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08-06 15:12 (화)
식물과 함께라면 느려도 괜찮아, ‘슬로우파마씨’
식물과 함께라면 느려도 괜찮아, ‘슬로우파마씨’
  • 김예정 기자
  • 승인 2019.07.28 12:4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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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로우파마씨에 들어서자 갖가지 자태의 식물들이 손님을 반긴다.

 

  빠르고 복잡하게 돌아가는 세상이지만, 또 어느새 그런 현실에 익숙해져 버린 우리다. 그런 우리에게 식물 처방을 내려주는 슬로우파마씨(SLOWPHARMACY)’, 바쁜 일상에 지친 현대인이 식물을 키우며 내면의 소리에 집중하고 여유를 갖길 바라는 마음으로 탄생한 공간이다. 평일 오전에도 번잡한 상수동 아스팔트 위, 혼자만 시간이 멈춰버린 듯 조용히 초록 기운을 내뿜는 슬로우파마씨쇼룸을 찾아가 봤다.

  저마다의 크기를 가진 식물이 서로의 빈틈을 풍성하게 채워주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천장의 행잉 플랜트(hanging plant)는 그 잎을 길게 드리워 공중을 채운다. 이곳을 운영하는 이구름 슬로우파마씨 대표는 고정된 품목이 아닌, 매번 새로운 식물을 데려와 초록 공간을 늘 다채롭게 물들인다. 식물 선정에 특별한 기준이 있기보다는 제 마음이 끌리고, 좋아하는 식물을 데려오는 편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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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커에 심긴 식물들이 흡사 실험실을 연상시킨다.

  자세히 둘러보면 오래된 약국인 듯 빛바랜 인체 구조도와 식물도감, 그리고 씨앗을 담은 약봉지 다발 사이로 수경 식물을 담은 유리 비커들이 반짝 빛난다. 초록을 찾아 슬로우파마씨에 들어온 사람들은, 식물을 들일 환경과 자신만의 취향에 어울리는 반려식물을 추천받는다. 다른 이의 기준으로 식물을 고르면, 내 취향이 뭔지, 내가 식물을 키울 환경이 어떤지 알 수 없어 잘 키우기 힘들죠. 손님의 생활 스타일을 귀담아듣고, 그에 맞는 식물을 처방하고 있어요.” 처음 식물을 키우는 사람에게 적합한 식물부터, 식물을 키우는 방법이 익숙지 않은 사람을 위한 관상용 소품까지. 슬로우파마씨 쇼룸에 전시된 식물 종류는 무척이나 다양하다.

  유리병 안에 놓인 피규어를 작은 정글처럼 감싸고 있는 이끼 테라리움과 비커 선인장들. 가지각색의 디자인 식물은 눈을 크게 뜨고 허리 굽혀 하나하나에 주의를 기울이게 만든다. 그 중에서도 이 대표가 자주 들여다보는 건, 초록의 원형 그대로의 모습을 오래도록 간직하고 있는 식물표본이다. “식물표본은 보존용액에 식물을 담아 관찰하는 목적으로 제작한 관상용 상품이에요. 생생한 형태 그대로 보존된 모습을 보고 있으면 한참을 아무 생각 없이 그 모양을 관찰하게 돼요.”

  너른 통 유리창으로 동네 손님을 활짝 반기는 슬로우파마씨 쇼룸은, 꼭 식물을 구매하지 않더라도 식물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자유로이 찾고, 또 식물을 키우는 사람들이 궁금증을 해소하는 공간으로 자리 잡았다. 자신이 키우는 식물이 왜 아픈지 물으러 오는 이들과 잘 자라는 식물을 자랑하려는 이들로 늘 이야기 소리가 떠나지 않는다. ‘반려로서 식물의 의미가 커지며 쉬이 떠나지 못하는 손님도 늘었다. “요즘은 한 시간 넘게 식물에 대해 질문하며 어떤 식물을 집으로 데려갈지 고민하는 분들이 많아요. 이제는 사람들이 식물을 자신과 함께하는 생명으로 여기고 더 신중하게 선택하는 것 같아요.”

피규어를 감싼 이끼 테라리움은 작은 정글과 같다.
피규어를 감싼 이끼 테라리움은 작은 정글과 같다.

  쇼룸 밖 유칼립투스에 멈춰선 발길. 처음 보는 식물에 호기심 어린 질문이 끊이질 않는다. “그런데 이거 어떻게 키워요?” “요즘 같은 날씨는 이틀에 한 번씩 물주고 빛과 바람을 충분히 쐐주면 좋아요.” “한번 잎이 마르면 살리는 게 불가능한가요?” “뿌리가 살아있어도 힘든가요?” 이어지는 질문에, 담장을 감싼 담쟁이도 슬며시 고개를 쳐든다.

 

김예정 기자 breeze@

사진두경빈 기자 hayabus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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