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유의 화학적 성질을 통해 위치에 따라 인간에게 상반되는 역할을 수행하는 물질이 있다. 바로 오존이다. 오존은 성층권에서 자외선을 차단해 인간을 보호하지만, 지표면에서는 인간을 비롯한 생명체의 건강을 위협한다. 가까이 있을 때는 나쁘지만 멀리 있을 때는 좋은 두 얼굴의 오존, 그 양면적인 특성에 대해 알아봤다.

 

산화력 높아 오염물질 정화하는 오존

  오존(Ozone, O)은 상온에서 기체 형태를 띠는 물질이다. 산소 분자와 동소체로 산소 원자 3개가 결합한 오존의 특성 중 하나는 산화력이 크다는 것이다. 오존은 이중결합으로 연결된 산소 분자보다 원자의 결합이 약해 화학적으로 불안정하고, 다른 물질을 쉽게 산화시킨다.

  오존의 강한 산화력은 살균과 소독에 유용하게 활용된다. 오존은 다른 물질에 산소 원자를 주거나 전자를 빼앗는 산화 작용을 통해 세균과 유독성 물질을 쉽게 제거할 수 있으며, 이 때문에 하수처리와 악취 제거 등의 분야에 널리 사용된다. 소독제인 염소와 달리 빠른 속도로 분해돼 2차 오염이 발생하지 않는다는 특성도 오존의 장점이다.

  지구상에 존재하는 오존은 위치에 따라 대류권의 오존과 성층권의 오존으로 나뉜다. 대류권에 존재하는 오존은 오염물질을 정화하는 역할을 수행한다. 대기중에 존재하는 일산화탄소(CO) 같은 물질을 산화시키기 때문이다. 이미혜(이과대 지구환경과학과) 교수는 지표면에 오존이 없었다면 인간은 일산화탄소 중독으로 생존할 수 없었을 것이라며 적정한 양의 오존은 자연에 꼭 필요한 물질 중 하나라고 말했다.

  전체 오존의 90%를 차지하는 성층권의 오존은 고도 25~30km 사이에 층을 형성하고 있으며, 원시 지구의 생명 활동으로 산소가 발생하면서 형성됐다. 성층권의 오존층은 태양의 자외선을 차단하는 역할을 수행한다. 파장의 길이가 400nm보다 짧은 자외선은 인간과 지구의 다른 생명체들에게 치명적인 피해를 유발한다. 자외선은 파장의 길이가 짧을수록 태양광선이 가진 에너지가 높아 더 심한 손상을 일으키지만, 오존층은 파장의 길이가 320nm 이하인 자외선을 대부분 흡수한다. 자외선이 성층권의 오존에 도달할 때 원자 결합이 약한 오존은 에너지를 흡수해 산소 분자와 산소 원자로 쪼개진다. 쪼개진 산소 원자는 다른 산소 분자와 결합해 다시 오존을 만들고, 성층권 오존의 총 농도는 일정하게 유지된다.

 

CFC 금지됐지만, 새로운 저해물질 증가 중

  이러한 성층권 오존층의 파괴가 1970년대부터 이슈가 됐다. 남극에 오존 농도가 평균 농도의 절반 수준에 불과한 거대한 오존 구멍(Ozone hole)이 관측된 것이다. 이때 염화플루오린화탄소(CFC)가 주범으로 지목됐다. 흔히 프레온 가스로 알려진 CFC는 에어컨 냉매와 스프레이를 생산하기 위해 쓰인다. 박선영(경북대 지구시스템과학부) 교수는 “CFC가 대기 순환에 의해 성층권에 도달하면 광화학 작용에 의해 분해돼 염소 원자(CI)를 방출한다이 염소 원자는 성층권 내 오존층을 파괴하는 촉매반응을 일으킨다고 설명했다. 남극의 경우 6~9월 따뜻한 공기의 유입이 차단돼 발생하는 극지방 성층권 구름의 입자들이 염소 원자의 반응을 촉진해 오존 파괴가 심화됐다.

