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12-04 16:41 (수)
[기고] 결제시장의 공정경쟁 여건 조성에 주력해야
[기고] 결제시장의 공정경쟁 여건 조성에 주력해야
  • 김군찬 기자
  • 승인 2019.09.07 16:5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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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로페이와 정부의 대응 방향
이재연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이재연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요즘 시내버스를 타거나 거리를 돌아다니면서 가장 많이 접하게 되는 광고 중의 하나가 제로페이 광고다. 제로페이의 가장 큰 특징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많이 사용되는 신용카드 결제방식 대신, QR코드를 이용해 결제 즉시 결제대금이 고객의 계좌에서 가맹점 계좌로 이체되는 방식을 이용한다는 점이다. 
 

서울 시내를 다니다 보면 관공서 주변에서 제로페이를 홍보하는 입간판 등을 쉽게 볼 수 있다.
서울 시내를 다니다 보면 관공서 주변에서 제로페이를 홍보하는 입간판 등을 쉽게 볼 수 있다. 이수빈 기자 suvvin@

 

신용카드 주도 지급결제시장의 장단점

  우리나라의 신용카드 사용액은 1999년 IMF 외환위기 직후 정부의 활성화정책과 카드사의 적극적 마케팅에 힘입어 급속하게 확대됐다. 신용카드 사용액이 민간소비지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999년 15.5%에 불과하였으나 불과 10년만인 2009년에 50%를 넘어섰다. 작년 말에는 신용카드 사용액이 664조 원으로 76.6%를 기록하였고, 여기에 체크카드 사용액을 포함할 경우 96.0%에 달한다.

  신용카드의 광범위한 사용은 우리 사회에 여러 가지 혜택을 제공하고 있다. 카드회원은 상당한 규모의 현금을 소지하지 않아도 한 장의 카드만 가지고 다니면 현금분실 걱정이나 큰 불편 없이 필요한 물건을 구매할 수 있다. 한편 가맹점은 고객의 신용카드 사용 확대로 매출이 확대되고 외상 매출 축소 등에 따라 관련 손해도 줄어든 것으로 파악된다. 정부 또한 신용카드 등 전자지급수단의 사용 확대에 따라 현금사용량이 줄어들면서 세원 투명화의 정책목표를 달성할 수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신용카드는 우리 사회에 여러 혜택을 제공하고 있으나, 이 과정에서 높은 비용이 발생하는 문제점이 있다. 신용카드사는 고객으로부터 카드결제대금을 받기 전에 가맹점에 물품대금을 선지급하기 위한 자금을 조달해야 하고, 카드회원 부실에 따른 대손 및 위험관리 비용을 부담하여야 한다. 이에 더하여 신용카드사들이 고객들로 하여금 자사카드를 사용하도록 유도하기 위해 경쟁적으로 제공하는 할인서비스 등의 보상(reward)은 카드서비스 제공비용을 더 높이고 있다. 또한 우리나라 신용카드의 경우 카드결제 과정이 비효율적이라는 지적을 받는다. 신용카드사는 IT가 발달하지 않았던 1980년대부터 신용카드 결제에 필요한 승인업무, 매입업무, 전표수거업무 등을 부가통신사업자인 VAN사 등에 위탁해 왔다. 이들 업무의 상당 부분은 2000년대 중반 이후 IT가 발전함에 따라 불필요해지거나 위탁 필요성이 낮아졌으나, VAN사 등의 반발을 고려하여 위탁체제를 유지해 왔다.

  이에 더하여 정부의 신용카드 활성화 정책은 신용카드사에 대한 가맹점의 협상력을 크게 저하시킨 것으로 평가된다. 정부는 신용카드 활성화를 위해 관련 법을 개정하여 소비자 대상 사업자에 대해 신용카드 가맹점 가입을 사실상 의무화하였으며 고객에게 가맹점수수료를 부담시키지 못하도록 했다. 이 결과 카드사에 대한 협상력이 더욱 낮아진 가맹점이 신용카드 서비스 제공비용의 대부분을 부담하여 가맹점수수료가 높아졌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간편결제 등 핀테크의 영향

