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09-17 20:22 (화)
외면 받는 대학스포츠, 봄날은 올까
외면 받는 대학스포츠, 봄날은 올까
  • 김태형 기자
  • 승인 2019.09.01 23:2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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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어 붙은 대학스포츠

 

 대학스포츠 U-리그의 텅 빈 관중석은 이제 흔한 풍경이다. 그나마 공백을 메우는 건 선수의 학부모와 지인들의 몇 안 되는 응원소리다. 과거 전 국민을 사로잡았던 1990년대 대학농구와 배구의 흥행은 이제 먼 옛이야기가 됐다. 그나마 아직도 관심이 남아 있는 대학스포츠 경기는 고려대와 연세대의 정기전뿐일 정도로 대학스포츠에 대한 관심은 저조하다. 정기전마저도 양교의 재학생과 졸업생이 관중의 대부분이다.

 대학스포츠의 찬바람은 계속되고 있지만, 한국의 많은 체육 꿈나무들이 매년 대학에 진학해 프로선수로서의 꿈을 키우고 있다. 또 유서 깊은 대학스포츠를 부흥시키고자 하는 각계의 노력도 곳곳에서 진행 중이다.

 

올해 6월 고려대와 명지대의 U-리그 경기 사진. 텅텅 빈 관중석이 오른쪽 만원을 이룬 프로야구 팀의 경기 장면과 대비된다.
올해 6월 고려대와 명지대의 U-리그 경기 사진. 텅텅 빈 관중석이 오른쪽 만원을 이룬 프로야구 팀의 경기 장면과 대비된다.

프로리그 등장하며 발길 뚝

  드라마 응답하라시리즈에선 팬들의 환호로 가득 찬 대학농구 경기 모습이 자주 등장한다. ‘응답하라 1994’의 주인공 성나정은 연세대 농구부 이상민의 열렬한 팬이며, 오로지 이상민과 같은 대학을 다니겠다는 일념으로 공부에 매진한다. 1990년대 대학농구에 국민들은 열광했다. 1983점보시리즈라는 이름으로 시작된 대학 및 실업팀이 참여한 농구대잔치90년대 이르러 전성기를 맞았고, 당시 중앙대 허재, 고려대 전희철 등 이름난 대학 농구부 선수들은 지금의 아이돌 못지않은 오빠 부대를 이끌기도 했다.

  하지만 1997년 프로농구리그 KBL이 출범된 후 대학농구의 인기는 급속히 시들해진다. 비단 농구뿐만 아니라, 종목별 프로스포츠의 등장은 대학스포츠 전반에 대한 국민들의 관심을 가로채갔다. 아마추어경기인 대학스포츠보다 상대적으로 더 수준이 높고 상업적인 프로스포츠로 자연스럽게 발길이 향한 것이다. 이용식(가톨릭관동대 스포츠레저학과) 교수는 경기 질의 측면에선 아마추어보다 크게 뛰어난 프로스포츠가 팬들의 관심을 독점하는 건 당연한 일이라며 이제는 우수한 선수가 대학으로 오지 않고 바로 프로로 가는 일이 비일비재해 경기 수준차가 더욱 심해지는 추세라고 바라봤다.

  과거에 비해 사람들의 팬덤 문화가 소비되는 창구가 다양해진 것도 원인으로 지목된다. 화려하고 멋진 연예인이나 유튜브 스타 등, 사람들의 관심이 쏠릴 것이 너무 많은 요즘이다. 굳이 대학스포츠로까지 눈을 돌려 아이돌을 찾을 이유가 없다. 인천대학교 체육학과 A 교수는 “90년대는 팬덤 문화가 소비될 곳이 부족한 사회적 공백기라며 당시 인기 운동스타들을 따라다니던 오빠 부대와 같은 팬덤은, 이제 매체를 통해 더욱 손쉽게 접할 수 있는 다른 분야의 스타들에게 완전히 옮겨간 추세라고 분석했다. 이대택(국민대 스포츠건강재활학과) 교수 또한 과거엔 대학스포츠 외에 즐거움을 주는 볼거리가 충분치 않았던 시대환경이라며 다양한 매체들이 쾌락을 주는 요즘 시대에서 예전같이 대학스포츠를 부흥시키기란 쉽지 않은 일이라 말했다.

 

육성의 장이자 교육의 장

  대학스포츠가 그럼에도 유지돼야 할 필요성은 무엇일까. 우선 국가 스포츠경쟁력을 제고하는 엘리트선수를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다는 게 큰 이유다. 가까운 사례로 본교 출신 농구선수 이승현(사범대 체교11)과 강상재(사범대 체교13)2019 FIBA 농구월드컵 국가대표로 출전하는 등 대학출신 운동선수가 프로무대와 국제무대에서 뛰어난 활약을 보이는 것은 익숙한 광경이다. 한남희(국제스포츠학부) 교수는 대학스포츠는 프로스포츠에 질 좋은 선수를 안정적으로 수급함은 물론, 체계적인 교육을 통해 엘리트선수들의 체육 전문성을 향상할 중요한 현장이라고 말했다.

