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제 징용 피해자들 개인의 청구권은 소멸되지 않았다는 대법원의 판단과 일본의 참의원 선거와 개헌에 대한 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야욕이 맞물리면서 촉발된 한일간 무역갈등이 날로 격화되고 있다. 간단히 따져보면 1965년 맺었던 한일기본협정의 불완전함이 2019년에 이르러 폭발하는 모양새다. 하지만 지난해 10월 판결 이후 대한민국 정부는 삼권분립 원칙하에 행정부는 사법부의 판결을 존중한다는 명목으로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았고, 지금에 이르게 되었다. 갈등이 확산되어 한국에서는 민간 영역에서 노노재팬이라는 일본 제품 불매운동 홍보사이트를 필두로 불매운동을 진행하고 있고, 그 사이에 일본은 화이트리스트 지정 취소를 필두로 더욱 강한 압박을 준비하고 있다.

  만약 일본과의 분쟁이 한일간의 문제로 끝나는 것이라면 알력다툼이 계속돼도 괜찮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러시아와 중국, 그리고 북한이라는 국가와도 동북아라는 공간을 공유하고 있다. 북한은 탄도미사일 탑재가 가능할지도 모르는 신형 잠수함의 존재를 드러내며 핵 위협을 점차 키워가고 있고, 7월 중국과 러시아가 연달아 대한민국 방공식별구역(KADIZ), 심지어는 영토(독도)를 침범하면서 이들과의 마찰도 심해지는 모양새다. 이 와중에 우리 정부가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 연장 거부를 시사하는 것은 이번 문제에 관해 전략적으로, 또 냉정하게 생각하지 않았다는 증거일 뿐이다. 안보를 인질로 삼아 경제 문제를 타개하려 하는 것은 구닥다리 방식이며, 이번 문제에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해결방식이다. 물론 일본 정부가 가진 독도에 대한 끊임없는 야욕의 한 단면으로 보이는 어이없는 항의도 같은 선상의 문제이다. 경제 문제와 과거사 문제가 아무리 복잡하고 해결이 어렵다 해도, 국가의 존망과 냉혹한 현실 판단이 필요한 안보 문제를 돌파구랍시고 끼어 넣는 것은 삼가야 할 일이 아닐 수 없다.

  우리는 문제의 본질에 좀 더 근접해야 한다. 결과적으로 이 경제적 알력 다툼의 원인은 일차적으로는 지난 해 10월의 배상판결에 있고, 심층적으로는 1965년 한일협정의 불완전성에 있다. 한일 양국 정부는 조속한 시일 내에 배상 판결에 대한 논의를 완료하고, 한일협정 상의 배상 및 청구권 문제에 관해 괴리되어 있는 서로의 입장을 통일해야 앞으로 이러한 문제가 생기지 않을 것이다. 물론 일본 정부는 어떤 결과가 있든 과거사에 대해 더욱 확실히 사죄해야 하고, 피해자들에 대한 진정성 어린 대응을 해야 할 것이다.

 

이재익(문과대 국문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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