  최근 정보통신기술의 발전에 힘입어 활성화되고 있는 핀테크는 전 세계적으로 금융시장에 큰 영향을 주고 있다. IT가 발달한 우리나라에서도 예외는 아니어서 핀테크의 발전은 지문 등 생체정보를 이용한 공인인증서의 대체, 상대방 계좌번호를 이용하지 않는 송금 등을 가능하게 하였다. 또한 간편결제는 신용카드 주도의 우리나라 지급결제 시장 발전에 상당한 기여를 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간편결제는 카드결제에 필요한 카드회원 정보를 스마트폰 등 여타 매체에 저장하여 사용하도록 함으로써 카드회원이 여러 장의 카드를 스마트폰에 미리 저장하고 원하는 카드를 선택하여 결제할 수 있다. 또한 인터넷 쇼핑몰에서도 매번 16자리의 카드번호, 4자리의 유효기간, 3자리의 CVC번호를 입력하고 공인인증서의 인증 절차를 밟을 필요 없이, 처음 간편결제에 등록한 신용카드 정보를 이용하여 편리하게 결제할 수 있게 됐다. 이로써 그동안 비효율성 문제가 지적돼 왔던 신용카드 결제프로세스의 효율화 및 카드사의 비용 절감을 통한 가맹점수수료 인하도 가능해질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지급결제수단 역할에 대한 종합적 검토 필요

  작년 말 도입된 제로페이는 이러한 간편결제의 발전 및 중국의 QR코드 결제 열풍의 영향을 받아 소상공인의 가맹점수수료 부담을 낮추기 위해 제공되기 시작했다. 또한 소비자의 사용을 유도하기 위해 연말정산 시 일정규모 이상의 제로페이 사용액 중 40%를 과세대상 소득에서 제외하는 소득공제 혜택을 부여하기로 하였다.

  그러나 이러한 소득공제 혜택만으로는 신용카드가 제공하는 각종 보상(reward)에 익숙해진 소비자를 유도하는데 충분하지 못한 것으로 판단된다. 현재 신용카드사는 2013년 이후 계속되는 가맹점수수료 인하에도 불구하고, 보다 많은 고객확보를 위해 막대한 비용을 사용해 할인 등 카드결제에 대한 보상을 제공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가맹점수수료를 거의 받지 않아 소비자에게 소득공제 혜택만을 제공할 수 있는 제로페이가 활성화되기는 쉽지 않다. 그렇다고 해서 소득공제 혜택을 더 확대하거나 신용제공 기능을 부여할 수는 없을 것으로 판단된다. 정부의 과도한 시장개입은 의도치 않은 부작용을 유발할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정부는 과거 신용카드 활성화 정책 수행과정에서 협상력이 크게 약화된 가맹점을 보호하기 위해 가맹점수수료 산정에 개입하고 있으며, 이 결과 가맹점수수료는 지속적으로 낮아지고 있다. 현재와 같은 상황에서 정부의 시장개입은 타당한 것으로 판단되나, 장기적인 개입은 또 다른 부작용을 유발할 위험이 있다. 현재 신용카드사들은 가맹점수수료가 지속적으로 인하되면서 신용판매를 통한 수익이 감소함에 따라, 신용카드 수납 가맹점의 범위를 확대하는 한편 금융상품 판매 확대를 위한 고객확보를 위해 마케팅경쟁을 강화하고 있다. 이는 신용카드사들이 카드결제에 대한 보상 강화를 통해 자사 고객을 확보하여 금융상품 판매를 확대하려는 의도인 것으로 판단된다. 이 과정에서 지급결제시장에 진입하는 제로페이와 같은 새로운 지급결제수단이 소비자에 대한 경쟁력을 잃고 어려움을 겪게 되는 것이다.

  따라서 정부는 가맹점 보호를 목적으로 무조건 수수료 산정에 대한 개입을 확대하기보다는, 새로운 지급결제수단이 시장에서 여타 지급결제수단과 공정하게 경쟁하는 여건을 조성하기 위해 개입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서 현재 우리나라에서 사용되고 있는 신용카드, 체크카드, 제로페이 등 각각의 지급결제수단이 지급결제시장에서 어떠한 역할을 담당해야 하는지에 대한 종합적인 검토가 필요하다. 또한 정부는 신용카드 시장개입에 대한 최종 목표를 ‘건전하고 건강한 경쟁적 신용카드 시장의 구축’으로 정하고, 그동안 불가피하게 시장실패를 야기해온 요소들을 해소할 수 있는 환경조성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 경쟁적 시장구축을 통한 지급결제시장의 효율화는 소비자, 가맹점, 금융회사 등 다양한 시장참여자의 이해관계에 따라 단기적인 유불리를 달리하겠지만, 장기적으로 지급결제시장의 발전을 통해 시장참여자의 이익에 부합할 수 있을 거라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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