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09-17 20:22 (화)
아무도 안 쓰는 제로페이, 설득력 '제로'인 시장개입
아무도 안 쓰는 제로페이, 설득력 '제로'인 시장개입
  • 김군찬 기자
  • 승인 2019.09.08 14:3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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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남대문에서 스마트폰 케이스 가게를 운영하는 A 씨는 근처 제로페이 가맹점 식당에서 식사비를 계산하다 36000원을 36만 원으로 결제했다. 하지만 식당 주인이 제로페이 결제 취소 방법을 몰라 휴대폰을 빌려 직접 결제를 취소해야 했다.

#2. 본교에 재학 중인 B 씨는 학교 근처 식당에서 제로페이로 결제하려 했으나, 제로페이 가맹점임에도 계좌이체 방식 결제는 불가능하다며 제로페이 결제를 거절당했다.

  소상공인 수수료 부담 완화와 소비자 혜택 증가를 취지로 도입된 제로페이가 시행된 지 반년이 지났다. 하지만 취지가 무색하게 판매자와 소비자 모두에게 외면받고 있다.

 

소상공인 카드 수수료 부담 덜기 위해 도입

  제로페이는 간편결제 시스템의 확산과 함께 도입된 결제방식이다. 간편결제 시스템은 공인인증서와 같은 복잡한 절차 없이 모바일 기기에 저장된 생체정보나 신용, 체크카드 정보로 간단하게 결제할 수 있어 편의성이 높다. 한국은행의 ‘2018년 중 전자지급서비스 이용 현황에 따르면 당해 간편결제 서비스 이용실적(일평균)392만 건, 1260억 원으로 전년 대비 각각 87.5%, 86.2% 증가했다.

  간편결제 시스템은 스마트폰 보급률 증가와 금융정보 보안의 필요성에 따라 확산됐다. 이경전(경희대 경영학과) 교수는 신용카드로 결제할 때 결제자는 자신의 금융정보를 상대방에게 보여줘 해킹의 위험성을 안고 있다간편결제는 결제자의 금융정보를 판매자에게 직접 보여주지 않아도 된다는 장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영세소상공인들이 겪는 신용카드 수수료 부담을 덜 수 있다는 점도 간편결제 시스템 확산에 한몫했다. 신용카드를 이용한 구매는 신용카드사, (VAN), PG(Payment Gateway)사 등 다양한 이해관계가 얽혀있어 필연적으로 가맹점 수수료가 발생한다. 이때 자영업자들은 연 매출 규모에 따라 0.8%에서 1.6%(연 매출 규모 30억 원 이하 우대 가맹점 기준)의 수수료를 내야 한다. 밴사는 신용카드사와 가맹점 사이의 결제를 대행해주는 업체이고, PG사는 신용카드사와 온라인 상점 사이의 온라인 결제를 대행하는 업체이다. 간편결제 시스템은 밴사, PG사 등의 업체를 배제하고 별도의 결제망을 사용해 신용카드보다 결제 수수료가 낮다. 네이버 페이, 카카오 페이, 페이코 등이 민간에서 운영 중인 간편결제 시스템이다.

  민간 간편결제 서비스의 도입과 함께 정부에서도 간편결제 서비스인 제로페이를 지난해 말 도입했다. 제로페이는 QR코드를 활용한 계좌이체 기반의 모바일 간편결제 서비스로서 소상공인에게 0%대의 수수료 혜택을 제공한다. 소상공인이 아닌 일반 가맹점에서도 신용카드 수수료율보다 낮은 수수료 혜택을 받을 수 있다. 현재 제로페이는 20개의 은행 결제 앱과 9개의 핀테크 앱을 통해 이용이 가능하다. 서울시 내 제로페이에 가입한 가맹점 수는 156000개 이상으로 자영업 점포와 프랜차이즈, 편의점 등이 등록돼 있다.

 

상인도 소비자도 외면하는 제로페이

  야심차게 시작했지만, 시행 반년이 지난 제로페이에 대한 시장 반응은 참담하다. 저조한 제로페이 사용률로 인해 자영업자들은 제로페이의 효과를 체감하지 못하고 있다. 고대상가 번영회 강성웅 부회장은 제로페이에 대해 상인들이 알고 있기는 하지만 이용하는 소비자가 적어 거의 활용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안암오거리에서 안경원을 운영하는 윤영섭(·38) 씨도 제로페이에 가입한 지 다섯 달이 지났지만 사용한 손님은 지금껏 두 분밖에 없었다고 전했다.

