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숙한 모습이다. 마감날 밤 편집실 인근 식당은 엇비슷한 모습을 연출한다. 한 두잔 주고받는 무리로 자리는 가득 차 있다. 조합은 대개 비슷하다. 호방하게 떠드는 동기 무리, 오붓하게 잔 걸치는 커플, 그리고 대학원생과 교수. 더러 학생은 좌식 테이블에 꿇어앉아 있다.

  대학원생의 행동 패턴은 예측을 크게 빗나가지 않는다. 교수가 하는 말이면 웃음을 빵빵 터뜨린다. 속이 울렁여도 술은 얼굴이 벌게질 때까지 마신다. 교수가 괜찮지?”하면 괜찮습니다!”하고 씩씩하게 외친다. 이들이 별다른 반응과 대답을 할 수 있을까. 판단은 각자의 몫이다.

  김성도(문과대 언어학과) 교수가 벌금 1000만 원 형을 선고받았다. 죄명은 사기. 대학원생들에게 지급된 연구비를 연구실 공동기금통장으로 이체하라고 강제한 것이다. 몇몇 학생은 부당한 지시를 거부했지만 돌아온 건 폭언이었다. 판결이 확정되자 갑질 피해 학생들은 폭로 대자보를 붙였다. 그는 일부 학생이 나선 것뿐이라는 반응이다.

  태생부터 불균형한 관계가 있다. 자기 인생을 좌우할 힘을 가진 사람 앞에서 약자가 고를 수 있는 선택지는 손에 꼽는다. 자기가 아닌 상대 선호를 맞추려고 눈치 보는 수밖에, 별다른 방법은 없다. 교수 앞에 선 대학원생이 그렇다. 장래가 걸려 있고, 가족과 친구의 기대가 걸려 있으니까. 그래서 매번 참고 넘어가는 게 이들의 운명이다. 권력은 많은 걸 침묵시킨다.

 

  김 교수와 또 다른 K교수들에게 묻고 싶어졌다. 괜찮다는 말 속에 구겨진 비통함을, 단 한 번이라도 생각해 본 적이 있으십니까.

 

김태훈 취재부장 foxtro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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