  대학스포츠 선수들이 받는 교육적 효과도 간과할 수 없다. 대학에 진학한 운동선수들은 선수이기 이전에 교육을 받기 위해 대학에 입학한 학생이다. 고교시절까진 신체적 수련만이 주된 훈련의 과정이었다면, 대학에선 학문적 접근과 운동을 병행한다. 이런 과정을 통해 대학에서의 교육은 선수로서의 역량뿐 아니라, 향후 선수들이 경기 외적 분야에서도 활약할 능력을 갖추는 데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이용식 교수는 대학스포츠의 대표적인 존재의의는 지··체를 골고루 함양한 인간상을 양성하는 교육적 가치라고 강조했다. 한남희 교수 또한 대학에서 교육을 받은 선수가 은퇴 후 지도자나 스포츠마케팅 분야로 진출하게 되면 스포츠를 통한 고부가가치를 창출하기도 수월하고 진로 또한 넓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럼에도 현재 대학에선 선수들에 대한 학습권보장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선수에게 학업보다는 경기에 뛰는 걸 더 중요하게 요구하는 풍토 때문이다. 이용식 교수는 대학스포츠의 본질을 회복하기 위해선 학습권 보장이 제일 중요하다대학선수들도 운동선수이기 이전에 학생이라는 공감대가 형성되고 제도적 개선이 이뤄져야 대학스포츠의 가치가 살아날 것이라 지적했다.

  교육적 가치회복의 필요성, 학생들의 저조한 관심 문제 등 대학스포츠가 겪는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해 다양한 노력들이 진행 중에 있다. 그 중심엔 한국대학스포츠협의회(KUSF)가 있다. 현재 105개의 대학이 가입 된 한국대학스포츠협의회(KUSF)는 대학스포츠가 겪는 어려움을 극복하고 학생선수들이 스포츠 활동과 교육을 균형적으로 누리게 하기 위한 목적으로 2010년에 설립됐다. KUSF는 직전학기에 학점 2.0을 넘겨야 대학리그에 참가할 수 있게 하는 씨제로(C0) 제정, 각 대학들의 홈경기를 의무화하는 홈앤드어웨이(Home&Away) 리그 방식을 도입하는 등 학생선수의 학습권 보장을 위해 노력해왔다. KUSF 기획총괄팀 김민희 팀장은 씨제로 룰로 선수들이 운동뿐만 아닌 학업에도 관심을 갖게 됐다학점 때문에 시합을 못 뛰는 선수의 비율은 현재 1%대로, 제도의 의의가 나타나고 있다고 밝혔다. 홈앤드어웨이가 도입되며 선수들의 이동거리가 줄어 수업 참가도 용이해졌다고 설명했다.

 

교류와 문화정착 필요해

  KUSF는 현재 인터넷 중계와 더불어 꾸준히 대학리그 기사를 작성하며 대중에게 대학스포츠를 알리는 데 열심이다. 김민희 팀장은 “KUSF가 홍보를 많이 하고 있지만, 무엇보다 대학본부가 학생들로 하여금 우리 운동부라는 애정을 갖도록 유도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현재 대학스포츠정책을 총괄하고 있는 KUSF의 행정적 활동도 중요하지만, 그 이전에 학교당국의 노력과 더불어 학생 서포터즈나 학내 스포츠 매거진과 같이, 재학생 스스로가 운동부에 관심을 갖고 홍보를 위해 노력하는 자세가 가장 중요하다는 의미다.

  이를 위해 학교당국이 대학운동부를 지역사회와 재학생들에게 적극적으로 연계시킬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이대택 교수는 대학운동부가 일반학생과 동떨어진 존재가 아닌, 함께 수업을 듣고 함께 체육활동을 하는 동등한 존재가 돼야한다고 말했다. 이용식 교수도 작금의 대학 운동부는 일반 학생사회와 동떨어진 외인부대 같은 위치라며 “‘체육인의 밤과 같은 프로그램을 통해 학생사회와 교류하거나, 다함께 대학스포츠의 발전 방향에 대해 고민하며 토론할 수 있는 장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리그도 무조건 지원을 요구하기 전에, 선수들이 유소년들에게 재능기부를 하는 식으로 지역사회와 기여하며 후원을 받는 양방향적 관계가 정립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미래 대학스포츠의 바람직한 상()으로 전문가들이 공통적으로 제시하는 게 있다. 바로 본교와 연세대 간의 스포츠교류행사인 정기전이다. 양교만의 축제라는 한계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겠지만, 유구한 역사와 함께 하나의 문화로 정착돼, 꾸준히 학생과 지역사회에게 지지받고 있다는 측면에서 대학스포츠의 모범사례로 뽑힌다. 인천대학교 체육학과 A 교수는 대학스포츠의 일차적 목적은 이들을 가장 가까이서 소비하는 주체인 대학구성원을 즐겁게 하는 것이라며 그런 측면에서 양교의 가장 큰 축제이자 문화의 상징으로 정착한 정기전이 바람직한 대학스포츠의 사례라고 평가했다. 이대택 교수는 현재 정기전에서 강조되는 선수간의 경쟁보다는 관계의 가치에 초점을 맞춰, 일반 학생도 다양한 방향으로 정기전에 참여할 길이 확보된다면 충분히 대학스포츠의 청사진을 제공할 수 있을 것이라 조언했다.

 

김태형 기자 f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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