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11-18 11:11 (월)
부진한 한국문학, 젊은 작가 지원이 활로 될까
부진한 한국문학, 젊은 작가 지원이 활로 될까
  • 최현슬 기자
  • 승인 2019.09.08 15:3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글 쓰다가 굶어 죽으려고?” 드라마와 영화 속, 작가가 되겠다는 자식을 부모님이 말릴 때 흔히 하는 말이다. 설마 굶어 죽기까지 하겠어라며 웃고 넘기지만, 작가 지망생과 대부분의 문인에게 열악한 우리나라의 창작환경은 씁쓸한 현실이다. 한국 현대문학이 마주한 막중한 고민 속에서도, 등단하기 위해 수십 수백 편을 습작하고, 또 등단 후에도 치열히 글 쓰는 젊은 작가들이 있다.

 

줄어드는 문학 소비, 불안정한 창작환경

  “문학은 배고픈 거지를 구하지 못한다. 그러나 문학은 그 배고픈 거지가 있다는 것을 추문으로 만들고, 그래서 인간을 억누르는 억압의 정체를 뚜렷하게 보여준다. 그것은 인간의 자기기만을 날카롭게 고발한다.” 김현 평론가의 저서 <한국 문학의 위상>의 한 구절이다. 예술적 형식을 통해 인간 감각의 지평을 넓혀 새로운 경험을 선사하고, 더 나아가 한 시대를 표상하고 고발하는 문학의 가치는 고대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수없이 강조돼 왔다.

  한국 현대문학은 19세기 중반 이후부터 오늘날까지의 국내 문학을 뜻한다. 근대화를 배경으로 성립된 현대문학은 봉건제도와 관습이 붕괴되는 역사와 함께해왔다. 박형서(문화스포츠대 미디어문예창작학과) 교수는 현대문학은 당대를 반영하는 경우가 많아, 독자로 하여금 우리의 역사와 삶에 대한 문제를 깊이 생각하게 한다고 소개했다. 양한아(전북대 수의예19) 씨는 문학작품 속 진솔한 이야기를 읽으며 각 세대가 겪었던 아픈 현실, 그리고 우리가 풀어야하는 과제에 대해 생각해보곤 한다고 말했다.

 현대문학이 지닌 다양한 가치에도 불구하고 문학 소비는 날로 위축되는 실정이다. 한국문학번역원의 ‘2018 문학실태조사결과에 따르면 문학도서 평균 발행 부수는 20072235부에서 20171229부로 절반 가까이 줄었다. 강헌국(문과대 국어국문학과) 교수는 문학의 대중적 경쟁력이 음악이나 영상 같은 대중예술보다 현저히 떨어진 게 원인이라며 문학 독자층이 점차 소수의 마니아 집단으로 축소되는 것이 오늘날의 현실이라 지적했다. 이외에도 전문가들은 입시위주 교육환경, 심각한 취업난 등 좀처럼 사람들이 책 읽을 여유를 찾기 힘든 현실을 문학 소비 침체의 주된 원인으로 들었다.

  문학 소비가 크게 부진한 한편, 불안정한 창작환경은 국내 문인의 삶을 위협하고 있다. 3대 문인단체(국제펜한국본부, 한국문인협회, 한국작가회의)와 한국예술인복지재단에 등록된 문인의 평균 연간 수입은 2017년 기준 1840만 원으로, 당해 근로자 평균연봉 3475만 원의 절반 에 그쳤다. 그중 1000만 원 미만 소득 구간에 해당하는 문인이 43.4%로 가장 많았고, 7%의 문인은 전혀 소득이 없었다. 또한 한국작가회의에 따르면 창작 원고료 수입이 월 30만 원에도 못 미치는 문인들이 63.8%, 대다수 문인들에게 전업 작가로서의 삶은 불가능할 정도로 창작현실이 열악한 것으로 드러났다. 오빛나리 작가는 문인 평균 월급이 중학생 당시 고교 문예창작과 입시를 위해 다닌 학원비와 비슷한 금액이라며 굉장히 힘든 현실에서 문인이 작품활동을 이어간다고 말했다. 황원갑 역사소설가 또한 이름 있는 문학지조차 70매 단편소설 원고료가 30만 원에 불과할 정도로 전체적인 재정 기반이 형편없다원고료 수입이 사실상 없어 우리나라 문인은 거의 다 가난하다고 밝혔다.

 

턱없이 좁은 등단의 문

  한국문학번역원에 따르면 문인이 꼽은 한국문학의 내부 문제 1위는 폐쇄적인 문학 권력(81.9%)’이다. 한국 문단의 폐쇄성으로 지적되는 가장 대표적인 원인이 등단제도이다. 등단제도란 아마추어 작가들이 신춘문예나 문예지 신작모집에 응모해, 작품이 당선되면 작가로서의 자격을 부여받는 한국 문단 특유의 제도다. 정명교(연세대 국어국문학과) 교수는 문학 지망생은 현재 문인 수에 비해 10배 이상이라며 등단의 문이 워낙 좁다 보니 서운함을 합리화하려 폐쇄성이라는 말이 나오는 듯하다고 설명했다. 황종연(동국대 국어국문·문예창작학부) 교수는 일정 수준을 갖춘 이에게 자격을 부여하는 것은 모든 사회의 특성이라며 문학사회 또한 등단의 자격을 부여하는 데 심사숙고의 과정을 거친다고 밝혔다.

