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면 나는 사실 식물을 기를 마음이 없었는지도 모르겠다. 잘 기르고 싶지만 잘 기를 마음이 없었다. ‘기르고 싶다는 돌이켜보면 그저 바라는 만큼 아무 탈 없이 잘 자랐으면 좋겠다는 막연한 기대였고, ‘기를 마음은 실제 그 식물에 대한 관심과 그 식물이 필요로 하는 것을 파악하고자 하는 노력이다.”

<식물 저승사자>

키우는 식물의 종류에 따른 공식 같은 방법이 있긴 하지만, 바로 지금 나의 환경에서 식물이 원하는 것을 어떻게 알고 잘 돌볼 수 있을까. 식물 가게 공간 식물성을 운영하고 있으며, 식물을 잘 기르기 위한 실용적인 방법들을 소개한 에세이 <식물 저승사자>의 저자 정수진 작가에게 반려식물을 키우기 위한 조언을 구했다.

 

식물을 데려올 때 고려해야 하는 조건

첫 번째 조건은 자신의 취향을 아는 것이다. 인테리어 효과와 심미적인 요소를 함께 고려했을 때, 자신의 마음에 드는 식물이어야 더욱 정성을 다해 기를 수 있다

두 번째는 식물을 키우는 환경을 파악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자연광이 전혀 안 드는 곳이라면 양지식물보다는 음지식물을 선택하는 게 좋다. 마찬가지로 자주 식물을 들여다보기 힘든 조건이라면 상대적으로 물을 덜 필요로 하는 다육식물을 두는 게 좋다. 식물이 자랄 환경조건을 파악하는 건 나와 함께 할 식물을 오래 잘 키우기 위한 기본이다.

 

식물에 물이 필요한 상태인지 알려면

손가락이나 가느다란 나무막대로 흙 속을 찍어 보는 방법이 일반적이다. 작은 화분의 경우 간단하게 화분을 들어보는 것도 괜찮다. 물을 준 직후랑 완전히 말랐을 때의 무게는 차이가 크기 때문에, 들어본 무게를 기준으로 물이 어느 정도 말랐는지 파악하면 된다.

수분이 금방 마르는 건조한 계절인 봄과 가을엔 한번 물을 줄 때 흠뻑 주는 것이 좋다. 화분 아래 배수 구멍으로 물이 흘러나온다면 흠뻑 준 것이다. 공기 중의 습도가 충분한 여름과 낮은 기온으로 뿌리가 얼 수 있는 겨울에는 원래 주던 양의 2분의 1에서 4분의 1 정도로 적게 줘야 한다.

 

여름철에도 식물의 과습에 유의해야

과습은 가정에서 식물을 죽이게 되는 주요 원인 중 하나여서 식물을 키울 때 각별히 주의해야 한다. 여름은 기온이 높아 과습이 일어나지 않을 것 같지만, 요즘처럼 후텁지근한 여름은 습도가 높고 바람이 없어 사실은 과습 위험이 가장 큰 시기다. 이외에도 창이나 문을 열 일이 없어 공기가 정체된 공간에서 과습이 발생한다. 식물이 검게 물러져 흐물거리고 녹아내린다거나, 식물이 지나치게 마르고 잎이 갑자기 여러 장 후드득 떨어지는 증상이 나타난다면 과습의 신호다.

과습을 방지하기 위해선 일차적으로 문을 열어 환기를 자주 시켜주는 것이 좋다. 에어컨 등의 냉방기구를 사용해 너무 낮은 온도로 제습하는 것은 오히려 좋지 않다. 환기가 어렵다면 물 주는 양을 적게 조절해주는 것으로 방지할 수 있다. 화기(花器)를 습기 관리에 용이한 토분으로 선택하는 것도 방법이다.

 

뿌리가 흙에 심겨있지 않은 공중식물의 수분을 관리하는 방법

행잉 플랜트는 보통 육안으로도 수분도를 알기 쉬운 편이라, 필요할 때마다 제때 급수하면 된다. 손으로 만져봤을 때 통통하지 않고 탄력감이 떨어지면 물이 필요한 상태다.

공중식물의 경우 대표적으로 틸란드시아를 꼽는데, 이 품종은 눈으로 수분도를 판단하기 어려운 편이라 물주는 때를 놓쳐 시들게 하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틸란드시아는 예외적으로 주기를 맞춰 물을 주는 게 좋다. 스프레이로 뿌려서 줄 땐 최소 이틀에 한 번, 물에 담그는 경우 일주일에 한두 번씩 30분 정도 담갔다 꺼내주면 된다.

 

반려의 대상으로서 식물을 대하는 바람직한 태도

내가 키우는 생명에 애정이 가면 자연스레 관심도 따르는 것 같다. 사람 개개인만큼이나 식물도 각각 다채로운 특성이 있다는 사실을 염두에 둬야 한다. 식물과 진정으로 소통하려 노력한다면, 오래도록 반려식물과 함께할 수 있을 것이다.

 

김예정 기자 breeze@

저작권자 © 고대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