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회는 성공적이었다. ‘조국 딸 입시부정 의혹 진상규명’을 촉구한 1차 고대집회는 서울총학(회장단 이하 중운위) 없이도 잘 조직됐다. 2차 집회는 총학이 이끌긴 했지만, 참여 인원은 비교되게 적었다. 학생들은 그간 총학이 주도했던 집회의 처참한 동원력과 중앙광장을 가득 메운 1차 집회를 비교하기 시작했다.

  1~2차 집회가 조직되는 동안 보인 모습도 실망감을 안겼다. 총학의 반응속도는 더뎠다. 1차 집회 참여 여부를 밝히는 데 이틀, 2차 집회 시기를 알리는 데도 이틀이 걸렸다. 2차 집회는 당일 새벽에서야 자유발언 지원자를 받기 시작했다. ‘답답해 못 참겠다’는 불만이 이곳저곳에서 터져 나왔다.

  총학은 ‘절차’ 때문에 입장 발표나 결정이 늦을 수밖에 없었다는 주장이다. ‘절차적 정당성’ 중요하다. 하지만 그렇다고 늑장 대응이 용납되는 건 아니다. 급박하고 관심이 집중된 상황일수록 여론을 신속히 수렴해 결정을 내리고, 그에 대해 책임지는 것이 리더의 역할이다. 단순히 절차 탓만 하고 넘어가선 안 된다.

  결정 과정 동안 침묵으로 일관한 태도도 학생들을 답답하게 했다. 학생들은 ‘어떤 논의를 하고 있는지’라도 알길 원했다. 행사 때마다 페이스북 라이브로 상황을 생중계하면서, 중운위를 비롯한 회의체는 그러지 않는 이유가 궁금하다. 대표자가 공적 장소에서 표한 의견은 신속히 공유돼 말에 책임지도록 해야 한다. 국회는 농담까지 다 방송된다.

  비난을 감수하고 적극적으로 소통에 나서라. 듣지 않고선 비난과 비판을 구분할 수도 없다. 합리적인 비판은 항상 조롱과 비난 틈에 숨어있기 마련이다. 좋은 말만 들어서 무슨 발전이 있겠나 싶다. 학생사회에선 총학도 엄연한 공인(公人)이다. 그만한 책임을 지길 바란다.

김태훈 취재부장 foxtro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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