  다만 전문가들은 현행 등단제도에 대한 불신을 해소하기 위한 자체적 개선의 필요성에는 공감했다. 정명교 교수는 비평가 집단이 공모자와 독자 모두가 납득할만한 공정하고 성실한 평가를 해야 한다논리적인 분석, 공감에서 비롯된 해석, 그리고 최종적으로 독자가 납득할 수 있는 설명이 모두 채워진 평가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오혜진 평론가는 동일 심사위원이 반복적으로 심사하지 않도록 해, 특정 성향과 가치관이 수상 전반에 지나치게 반영되지 않도록 제도화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오직 등단만이 문학을 할 수 있는 조건처럼 간주하는 문학계의 풍토가 문제라는 의견도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오혜진 평론가는 신춘문예나 신인상 공모에 당선되지 못하면 문인으로 인정하지 않는 분위기가 한국문학계에선 만연하다고 밝혔다. 등단제도가 유발하는 극단적인 경쟁도 문제로 지적된다. 7회 대산대학 문학상으로 등단한 남윤수 작가는 문학에 우열을 매긴다는 건 인간보편의 문제에 등급을 매기고 우월성을 따지려는 것이라며 예술인이 예술 자체에서 행복을 느끼는 게 아니라 수상과 등단만을 갈구하게 한다고 지적했다.

  이에 미디어 환경이 변화하며 등장한 새로운 창구들이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다. 특히 기성문학세계보다 훨씬 탈권위적이고 모바일친화적인 웹소설은 신흥 문화콘텐츠로 발돋움했다. 2016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의 출판 산업 실태조사에서 웹소설 매출은 2015193억 원에서 다음 해 333억 원으로 73%나 증가했다. 웹소설 시장뿐 아니라 일간 이슬아와 같은 웹을 통한 출판, 그리고 개인이 메이저 출판사나 대형서점을 거치지 않고 출판물을 유통시키는 독립출판 문화가 유행하며 아마추어 작가들이 글을 게재할 수 있는 통로는 날로 다양해지고 있다. 박형서 교수는 등단제도의 문제점은 오랫동안 논의돼왔지만 그동안 마땅한 대안을 찾긴 어려웠다면서 기존 체계보다 훨씬 개방적이고 자유로운 창구들이 자리 잡은 만큼 등단제도의 권위가 떨어질 것이라 전망했다.

 

젊은 작가 지원 위한 노력 활발

  등단을 한 이후에도 젊은 작가의 고민은 끝나지 않는다. 수고에 비해 수입이 적을 뿐 아니라 발표지면이 부족해 작품을 발표하기 쉽지 않아서다. 이에 최근에는 정부차원에서 신진 작가들의 활로를 모색하기 위한 다양한 방안을 시행하고 있다. 20168월부터 문학진흥법의 시행으로 문인 지원규모가 확대되며 신인 작가 창작지원이 활성화될 것으로 보인다. 그 일환으로 한국문화예술위원회는 지난 5월부터 문화예술진흥기금 신규 사업으로 청년예술가 생애 첫 지원사업을 시행해, 등단 이후 활동하는 만 39세 이하 문인들의 창작경비를 지원하는 등 젊은 작가들의 창작활동의 기회를 확대하기 위한 노력을 진행하고 있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 문화지원부 강보경 차장은 취재 및 조사 등 작품 활동을 위한 사전준비와 작품 발표에 필요한 원고료 일부를 지원하고 있다젊은 문인의 창작 기반에 보탬이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이외에도 문화체육관광부는 2018년에 문학진흥기본계획을 발표해 우수문예지 발간지원 사업을 진행하고 신진 작가를 위한 전문 출판·편집 컨설팅 제공을 계획하는 등 창작 활성화를 위한 기반을 다양하게 구축하고 있다.

  2018 문학실태조사 결과 문학 소비 관련 대부분의 수치는 내리막이었으나, 문학상의 수는 현재 500개 정도로 크게 증가했다. 그 중에서도 가장 인지도가 높은 것이 2010문학동네가 선정하기 시작해, 올해로 10주년을 맞은 젊은작가상이다. 젊은작가상은 등단 10년 이내의 작가가 발표한 중·단편소설을 대상으로 수상작을 선정한다.

  올해 대상을 수상한 박상영 작가의 작품은 동성애를 주 소재로 해 사람들의 이목을 끌었다. 오혜진 평론가는 최근에는 성별·성적선호·장애 등 억압 요소에 대한 대중의 민감도가 높아졌다기존 권력질서와 체계에 관한 질문이 작가나 독자로부터 강력하게 제기돼 좋은 문학에 대한 생각도 많이 바뀌었다고 말했다. 정명교 교수는 문학상은 좋은 작품을 대중에게 알리고 상금을 주면서 작가의 의지를 북돋는 좋은 기제라며 늘어나는 문학상이 한국문학의 발전으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문학상을 수여하는 주체가 스스로 뚜렷한 문학적 이념과 정밀한 문학관을 갖출 필요가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최현슬 기자 purinl@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