털게임 전체가 중독물질이라는 발언은 전혀 없었다. 그럼에도 많은 미디어에서 마치 세계보건기구가 게임을 중독물질로 보고 있다는 식의 보도를 이어가는 현실은 다소 유감스럽다. 실제 세계보건기구의 입장이 무엇인지를 알기 위해서는 이번에 새로 등재된 ICD-11(국제질병분류표준)에 반영되는 트렌드를 이해해야 한다.

  ICD-11에 함께 등재된 새로운 질병들은 기존에는 질병으로 보기 어려웠던 것들을 다수 포함한다. 예를 들어 물건을 버리지 못하고 계속 모아두는 수집벽, 사회복지 혜택을 받지 못하는 극빈층의 상황 등도 질병코드가 부여된 사례들이다. 전반적으로 ICD-11은 기존에는 질병이라기보다는 사회적 이슈로 여겨졌던 많은 부분들 중 공중보건의 영역에서 접근 가능한 부분들을 질병의 범주로 편입시키는 흐름이 강했다.

  게임장애의 신규 질병코드 등재도 이와 다른 맥락이 아니다. 사회 전반에 널려 있는 게임에 대한 부정적 인식은 명백하지만, 적어도 현재 ICD-11에 등재된 내용은 그런 부정적 편견보다는 질병에 대한 의학의 정의 자체가 과거보다 넓어지는 과정에서 기인한다.

  오히려 문제를 일으키는 건 그래서 이를 받아들이는 국내 미디어와 게임업계다. 마치 국제의료기구가 게임이라는 신생 매체 자체를 부정적으로 매도하는 것처럼 호도하는 경향은 끊임없이 게임장애게임중독으로 번역하는 문제를 일으키고 있다. 논리도 궁색하다. 게임이 수출 효자산업이라 진흥해야 한다는 논리로는 게임장애 등재 반대논리가 될 수 없다. 돈만 되면 뭐든 해도 된다는 이야기 이상이 아니기 때문이다.

  사실 이처럼 과도하게 날선 반응은 어느 정도 한국 게임이 별로 할 말 없는 결과물을 내놓은 점에서 기인한다. 밤낮으로 게임이 문화고 예술이라며 말만 하지만, 정작 그동안 출시된 국산 게임 중 문화와 예술의 범주로 부를 만한 게임은 무엇이 있었는지를 돌아보아야 한다. 사실상 사행성에 기대어 만들어지는 대형 모바일게임들로 매출을 올리는 것이 일상화된 지금의 한국 게임산업이 게임장애에 날카롭게 반응하는 데에는 이유가 있는 것이다. 복잡하고 어려운 이야기가 아니다. 찔리는 구석이 있어서다.

  게임장애에 관한 담론들은 아직까지 많이 미흡한 상태다. 의학계가 그동안 다뤄 온 게임장애도 결코 탄탄한 논리적 기반을 갖추지는 못했다. 단지 1990년대의 인터넷중독 진단척도에서 인터넷이란 단어만 게임으로 바꿔서 진단한 결과를 가지고 써낸 논문이 부지기수다. 설령 이를 넘어서는 연구가 나온다 하더라도, 매체로서 사회적 기제를 가진 게임의 여러 측면들을 복합적으로 감안한 결과가 아니라 해석에는 제한이 따를 수밖에 없다.

  하지만 그런 이유가 게임장애를 중독으로 과대해석하며 흥분하는 입장을 옹호해 줄 계기는 되지 못한다. 게임중독으로 프레이밍된 한국의 매체 환경에서도 적지 않은 댓글이 그래서 한국 게임은?’을 지적하고 있다. 이러한 현실은 새 매체를 어떻게 활용해야 하는가라는 질문을 목전에 둔 한국 사회가 다음 발걸음을 고려할 때 놓치지 말아야 할 것이 존재함을 이야기한다.

 

이경혁 게임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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