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09-17 20:22 (화)
고연전 첫 정식 출전, 승리 향한 열정은 '월클'
고연전 첫 정식 출전, 승리 향한 열정은 '월클'
  • 김군찬 기자
  • 승인 2019.09.01 23:2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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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내여자축구동아리 FC엘리제 훈련 스케치

  올해 고연전에는 기존에 없던 새로운 경기가 추가된다. 바로 고려대와 연세대의 여자축구동아리 ‘FC ELISE(FC엘리제)’‘W-Kicks(와이킥스)’의 맞대결이다. 60여 년의 정기전 역사에서 여자운동부의 경기가 공식적으로 고연전 현장에서 진행되는 것은 처음 있는 일이다. 고연전 여자축구 맞대결은 정기전 둘째 날 목동종합운동장 주경기장에서 럭비경기와 축구경기 사이에 전후반 15분씩 치러질 예정이다.

 

본격적인 훈련을 앞두고 FC엘리제 선수들이 몸을 풀고있다.
본격적인 훈련을 앞두고 FC엘리제 선수들이 몸을 풀고있다.

고대 여학생이라면 엘리제가 될 수 있어

  2017년부터 FC엘리제와 와이킥스는 자체적으로 여자축구 정기전을 개최해왔다. 경기요강, 심판진 섭외, 장소대관과 중계까지 모든 과정을 기획단들이 모여 하나하나 직접 기획했다. 여자축구 정기전의 필요성에 양측 모두 공감하고 있던 결과다. 다만 동아리 차원에선 다소 버겁던 기획단계에 있어 학교당국의 도움이 필요하던 찰나, 양교 학생처장 간 협의가 이뤄져 여자축구 정기전이 이번 고연전 공식행사로 성사된 것이다.

  고연전에서의 첫 공식 맞대결이라는 상징성도 있지만, 이번 승부는 볼거리가 넘치는 박빙의 승부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올해 한국대학여자축구클럽연맹(KUWFCF)에서 발표한 상반기 K투어 랭킹에서 연세대는 1, 고려대는 3위에 올랐다. 양교 간의 유서 깊은 라이벌 관계를 떼놓고 봐도, 대학여자축구동아리 강호 간의 흥미진진한 싸움이 될 예정이다.

  FC엘리제는 올해로 창단 13년 차를 맞이하는 유서 깊은 동아리다. 2007년 본교 체육교육과 여학생 운동소모임으로 시작된 FC엘리제는, 타 대학 아마추어 여자축구 동아리와 비교해 긴 역사를 지녔다. 2015년에는 동아리연합회 소속 중앙동아리로 정식 승인을 받았다. 창단 초기에는 11명의 출전 인원을 맞추기도 어려울 때가 많았지만, 중앙동아리 승격 이후 학생들의 관심이 증가해 현재는 한 학기 활동 회원이 30명을 꾸준히 웃도는 수준에다 매 학기 입단 문의도 많다고 한다.

  언어와 상관없이 축구를 통해 마음을 주고받을 수 있다는 매력에 외국인 학생들의 지원도 많은 편이다. FC엘리제에 지원한 첫 번째 외국인 학생이자 올해로 활동 5년차를 맞은 케일라 컨티어(Kaela Kontir, 문과대 언어14)는 팀 내에서 일라 언니로 통한다. 처음에는 한국말이 서툴러, 팀원들에게 어떤 표현을 써야 할지 몰라 어려움이 있었다고 한다. “한국말을 잘 못해 처음엔 오른쪽, 왼쪽 같은 기본적 표현도 말하지 못했어요. 하지만 부원들과 열심히 훈련하고 소통하다보니 지금은 한국어 실력이 훨씬 늘었죠. 무엇보다 좋은 친구들을 많이 사귈 수 있어서 기뻐요.”

 

운동장을 대관해 진행하는 자체경기는 특히 참여도가 높다.
운동장을 대관해 진행하는 자체경기는 특히 참여도가 높다.

프로는 아니지만 열정만은 월클

  한국대학여자축구클럽연맹(KUWFCF)에서 발표한 상반기 대회랭킹에서 3위를 차지한 엘리제는 명실상부 대학여자축구동아리 최강자 중 하나다. 물론 이러한 위치에 있기까지 치열한 노력이 따랐다. 매 대회 대진표가 나오면, 대회 직전 선수들과 감독이 함께 모여 전략회의를 진행한다. 경기마다 숙지해야 할 포인트, 공격과 수비 전략, 주의해야 할 상대 선수 등에 관해 이야기하고, 선수들도 따로 상대팀 영상을 찾아보는 등 열정을 불태운다.

