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학기 본교생들 사이에서 가장 뜨거웠던 이슈는 다름 아닌 응원단 입실렌티 의혹이었다. 행사 준비 과정에서 제기됐던 각종 문제와 의혹을 해결하고자 7월 말과 8월 초에 응원단과 대표자, 일반 학생들로 이뤄진 입실렌티 특별위원회 회의가 두 차례에 걸쳐 진행됐다. 회의에서는 위원회 활동의 가이드라인과 회의 결과 공유 방식에 대한 논의가 오갔다.

  이형석 응원단장은 지금까지의 행사에서는 응원단 자체적으로 모든 것을 하고자 했다면, 앞으로는 여러 단체와 더욱 적극적으로 협업하는 응원단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떠들썩했던 논란 이후 맞이하는 고연전, 응원단은 어떤 모습을 보여줄까.

 

논란 후 고충 커진 응원단

  입실렌티 논란이 빚어진 지 3개월이 흘렀다. 당초 연예인 섭외문제로 시작됐던 논란은, 이후 행사과정에서 드러났던 미숙함에 대한 규탄과 함께 예산집행의 투명성 의혹으로까지 번졌다. 응원단은 공청회를 통해 외부 감사의 부재 등 행사기획에 있어 일부 구조적 취약성을 인정했지만, 일각에서 제기하는 회계비리는 없었다고 일축했다.

  응원단 입장에선 자신들의 활동에 부정적인 틀이 씌워진 것이 가장 큰 고민거리다. 실제로 입실렌티 논란 이후, 교내 커뮤니티 등지엔 응원단에 대한 다소 원색적이고 감정적인 게시물이 여럿 올라왔다. 이형석 응원단장은 논란이 됐던 바는 모두 해명하고자 노력했지만, 표명한 입장이 학우들에게 도달하지 못했기 때문이라 본다며 아쉬워했다. 응원단에 대한 인식이 안 좋아지고 학우들로부터 신뢰를 많이 잃었으나 이는 결국 응원단이 감내해야 할 부분이라고 덧붙였다.

  급격히 냉담해진 학생들의 시선에 응원단은 내부 운영에서 예년과 달리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번 2학기 신입 응원단원 모집에 지원한 신입생은 단 한 명에 그쳤다. 1학기 신입단원 이용현(보과대 바이오의공학19) 씨는 올해 음악부 신입단원은 나를 포함해 두 명뿐이라며 음악부가 제대로 운영되려면 적어도 네 명의 신입단원은 더 필요한데, 사태 이후 지원이 전혀 없어 어려움이 크다고 털어놨다. 기수부 인원도 종래의 4분의 1 정도에 불과한 숫자다. 이형석 응원단장은 이러한 지원 상황이라면 앞으로 응원단이 지속될 수 있을지 자체가 걱정되는 상황이라고 근심을 드러냈다.

  한 달가량 앞당겨진 고연전 일정도 대내외적으로 고초를 겪은 응원단에게 큰 부담이다. 일정에 맞추기 위해서는 신곡 작업과 리허설까지의 모든 과정을 압축적으로 진행해야 해, 응원단은 그 어느 해보다 정신없이 고연전을 준비하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일부 종목은 대관 문제로 경기장마저 바뀌었다. 이형석 응원단장은 경기장이 바뀌며 좌석, 앰프, 단상 위치도 모두 달라졌다참고할 만한 기존 자료가 하나도 없는 상황에서 응원을 어떻게 진행할지 고민이라 밝혔다.

  코앞으로 다가온 응원OT도 응원단의 근심거리가 됐다. 응원OT는 기존 응원을 되새기고 새로 제작한 신곡을 알리는 자리로, 응원단이 가장 중요시하는 행사 중 하나다. 그동안 응원단은 응원OT에서 고연전 티켓을 배부하는 방식으로 참석자들을 확보해왔다. 하지만 지난 21일 제51대 서울총학생회 SYNERGY(회장=김가영, 서울총학)학생처, 응원단, 총학생회 협의 끝에 올해 고연전 티켓은 모두 총학생회에서 배분한다고 발표했다.

  이에 학생들은 고연전 티켓을 받을 수 없다면 굳이 시간을 들여 응원OT에 갈 필요가 있냐는 반응이다. 경영대 18학번인 강모 씨는 고연전 티켓을 받기 위해 응원OT에 참여할 생각이었는데, 갑작스럽게 총학이 모든 티켓 배분을 담당한다고 해 OT에 가야 하는지 고민이라고 말했다.

  박채영 조단장은 응원OT에서 티켓을 배분하지 않는다면 학생들이 많이 오지 않을 것 같다고 우려했다. 이형석 응원단장 또한 응원OT에서의 고연전 티켓 배분의 중요성을 역설하는 한편, “중앙운영위원회에서 입장을 소명해 대표들로부터 승인을 받고 응원OT에서 티켓을 배분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중요한 축제의 순간마다 응원단은 자체제작한 노래와 안무로 응원을 주도해왔다. 올해 고연전을 앞두고도 학생들의 흥을 돋을 신곡이 발표될 예정이다.
중요한 축제의 순간마다 응원단은 자체제작한 노래와 안무로 응원을 주도해왔다. 올해 고연전을 앞두고도 학생들의 흥을 돋을 신곡이 발표될 예정이다.