  소비자에게 환영받기 위해서는 아직 해결하지 못한 문제들이 산적해 있다. 가장 먼저 지적되는 문제는 결제방식의 번거로움이다. 제로페이 결제방식에는 판매자 QR결제방식소비자 QR결제방식이 있다. 편의점과 일부 프랜차이즈를 제외하고 대부분의 제로페이 가맹점에서는 바코드 스캐너가 구비돼있지 않아 판매자 QR결제방식을 이용한다. 소비자가 가맹점에 부착된 QR코드를 촬영한 후 직접 금액을 입력하는 방식이다. 이에 판매자는 일일이 소비자의 휴대폰을 보고 결제내역을 확인해야 한다. 또한, 판매자 QR결제방식은 아직 포스(POS·단말기)와 연동이 안 돼 매출을 별도로 집계해야 하는 문제도 있다. 이에 서울시는 소비자의 스마트폰에 생성된 바코드를 판매자가 스캔하는 소비자 QR결제방식을 점차 확대할 계획이다. 서울시 제로페이추진반 측은 올해 안에는 POS기를 갖춘 일반 점포에도 소비자 QR결제방식 도입을 확대할 예정이라며 향후 NFC 결제방식 등 다양한 결제방식을 도입해 결제방식을 더욱 간소화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민간 간편결제 시스템의 결제방식은 제로페이와 동일하지만, 사용자들에게 보다 다양한 기능과 혜택을 제공한다. 최공필 한국금융연구원 자문위원은 기존 간편결제 시스템은 사용자들에게 보너스 포인트, 쿠폰, 마일리지 등을 제공한다제로페이는 소득공제 말고는 소비자들에게 큰 유인책이 없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민간 간편결제 시스템은 송금, 투자, 영수증, 공과금 납부, 환전 등 여러 기능과 혜택을 제공한다. 이에 서울시 제로페이추진반 측은 제로페이 활성화를 위해 소비자 편의성 제고와 혜택 제공이 중요한 숙제라는 점을 인지하고 있다서울시 공공시설 할인 등 다양한 유인책을 마련하고 있다고 밝혔다.

  현재 서울시는 40% 소득공제를 제로페이를 통해 소비자가 받는 대표적인 혜택으로 홍보하고 있다. 그러나 소득공제가 적용된 신용카드(15%), 체크카드(30%)와의 형평성 문제가 있다.

 

직접적인 개입보다는 우회적 지원 필요해

  제로페이에 대한 비판과 부정적 여론이 지속되고 있음에도 정부와 서울시는 제로페이 활성화를 위해 노력 중이다. 올해 제로페이 홍보와 가맹점 유치에 예산 98억 원을 책정했고, 제로페이 활성화를 위해 추가경정예산 76억 원이 배정된 상태다. 또한 지난 71일부터 개정·시행된 국고금관리법시행규칙에 따르면 하반기부터 업무추진비, 물품구입비, 여비 등 관서운영 경비 지급에 사용되는 정부구매카드에 제로페이가 추가됐다.

  서울시는 결제 수수료 부담 완화를 위해 계속해서 제로페이를 성장시키고 있다. 모바일 결제시장이 확산하고 있는 사회적 흐름에 따라 제로페이가 신용카드의 대체 결제수단이 될 것이라는 전망에서다. 서울시 제로페이 추진반은 협상력이 떨어지는 자영업자들이 과도한 수수료를 부담하는 경우가 많다이미 민간 결제시장에서는 불공정한 시장실패가 발생했기에 공공이 일정 부분 개입해 공정한 시장을 만드는 마중물 역할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제로페이가 정부의 과도한 시장 개입이라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이경전 교수는 수수료율은 사업전략 관점에서 사업자가 스스로 정하는 것이라며 정부가 만든 제로페이에만 40%의 소득공제를 해주는 것은 민간기업과 불공정한 경쟁을 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최공필 자문위원은 정부가 직접 나서서 시정하려는 모습은 시장경제의 근간을 해치는 부작용을 초래한다기존 신용카드와 같이 철저하게 시장영업으로 생존하는 다른 업자들에게 불공정한 요인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정부가 직접적으로 시장에 개입하기보다는, 동등한 경쟁 상황에서 간접적인 지원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최공필 자문위원은 소상공인의 수수료 부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사회적 기업을 설립해 우회적으로 지원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제로페이 뿐만 아니라 현재 핀테크 업체에서 관심 있게 지켜보고 있는 지급결제 시장 자체를 활성화시켜야 할 필요도 있다. 장호규(충남대 경영학과) 교수는 소상공인을 위한 제로페이에만 머무르는 것이 아니라 더 높은 수준의 종합적인 시스템으로 나아가야 한다소상공인들이 제공하는 정보들, 사람들이 거래하는 습관 등 빅데이터를 활용한 프라이빗 블록체인 네트워크를 도입하는 것이 방안이 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도입된 지 반년이 된 제로페이는, 아직 성과가 나타나지 않은 가운데 새로운 과제에 맞닥뜨리는 중이다.

 

김군찬 기자 alfa@

사진전남혁 기자 mik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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