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12-04 16:41 (수)
공익성과 기업성, 둘 다 놓친 우정사업 재정구조
공익성과 기업성, 둘 다 놓친 우정사업 재정구조
  • 박성수 기자
  • 승인 2019.07.28 13:1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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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일 노동자 안전과 지속가능한 우편사업 제도개선을 위한 공청회가 국회의원 회관에서 열렸다.

 

  우정사업본부는 국민에게 우편과 예금, 보험 서비스를 제공하는 과학정보통신부 소속 정부기관이다. 우정사업은 다른 정부기관과 다르게 우편, 예금, 보험사업이 각각의 특별회계로 운영되고 있다. 우정사업에 신축성을 부여하고 경영합리화를 도모하기 위한 취지였지만 현재는 기관 운영의 효율성을 확보하지 못한 채 공적 부담만 짊어지고 있다는 구조적 문제가 지적된다. 이에 현재 정부 조직으로 운영되는 우정사업의 올바른 방향성에 대해서 고민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공적 부담만 가중된 우정사업

  국가재정법에 따르면 국가의 회계는 일반회계와 특별회계로 구분된다. 일반회계는 조세수입을 주요 세입으로 국가의 일반적인 세출에 충당하는 재원이고, 특별회계는 특정한 사업을 위해 일반회계와 구분할 필요가 있을 때 법률로써 설치하는 회계다.

  우체국의 특별회계는 기업특별회계인 우편사업특별회계와 우체국예금특별회계, 그리고 기타특별회계인 우체국보험특별회계로 나뉜다. 우편과 예금 특별회계는 우정사업운영에 관한 특례법에, 보험 특별회계는 우정사업운영에 관한 특례법과 우체국보험특별회계법에 근거한다.

  우정사업운영에 관한 특례법은 1996년 철도와 우정사업에 대한 민영화 이슈가 떠오르자 민영화는 잠시 미루는 대신 정부 사업인 우정사업에 기업적 탄력성을 부여하고자 제정됐다. 하지만 설립 취지와는 다르게 우체국 특별회계는 공익성과 기업성 모두 확보하지 못하고 있다. 정부로부터 유의미한 지원은 받지 못한 채, 정부에 공적 전출금만 강요당하는 역설적인 상황에 처해 있어서다.

  국가재정법 제13조에 따라 정부는 국가재정의 효율적 운영을 위해 회계와 기금 간에 여유재원을 통합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 이에 정부는 우체국예금특별회계에서 큰 금액을 일반회계로 전출하고 있다. 기획재정부가 발표한 ‘2019 나라살림 예산개요에 따르면, 올해 우체국예금특별회계에서 일반회계로 500억원, 공적자금상환기금으로 700억원이 전출된다. 우편사업특별회계는 일반회계에서 약 100억원을 전입 받지만, 우체국 사업 전체로 보면 일반회계로 약 400억원을 주는 셈이다.

  중요한 건 확실한 노선을 정하는 일이다. 이원희(한경대 행정학과) 교수는 지금은 우체국 재정과 관련해서 기획재정부나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예산실 등 다양한 부처가 얽혀 있어 우정사업본부의 목소리가 제대로 반영되기 어렵다과도기에 있는 우정사업본부는 확실한 공익성을 위해 독립된 청으로 운영하거나 자율성을 담보한 민간 기업으로 운영해야 한다고 말했다.

 

 

