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움으로 사는 삶 (이한숙)

 

산골에 살 땐
도시를 동경했고
어릴 땐
어른의 세계를 동경했다


어느 날
홀연히 떠나신 부모님이 그립고
헐리고 없어진 고향집이 그립다
자주 갈 수 없는 고향이 그립고
돌아갈 수 없는 어린 시절이 그립다

내가 갖고 있지 못한 그 무엇이
때로는 시가 되고
눈물이 되고
노래가 되는 그리움

한평생
그리움으로 사는 삶이
우리네 인생이리라


  우리는 과거를 쉽게 놓지 못하고 그리워하는 버릇이 있다. 철없던 어린 시절을 그리워하고, 실연의 아픔에서 벗어나지 못해 옛 연인을 그리워하고, 돌아가신 부모님께 해드리지 못한 것들이 생각나 가슴 아파하는 우리. 참 우스운 것이 그 당시에는 몰랐던 것이 시간이 흐른 뒤에는 선명하게 보인다는 것이다.
  어쩌면 인간이라는 존재는 과거를 놓지 못하고는 살지 못하는 슬픈 운명을 가진 존재일지도 모른다. 그렇기에 이러한 운명을 가진 우리는 과거를 놓는 방법, 즉 그리움을 ‘추억’이라는 이름으로 덮어두는 법을 배워야한다.
  가슴 속에서 피어나는 그리움이라는 감정은 지극히 당연한 것이기 때문에 이를 부정할 필요는 없다. 대신 그 감정을 온전히 받아들이는 것이 중요하다. 온전히 받아들이지 못한 그리움은 언젠가 다시 솟구치기 마련이기 때문이다. 문득 과거에 사랑했던 연인이 떠오를 때, 대부분의 사람들은 ‘아직도 내가 그 사람을 잊지 못한 건가?’라는 생각에 사로잡히며 갑자기 불안해하기 시작한다. 그리고 아직도 잊지 못한 자신을 한탄하며 자책한다. 그러나 그리움이라는 감정은 지극히 당연한 것이고, 언제든 우리 앞에 나타날 수 있다. 이때 우리는 ‘내가 지금 그 사람을 그리워하는구나’라고 생각하며 고개를 끄덕이며, ‘그럴 수도 있지’라고 생각하는 담담함을 연습해야 한다.
  추억이 있기 때문에 지금의 내가 존재할 수 있는 것이고, 현재를 돌아볼 수 있는 것이고,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것이다. 그러니 그리워하는 감정이 든다고 해서 스스로를 미워할 필요가 없다. 그 슬픈 운명 덕분에 우리는 아름다운 추억을 가질 수 있으니까 말이다.

 

김유진(문과대 철학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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