 

응원단에 대한 시각 엇갈려

  응원단을 둘러싼 부정적 여론이 워낙 뜨거웠던 만큼, 응원단을 바라보는 학생들의 부정적 감정은 쉽게 해소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박성현(정경대 행정18) 씨는 아직은 응원단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지울 수 없다문제가 됐던 회계비리 의혹을 명확하게 해명하고 책임자를 처벌하기 전에는 응원단이 주도하는 응원에 즐겁게 따를 생각이 없다고 강조했다.

  응원단에 대한 여론이 최악으로 치닫던 무렵엔, 고연전 당일 검은 티와 검은 응원봉지로 응원단에 보이콧 의사를 표하자는 목소리가 모이기도 했다. 이와 관련해 고연전을 목전을 둔 현시점에서는 특별한 동향이 나타나지 않고 있다.

  응원단에 우호적인 목소리도 있다. 이정윤(생명대 식품공학18) 씨는 입실렌티와 고연전은 학생들의 단합을 이끌고 학교에 대한 자부심을 느끼게 하는 중요한 행사라며 우리 학교를 대표하는 소중한 전통을 유지하고 있는 응원단은 학교의 중요한 자산이라고 말했다. 자유전공학부 18학번인 정모 씨도 비록 얼마 전 불미스러운 일로 고초를 겪었지만, 고려대의 대표적 축제인 고연전의 진행에 있어 응원단의 역할은 올해도 매우 중요하다제기된 문제를 확실히 해결하고 넘어가, 더 이상 학생들의 섣부른 오해나 억측이 없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입실렌티 특별위원회 신설, 개선 노력 드러내

  논란 이후, 지적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응원단은 예결산집행위원회와 준비위원회를 제안했다. 서울총학은 응원단의 의견을 받아들여 지난 6월 중앙운영위원회(의장=김가영, 중운위) 산하 입실렌티 특별위원회를 설치했다. 입실렌티 특별위원회는 입실렌티 예결산집행위원회입실렌티 준비위원회를 두 축으로 이뤄진다.

  입실렌티 예결산집행위원회는 응원단과 총학생회 재정사무국 간의 회의체다. 입실렌티와 관련한 재정 문제는 그동안 응원단에서 단독으로 관리해왔다. 위원회가 신설되며 티켓 수입과 행사지출 등의 사안은 응원단과 총학생회 재정사무국이 공동으로 관리한다. 이형석 응원단장은 학생들이 예산이 통과되고 결산이 이뤄지는 일련의 과정에 견제 세력이 없다는 느낌에 불신을 가졌던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논란 당시 우리와 기반시설 자체가 다른 아카라카와 단순 금액 차이로 비교되며 의혹이 확산해 안타까웠다예결산집행위원회를 통해 행사 규모 및 설치 시설과 관련한 비용 문제를 적극적으로 소명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입실렌티 준비위원회는 행사 운영과 관련된 단체들의 공동 논의체다. 준비위원회의 신설로 응원단과 각 단체가 개별적으로 만나 행사를 기획해 온 기존의 방식이 개선된다. 공통의 창구 부재로 행사 당일 소통이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아 문제가 빚어졌기 때문이다. 금지 물품 제정이나 배리어프리석 규모 등 지속해서 제기되던 문제도 앞으로는 입실렌티 준비위원회에서 공유할 예정이다. 김정운 장애인권위원장은 “7월에 처음 구성된 장애인권위원회와 서울총학, 응원단의 삼자대면을 통해 배리어프리석 문제에 대한 응원단의 해결 의지를 확인할 수 있었다향후 입실렌티 준비에서도 기존의 문제를 확인하고 최선의 방향을 모색하는 논의를 진행할 것이라 밝혔다.

  고연전이 예년보다 일찍 진행돼, 입실렌티 특별위원회 제3차 회의는 고연전이 끝나고 9월 중 진행될 예정이다. 1, 2차 회의에선 위원회 활동에 대한 큰 틀의 이야기가 오갔지만 가시적인 성과를 내지 못했다. 3차 회의에서는 1, 2차 회의에 이어 위원회 활동의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을 마련하고 입실렌티 티켓 잔금 활용 방향에 대한 논의가 이뤄질 전망이다.

  응원단 내부에서도 운영진이 논의한 내용을 1·2학년 단원들에게 공유하는 변화가 생겼다. 박채영 조단장은 “1·2학년은 회계명세 등 운영과 관련된 부분에선 정보를 잘 받지 못했는데, 지난 사건 이후로는 구체적으로 설명을 듣게 됐다후속 조치의 진행상황도 전체 단원들이 공유하고 있다고 말했다.

  입실렌티 특별위원회의 설치를 계기로, 응원단은 더욱 학생 친화적이고 소통이 원활하게 이뤄지는 행사를 만들겠다는 각오다. 이형석 응원단장은 입실렌티 특별위원회를 통해 학생이 중심이 되는 입실렌티다운 입실렌티를 만들 것이라며 연예인 라인업이 주목받는 행사가 아닌, 국내 어디에도 없는 응원 축제를 고대생들이 함께 즐겼으면 한다고 말했다. 코앞으로 다가온 고연전에 대해서도, 이 단장은 응원단의 진짜 존재 의의는 고연전이라며 빨간 옷을 입은 사람들이 어깨에 어깨를 걸고 목소리를 내는, 진정한 고려대의 문화를 펼치기 위해 올해도 후회 없이 응원할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신혜빈 기자 venu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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