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연전의 개막을 알리는 야구 경기가 작년 우천으로 취소됐다. 고연전 54년 역사에 처음 있는 돌발 상황이었다. 정기전을 위해 땀 흘려 준비했던 선수들은 1년을 더 기약할 수밖에 없었다. 2년 만에 다시 찾아온 야구 정기전, 올해 승부가 펼쳐질 공간은 익숙한 잠실야구장이 아닌 목동야구장이다. 두 선수단의 전력이 크게 차이 나지 않는 데다 변수가 많은 단판 승부인 만큼, 기본에 충실한 팀이 승리할 것으로 예측된다.

 

아쉬움과 희망 교차한 2019시즌

  고려대 야구부는 올 시즌 대학야구 U-리그에서 A5위라는 저조한 성적을 기록했다. 개막 이후 내리 4연승을 거두며 시작은 순조로웠다. 하지만 마지막 두 경기에서 모두 패배하며 전반기를 42패로 마무리했고, 후반기엔 114패로 부진한 성적표를 받았다. 결정적인 승부처에서 기회를 번번이 무산시켰던 게 패배의 원인이었다. 고려대 야구부 김호근 감독은 경기 내용은 좋았지만, 찬스를 결과로 이어나가지 못한 경우가 많았다박빙 상황에서 주도권을 잡지 못했던 게 패인이라고 복기했다.

  7월 개최된 제53회 대통령기 전국대학야구대회에서도 고려대는 32강전에서 세한대를 10:1 콜드 승으로 누르며 16강에 안착했지만, 경남대에 2:9로 콜드 패하며 고배를 마셨다. 8회에 연속된 실책이 패배의 결정적 원인이 됐다.

  U-리그와 대통령기에선 아쉬운 성적을 보였지만, 8월 개막한 전국대학야구선수권대회에선 희망의 신호탄을 쐈다. 고려대는 32강에서 한려대를 13:0으로 대파한 데 이어, 16강에서도 계명대를 4:1로 꺾었다. 8강에선 연세대와 맞붙어 미리 보는 고연전이 성사됐다. 라이벌답게 줄곧 팽팽한 승부가 이어진 가운데, 선발로 나선 주효재(사범대 체교16, 투수)8이닝 126구 역투와 김길중(사범대 체교17, 유격수)의 끝내기 안타에 힘입어 5:4 역전승을 거머쥐었다. 실책 4개와 폭투 2개를 범하며 무너진 연세대와 달리 시종일관 안정된 수비력을 보인 것이 승리의 원동력이었다. 827일 펼쳐진 4강에서 영남대에 0:3 강우 콜드로 아쉽게 패배했지만, 작년에 이어 2년 연속 선수권대회 4강에 진출하며 고무적인 성과를 얻었다.

 

마운드 지배가 승리의 열쇠

  전문가들은 이번 정기전 야구 경기가 투수전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점친다. 고려대는 박건우와 박동수, 연세대는 성재헌과 형관우라는 걸출한 에이스를 보유하고 있어서다. 고려대 야구부 구천서 인스트럭터는 경기가 어떻게 흘러갈지는 모르겠으나, 투수전 위주의 한 점 승부로 흘러간다면 작전 수행이나 선수들의 순간적인 판단으로 경기가 뒤바뀔 수도 있다고 말했다.

  고려대는 박건우(사범대 체교17, 투수)와 박동수(사범대 체교18, 투수) 두 투수에 거는 기대가 크다. 박건우는 명실상부 현 고려대 투수진의 에이스로, 193cm의 높은 키에서 내리꽂는 직구가 주 무기인 우완 정통파 투수다. 올해 1.87의 평균자책점을 기록하며 타자들을 압도하고 있다. 박건우가 선발로 나오게 된다면 그 뒤는 박동수가 이을 가능성이 크다. 우완 사이드암 투수인 박동수는 최고구속 140km의 묵직하고 위력적인 공을 던지며, 팀 내에서 가장 많은 탈삼진(72)을 기록할 만큼 강력한 구위를 자랑한다. 박건우, 박동수 두 선수는 각각 52이닝, 53이닝을 소화하며 올 시즌 고려대 마운드에 없어선 안 될 존재로 우뚝 섰다. 여주대 야구부 이석천 코치는 박건우, 박동수 두 선수 모두 치기 까다로운 공을 던지는 좋은 투수라며 하지만 야수 도움이 없으면 제아무리 뛰어난 투수라도 흔들리기 때문에, 야수진이 경기 당일 안정된 수비를 보여주는 것이 중요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가장 최근의 맞대결에선 승리를 거뒀지만, 정기전에서 맞붙을 연세대는 결코 쉬운 상대가 아니다. 연세대는 올 시즌 대학야구 U-리그에서 712패로 B2위를 기록하며 탄탄한 실력을 입증했다. 또한 선수단의 절대적인 수가 고려대보다 많고, 타선 또한 장타력을 갖춘 선수들이 많아 주의할 필요가 있다.

