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년째인가... 작년에 왔던 그 녀석들(?)이 잊지도 않고 또 왔다. 심사위원들의 무게감이 떨어졌고 참가자들의 실력과 유명세도 예전 같지 않다. 이슈를 만들어내는 폭발력도 확실히 덜하다. 올해는 건너뛰어야지... 했는데 결국 또 보고 있다. 제목처럼, 실력을 증명하고 이슈를 만드는 참가자들에게 부와 명성을 안겨주는 것으로 유명한 쇼미더머니다.

  그런데 20여 년째 힙합을 좋아하고 있는 84년생 아재 눈에 띄는 래퍼는 쇼미더머니에 없다. 그의 활동 무대는 유튜브다. 평생 기자만을 꿈꿔왔던 나처럼 이 동갑내기 래퍼도 아주 오랫동안 래퍼가 되길 꿈꿔왔단다. 현금다발을 들고 다니며 스웩플렉스를 뽐내는데 부럽기보단 어쩐지 짠하다. 비싼 외제차를 몰며 연비 걱정에 에어컨을 맘껏 틀지 못 하는 식이다. 갑자기 많은 돈이 생겼는데 몸이 가난을 기억한단다. 많은 유튜버들의 전략처럼 의도적으로 허허실실 의미 없는 욕을 내뱉으며 어그로를 끄는 것 같은데 기분 나쁘지 않고 유쾌하다. 짬에서 나오는 바이브다.

  힙합하는 이들 가운데 84년생이 많다. AOMG의 싸이먼디와 하이라이트레코즈의 팔로알토, VMC 딥플로우와 일리네어의 더콰이엇까지. 모두 내로라하는 회사의 전현직 사장이다. 이 사이에 같은 84년생 래퍼 염따는 없었다. 꾸준히 음원을 내고 방송활동도 해왔지만, 예능 프로그램 무한도전 +아이 콘테스트우승이 그의 최고 이력이다. 그런 그가 이제야 빛을 보기 시작했다. 유튜브 영상클립 몇 개와 최근 발표한 노래들로 그는 플렉스를 뽐내는 랩스타가 됐다. 오래하다 보니 결국은 물이 들어왔고 열심히 노를 젓고 있다.

  염따를 보며 다시 한 번 인생의 참언을 되새긴다. 버티는 놈이 이기는 거다. 시대가 빠르게 변하니 선택의 빈도는 더 잦다. 사회의 범위가 넓어지니 선택지는 많아진다. 빠르고 많아지니 갈수록 선택하기가 힘이 든다. 회의가 커져 이미 한 선택을 뒤엎는 경우도 많다. 한 우물 오래 파는 사람이 귀하다. 반면에 잃는 게 있으면 얻는 게 있다. 다른 선택의 기회비용을 버리고 단 하나에 집중하면 성공 가능성은 높아질 수밖에 없다.

  모든 분야가 결국은 비슷하겠지만, 기자 세계도 그렇다. 필력과 취재력, 논리력 등 다양한 재능이 넘쳐난다. 반면 뭐 하나 딱히 잘 하는 것 없어 보이는 기자도 분명 있다. 그런데 이들이 나중에 좋은 기사 더 많이 쓰고 기자상도 많이 타더라. 한 분야에 흠뻑 젖어 오래 있다 보면 남들과 비교할 수 없는 자신만의 무기가 생기는 것 같다.

  물론 당연하게도 오래 하려면 단 한 가지의 조건이 있다. 재밌고 즐거워야 한다. 떠오르는 랩스타 염따가 십수년 랩을 계속 해올 수 있었다고 밝힌 이유이기도 하다.

 

<Ash 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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