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이언의 음악이 풍겨내는 특유의 음울함은 다른 가수들에게선 찾기 힘든 그만의 매력이다. 그런 그가 ‘언니네이발관’ 기타리스트 이능룡과 만나 프로젝트 그룹 ‘나이트오프’를 작년 결성했다. 분위기는 한층 밝아졌지만, 첫 번째 EP 타이틀곡 <잠>에서 느낄 수 있듯 여전히 ‘외투 위의 먼지’ 같은 사소한 우울을 다룬다.

  같은 단어라도 이이언의 가사에선 색다른 의미를 지닌다. 이 노래에서 그가 말하는 ‘잠’도 꿀맛 같은 단잠보다는 현실을 잊으려는 몸부림에 가깝다. ‘나 조금 누우면 안 될까’라는 간절한 부탁이 사실은 영원한 휴식을 바라는 것처럼 들린다.

  ‘벽에 기대어 앉으며 짐을 내려놓으니 한 줌의 희망이 그토록 무거웠구나’ 
한 줌의 희망을 품는 게 아니라 내려놓으라하는 가사는 참 역설적이다. 덤덤히 체념하는 자세가 꽤 인상 깊다. 뭐든 하나 얻어내려면 가진 걸 내려놔야 하는 게 삶이니까. 때로는 희망을 내려놓는 결단도 필요하다고 넌지시 말한다.

  한없이 가라앉는 듯하지만, 곡이 끝나고 찾아오는 한 줌의 감동이 듣는 이를 위로한다. 쓸데없이 종일 무력한 것보다는 짧고 굵은 우울함이 더 나을지 모른다, 힘들 때면 이이언의 음악에 빠져보는 것도 좋겠다 싶다.

박성수 기자 pa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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