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강신청 포기제도(이하 드롭제도)는 교육권투쟁의 단골손님이다. 우리가 물건을 구매하고 일정기간 동안은 자유롭게 환불이 가능한 것처럼 강의 역시 몇 차례 수강하고 난 이후 포기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드롭제도가 정말 교육권을 보장해주는 제도인지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드롭제도는 당사자의 교육권을 보장할지 몰라도 그 수업을 듣는 다른 학생의 교육권을 침해한다. 대학에서는 순수강의식 수업도 있지만 발표식 수업 역시 상당한 비중을 차지한다. 개인이 발표식 수업에서 발표자가 된 순간 강의를 듣기만 하는 수동적인 역할을 넘어 수업진행에 영향을 미치는 존재가 된다. 만일 발표자가 자신의 교육권을 위해 수업을 드롭하면 발표에 지장이 생긴다. 교수는 그 날의 수업 계획을 수정해야하고 더 나아가 한 학기 계획 역시 수정해야 할 수도 있다. 계획 하에 이루어지는 수업과 갑자기 이루어지는 수업 중 어느 것이 학생들의 교육권을 보장할지는 자명하다. 드롭제도는 다른 학생의 수업권 침해가 예상되는 상황에서 당사자가 양심적으로 제도를 운용할 것이라는 주장만 할 뿐 어떠한 해결책도 가지고 있지 않다. 예상되는 부작용에 대한 해결책으로 개인의 양심에 전적으로 의존하는 것은 효과적이지 않다.

  더 나아가 드롭제도의 도입이 교육권 침해를 가속화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드롭제도가 있는 환경의 개인과 드롭제도가 없는 환경의 개인 중 누가 더 쉽게 드롭을 선택할까? 인간은 환경으로부터 자유롭지 않기 때문에 비슷하게 힘들다면 드롭제도가 있는 환경에서는 더 쉽게 수업을 포기할 것이다. 이는 강의에서 변동이 더 많이 발생한다는 것을 의미하고 결국 강의의 질이 더 크게 하락할 것이다. 본교 학사지원본부에서 교육부에 제출한 학부 재적생 통계에 따르면 20132학기와 20182학기의 휴학생 수는 7000명대로 큰 변동이 없었다. 201511월 고대신문 기사에 따르면 수강신청 포기를 한 학생은 2012년도 4326, 2013년도 3584명이었다. 중도 휴학생에 대한 통계는 없어 정확히 파악할 수는 없으나, 1년에 3500명 정도의 학생이 드롭제도가 없어 수업을 포기하지 않았다고 추측할 수 있다.

  물론 순수강의식 수업에서는 드롭제도의 부작용이 나타나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발표식 수업에서 다른 학생들의 교육권을 침해할 수 있는 부작용에 대해 대책이 없는 일괄적인 드롭제도 도입은 다시 한번 생각해보아야 한다.

 

이종욱(문과대 한국사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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