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에서 대규모 시위가 벌어진 지도 2달이 넘었다. 100만 명이 넘는 홍콩인들이 광장에서 평화 시위를 여는 등 감동적인 순간도 있었지만, 현재는 출구가 보이지 않는 상황 속에서 시민과 경찰 사이 화염병과 최루탄이 오가는 대치가 계속되고 있다.

  일부 중국 시민들은 시위대가 서방 세력과 결탁해 폭력 시위를 이끄는 극단주의자라고 말한다. 하지만 한국의 촛불시위가 그러했듯 시위에 참여한 홍콩인들은 공동의 목적을 위해 함께 움직이지만 서로 다른 개별적 성향을 지닌 ‘다중(multitude)’이다. 수백만 명이 두 달 동안 참가한 시위의 한쪽을 차지할 뿐인 일부 세력은 전체의 특성을 대변할 수 없다.

  8월 16일에는 배우 김의성 씨가 SNS에 시위대를 지지하는 글을 올렸다가 중국 네티즌의 악플 폭격을 맞았다. 주된 비판의 요지는 ‘우리나라에 대한 참견질이다’, ‘한국의 사회 문제에나 신경 써라’는 내용이었다. 단독으로 자신의 의지를 실현할 여력이 적은 사람들은 자신을 지지해주는 사람과 연대해 힘을 키운다. 더는 국내에서 힘을 모으기 어렵다면 그 범위는 당연히 국외가 될 수도 있다. 연대에는 국경이 없다.

  이해관계가 있거나, 자신이 속한 공동체는 완전하고 선하기에 지지하는 것이 아니다. 홍콩 시민들의 바람이 홍콩의 더 나은 미래를 위해 필요하다고 공감했기 때문이다. 자신이 동의하는 가치에 힘을 보태는 것은 인간의 당연한 권리다.

  홍콩인들이 거리로 나서게 된 근본 원인은 본토 정부가 홍콩의 법치를 위협한다는 불신감이다. 세계사법정의프로젝트(World Justice Project)가 발표한 홍콩의 법치지수 순위는 16위, 중국은 84위였다. 반정부적 서적을 팔았던 홍콩서점 직원의 실종 같은 음산한 소식은 더이상 새롭지도 않다. ‘정치범이 중국으로 인도되면 공정한 재판을 받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 홍콩 시민들의 생각이다.

  홍콩 시위대의 공항 점거를 보도하는 한국 특파원의 뒤로 시위대가 각국의 언어로 적힌 피켓들을 들고 있는 장면을 봤다. 어쩌다 이들은 아무런 연고 없는 외국인들의 관심을 절박하게 호소하게 된 것일까. 이제 홍콩인들에게 응답할 때가 됐다. 그들의 외침이 대답 없는 메아리로 끝날 수는 없다.

 

이정환 기자 ecri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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