  오존층의 감소가 세계적인 관심을 끌자, 국제사회는 1987오존층을 파괴하는 물질에 대한 몬트리올 의정서를 채택해 오존파괴물질의 생산을 전면 금지했다. 그 결과 2000년대까지 커지던 남극의 오존 구멍은 점차 줄어들기 시작했다. 박 교수는 오존층은 2050년을 전후로 해 처음 오존 구멍이 발견된 1980년대 중반 수준으로 복구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하지만 최근 오존층의 회복을 저해하는 문제들이 발생하고 있다. 몬트리올 의정서에서 규제되지 않은 클로로폼, 염화메틸렌과 같은 초단기수명물질(VSLS)가 중국 동부 지역을 중심으로 배출량이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VSLS는 공기 중 체류 시간이 짧아 성층권에 도달하기 전에 분해돼 문제가 되지 않을 것으로 여겨졌지만, 과학자들은 VSLS가 동아시아의 몬순과 같은 강력한 대류 작용의 영향을 받아 성층권에 빠른 속도로 도달해 오존층을 파괴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이미 생산이 금지된 CFC의 방출도 문제가 되고 있다. 지난 5월에는 중국에서 단열재 생산에 이용되는 CFC-11을 무단으로 방출한 사실이 드러난 바 있다. 국제연구를 통해 CFC 무단 방출을 관측한 박선영 교수는 중국의 CO2 저감 정책에 따라 엄격해진 단열 기준을 맞추기 위해 단열재 소비가 급증했고, 대체 물질보다 생산 비용이 낮은 불법 CFC-11이 유통되기 시작한 것으로 진단하고 있다유엔환경국(UNEP)도 오존파괴물질들에 대한 지속적이고 정밀한 대기 모니터링의 중요성을 인지하고 관측 네트워크 구축에 대한 논의를 시작했다고 말했다.

 

지표면의 오존, 농도 짙어지면 질환 유발해

  오존은 오염물질을 정화하고 자외선으로부터 지구 생명체를 지켜주지만, 지표면의 오존 농도가 일정 수준 이상으로 올라가면 인간을 비롯한 생명체의 건강에 악영향을 준다. 오존이 높은 산화력으로 세포를 손상시키기 때문이다. 지표면의 오존은 일사량이 강한 날 배출된 오염물질이 광화학 반응을 일으켜 주로 발생한다. 인간이 오존으로 오염된 공기를 호흡하면 눈과 코에 자극이 가해지고, 호흡곤란, 천식, 기관지염 등의 호흡기 질환이 발생할 수 있다. 오존이 호흡기 질환을 발생시키는 기제를 규명한 장안수(순천향대부천병원 호흡기알레르기내과) 교수는 오존은 세포막을 구성하는 지질의 과산화를 일으키고, 폐의 상피세포들을 촘촘히 연결하는 세포접합단백을 손상시킨다손상으로 인해 벌어진 틈 사이로 외부 물질이 유입되거나, 오존이 더욱 깊이 침투해 염증을 유발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부에서는 오존의 농도가 1시간 평균 0.12ppm 이상일 때 오존주의보를 발령한다. 오존주의보 상황에서 장기간 야외 활동을 한다면 눈이 따갑고 호흡이 막히는 증상이 발생할 수 있다. 장기적으로 노출될 경우 폐 질환과 심혈관질환이 악화해 사망할 확률이 높아진다. 호흡기 질환 외에도 고농도의 오존이 임산부의 기형아 출산 확률을 높이고, 당뇨병 환자의 혈당 수치를 높인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2010년 국립환경과학원은 오존 농도가 0.01ppm이 증가하면 서울지역 전체연령의 사망률이 0.9% 증가한다고 발표했다.

  오존은 입자 형태를 띤 미세먼지와 달리 기체 형태를 취하고 있어서 실외에서 마스크 착용을 통한 대처가 불가능하다. 따라서 오존주의보가 발령된 상황에서는 실외 활동을 자제해야 오존 피해를 줄일 수 있다. 실내에서는 오존을 생성하는 태양 자외선과 오염물질이 차단되기에 오존 농도가 상대적으로 낮다. 장 교수는 오존 농도가 높을 때는 외출을 삼가고 특히 어린이와 노약자, 만성 질환자는 더 유의해야 한다실내에서도 고전압 전류를 이용하는 레이저 복사기 등이 오존을 발생시키는데 환기를 잘 유지하면서 사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정환 기자 ecri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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