  고려대 투수들이 강한 속구로 윽박지르는 투구를 구사한다면, 연세대 투수들은 변화구로 범타를 유도해 맞춰 잡는 스타일의 피칭을 자주 구사한다. 연세대는 성재헌(연세대16, 투수)이 선발 투수로 나설 확률이 높다. 좌완투수로 평균 구속은 138km 정도로 빠른 편은 아니지만, 안정적인 제구력을 바탕으로 슬라이더와 커브, 체인지업과 같은 다양한 변화구를 구사하는 팔색조 투수. 성재헌의 뒤를 이어선 형관우(연세대19, 투수)가 마운드를 이어받을 가능성이 크다. 형관우는 올 시즌 연세대에서 성재헌 다음으로 많은 32이닝을 소화하며, 신입생이지만 자신감 있는 피칭으로 연세대 마운드의 한 축을 꿰찼다.

 

만만치 않은 연세대 타선

  타선 또한 주의해야 한다. 연세대 타선에는 타율 3할 이상을 기록하고 있는 타자가 7명이나 되며, 주력과 작전 수행 능력이 좋아 언제든 발로 상대를 흔들 수 있는 선수들도 많이 포진돼 있다. 실제로 올해 연세대가 기록한 팀 도루 수는 39개로, 고려대의 25개에 비해 압도적으로 높은 수치다. 특히 연세대에서 8개로 가장 많은 도루를 기록한 정택준(연세대17, 1루수)은 올해 타율이 0.208로 낮은 편이지만 좋은 선구안으로 0.441의 출루율을 기록하고 있다. 지난 8월 고려대와의 시합에서도 대주자로 출루해 도루에 성공한 만큼 가장 까다로운 주자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대학리그 최고의 포수로 평가받고 있는 정진수(연세대16, 포수)는 팀의 4번 타자로, 0.353의 타율과 0.529의 장타율을 기록하며 뜨거운 타격감을 자랑하고 있다. 포수에게 필요한 덕목인 안정감 있는 경기운영 능력을 갖추고 있는 데다 장타력도 좋아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 고려대 야구부 김호근 감독은 연세대에 발 빠른 선수와 장타력이 높은 선수들이 많은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상대의 도루 시도나 공격적 베이스러닝이 나올 때 정확한 수비로 상대방의 흐름을 차단하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당일 집중력이 승부 가르게 될 것

  정기전은 단판 승부로 진행되기에 경기 당일의 집중력이 승부를 좌우할 가능성이 크다. 특히 선수단의 컨디션과 주요 선수의 부상 같은 예상치 못한 변수는 승부에 큰 영향을 끼칠 수 있다. 경남대 야구부 김용위 감독은 두 선수단 전력은 비슷한 편이라며 마지막까지 컨디션 조절에 성공하고 정신력이 앞서는 팀이 승리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이에 고려대는 정기전을 앞두고 선수단의 체력과 컨디션 관리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아직 큰 부상자는 나오지 않았지만, 선수층이 얇은 고려대 야구부는 부상으로 이탈하는 선수가 발생하면 곧바로 전력악화로 이어질 수 있다. 일정한 몸 상태를 유지하기 위해, 다른 팀과의 경기를 앞둔 날에는 너무 무리하지 않도록 워밍업만 진행하는 등 훈련 스케줄도 조정해왔다. 고려대 야구부 이경민 재활 트레이너는 경기장 밖에서 자칫하면 발생할 수 있는 몸살, 배탈 등도 경기력에 직결되는 문제여서 다방면으로 신경 쓰는 중이라 말했다.

  2년 전의 패배를 설욕하기 위한 고려대 야구부의 의지는 어마어마하다. 8월 내내 고려대 야구부는 고흥에 있는 도화 야구장에 전지훈련지를 꾸리고, 무더위 속 구슬땀을 흘리며 반드시 정기전 승리를 되찾겠다는 각오를 다지고 있다. 야구부 주장 김대한(사범대 체교16, 우익수)고연전 당일 더운 날씨지만 야구장에 많이 찾아와 응원해 주셨으면 좋겠다반드시 여러분께 좋은 추억과 승리로 보답하겠다고 말했다.

 

맹근영 기자 mangr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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