우편사업 적자의 원인 진단 필요해

  이러한 문제를 논의하기 위한 목적으로 지난 8일에는 '집배원의 죽음을 막아라!'라는 주제로 노동자 안전과 지속가능한 우편사업을 위한 제도개선 공청회가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렸다. 공청회의 주요 관심사는 우편사업 적자와 관련한 특별회계 재정구조 개선방안이었다. '공익성과 수익성의 딜레마 극복'을 주제로 발제를 맡은 이원희 교수는 우체국 특별회계 공적 전출금을 줄이고, 그 이익금으로 우편사업의 적자를 보전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특별회계에서 자체적으로 인건비를 부담하는 것은 정부 조직이 아닌 공기업 운영 방식"이라며 "일반회계에서 우체국 직원들 인건비를 부담하는 게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일반회계에서 인건비를 부담하는 방안에 대해서는 의견이 엇갈렸다. 우정사업 특별회계 본래의 목적이었던 기업성을 해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김봉환(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는 일반회계를 통한 인건비 부담은 정부의 최초 의도였던 우정사업의 공사화에서 뒷걸음치는 격이라며 경영효율성과 기업적 운영을 목표로 한 우체국 특별회계의 설치목적이 희석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남훈 우본 재정기획담당관도 일반회계 전출은 곧 국민 세금으로 우체국 인건비를 부담하는 것이라며 사회적 합의가 필요한 사안이라고 말했다.

  현재 우편사업 적자의 원인이 되는 3개 사업의 인건비를 우편사업특별회계에서 한 번에 부담하고 있다. 이에 우체국 재정의 정확한 진단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이어졌다. 우편사업적자의 원인이 각 사업 비용의 잘못된 배분에 의한 것인지 혹은 우편사업 자체의 비효율적인 운영에 의한 것인지 현재로선 정확히 알 수 없기 때문이다. 이원희 교수는 각 회계에서 실제로 비용이 어느 정도 발생하는지를 제대로 살펴야 한다예를 들어, 한 우체국 내에서 보험 부문이 인건비나 유지관리비 등의 원가를 얼마나 만들어내는지 정확히 계산해서 전체 우체국 사업의 재정을 배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봉환 교수도 “3개 회계의 효율성과 책임성 제고를 위해선 비용의 정확한 배분이 필수적이라며 정확한 진단 후에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사업 방향에 관한 충분한 논의 이뤄져야

  장기적 관점에서 우체국 사업의 방향성에 대한 전문가들의 의견이 분분하다. 크게 보면 정부 조직, 공사화, 민영화의 3가지 길이 있다. 정부 조직은 국가의 안정적인 지원을 받지만, 사업 운영에 있어서 탄력성이 저하된다는 단점이 있다. 이런 단점을 극복하기 위해 우체국 특별회계를 실시했지만, 우체국 특별회계는 일반회계에 전출금을 지원하는 등 재정의 독립성을 제대로 보장받지 못하고 있다.

  국회가 최종적으로 예산을 결정하는 특별회계와 달리 공기업이나 민간 기업은 자체적으로 예산을 결정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김봉환 교수는 우정사업에 대한 미래전망은 국민 여론 수렴 등을 통해 결정해야 할 복잡한 사안이라면서도 정부조직의 비효율성을 극복하고 기업성과 재정의 독립성을 확보할 수 있는 공사화가 가장 적절한 방법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공사화나 민영화를 추진할 경우, 수익성을 위한 구조조정의 문제가 발생할 수도 있다. 이원희 교수는 어떤 방향이든 장단점이 존재한다면서도 민영화를 추진하게 되면 효율성은 높아지겠지만 그 과정에서 인력 감축이 발생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공사화가 추진된다면 그 과정에서 우체국이 보편적 서비스 제공자의 성격을 잃어버릴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배귀희(숭실대 행정학과) 교수는 장기적으로는 공사화가 대안이 될 수 있다면서도 다만, 보편적 서비스라는 원칙을 저버리지 않는 선에서 효율성을 추구하는 자세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미국의 경우에는 엄청난 손해를 감수하면서 우편 사업을 국가 기관으로 운영하고 있다금융 부문을 민영화하면서도 우편은 왜 놓지 않고 있는지 생각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원희 교수는 무엇보다 민영화든, 공사화든 방향을 확실히 정하는 게 중요하다경제발전 수준, 보편적 서비스의 가능성, 우편사업이 가진 산업으로서의 경쟁력을 모두 고려해 우정사업에 가장 적절한 방법을 선택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성수 기자 fourdolla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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