  “라인 올려!” “미드필더는 먼저 나가서 따라가야지” “고개를 들고 패스해야 정확하게 볼이 나가!” 오늘은 녹지운동장에서 FC엘리제의 정기훈련이 진행되는 날이다. 오랜만에 자체 게임을 치르게 된 선수들의 입가에는 미소가 번진다. 자체 게임을 진행하는 날은 특히나 선수들의 참여도가 높다. FC엘리제 송형섭 감독은 직접 선수와 같이 뛰며, 선수 한 명 한 명마다 고쳐야할 부분에 대해 밀착 코치해준다. 매 훈련마다 송 감독이 강조하는 건 원 팀마인드다. “FC엘리제는 누구나 입단할 수 있는 축구동아리다보니, 개인의 운동경험에 따라 실력 차가 상당히 나는 편이에요. 하지만 결국 모두가 아마추어고 동료이기 때문에, 실력 차이에 대한 의식 없이 한데 어우러지는 원 팀을 만드는 게 가장 중요합니다.”

  “팔을 머리 뒤로 젖히는 스윙이 있어야 해!” 정식으로 축구를 배운 적이 없는 선수가 대다수라, 프로경기에서 흔히 볼 수 없는 사소한 드로잉 파울도 종종 보인다. 따라서 선수들은 기술적인 부분보다는 기본기 훈련에 보다 집중한다. 팀에 더욱 도움이 되기 위해 개인적으로 운동을 따로 하는 선수들도 많다. 그 중에서도 자신의 플레이 하나하나에 부원들의 조언을 구하는 서혜지(문스대 국제스포츠15) 씨의 모습이 눈에 띤다. “모자라다 느낀 부분이 있으면 남는 시간에 혼자서도 훈련하는 편이에요. 경기영상을 돌려보며 내가 모자랐던 부분을 복기하는 게 특히 도움이 되죠.”

  엘리제는 매주 화요일과 목요일 저녁 8시부터 10시까지 녹지운동장에서 정기훈련을 진행한다. 하지만 현재의 환경은 만족할 만한 훈련에 한참 못 미친다. 매분기 선착순 신청을 통해 녹지운동장을 사용할 수 있는데, 운동장 전체를 빌려 훈련하는 시간은 한 달에 많아야 3시간 정도이다. 나머지 시간은 운동장 구석 좁은 공간에서 훈련을 진행한다. 갈수록 인원은 늘고 있지만, 제대로 된 훈련구장을 확보하지 못하는 건 동아리 운영의 가장 큰 걸림돌이다. 2월곡인조잔디구장 등 교외 운동장을 대관해 훈련을 진행할 때도 있지만 비용이 만만치 않아 동아리 차원에서 감당하기 쉽지 않다. 송형섭 감독은 선수들이 좋은 환경에서 훈련하지 못해 항상 안타까운 마음이다. “운동장을 사용할 수 있어야 충분한 전술훈련과 자체 게임을 진행할 수 있을 텐데, 상황이 따라주지 않아 매우 아쉽습니다.”

 

고연전은 무조건 필승! 전승! 압승!

  송형섭 감독은 고연전 승리의 관건으로 적응을 무엇보다 강조했다. “작년 같은 경우에는 저녁 시간대에 녹지운동장의 적은 관중 앞에서 경기를 했죠. 하지만 이번 목동종합운동장에서는 3만 명이 우리를 보고 있어요. 수많은 관중 앞에서의 위압감, 또 낮 시간대라는 환경에 어떻게 상대보다 빠르게 적응하느냐가 관건이죠.”

  엘리제의 기본 전술은 양쪽 측면을 활용한 공격이다. 특히 포지션에 구애받지 않고, 수비수들도 공격하고 공격수도 적극적으로 수비에 가담하는 축구를 지향한다. 네덜란드 전설의 공격수이자 ‘FC바르셀로나의 명감독이었던 요한 크라위프가 창시한 토털사커에서 영감을 얻었다. 하지만 전술보다도 송 감독은 선수들이 그라운드 위에서 매너와 품격을 보여주는 게 우선이라 강조한다. “우리 팀이 반칙을 하면 먼저 상대방을 일으켜 주고, 큰 점수 차로 진다고 해도 먼저 다가가서 승자에게 박수쳐주는, 그런 신사적인 경기를 선수들이 보여줬으면 좋겠습니다.”

  2017년 여자축구 고연전에서는 졌고, 2018년에는 이겼다. 11패라는 고연전 전적에서 우위를 점할 절호의 기회다. 연세대에 반드시 승리하려는 선수들의 열망은 점점 커지고 있다. FC엘리제 추민지(경영대 경영17) 주장은 그 어느 때보다 강한 승리를 향한 선수단의 의지를 확신한다. “올해는 고연전 공식행사로 경기를 가지는 만큼, 절대로 지지 않으려는 부원들의 사기가 하늘을 찌를 듯해요. 기대하셔도 좋습니다.”

  축구를 사랑해서 모인 평범한 학생들이 처음으로 3만여 명의 관중 앞에 선다. 승리 그 이상을 바라보는 그녀들의 땀방울이 고연전 당일 결실을 맺을 함께 응원해보자.

 

김군찬 기자 alfa@

사진두경빈 기자 hayabus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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