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신문 1881호는 두툼하면서 묵직했다. 연례행사인 정기전이 한 달 앞당겨진 탓도 있겠지만, 법무부 장관 후보자 검증 과정에서 불거진 논란이 고려대를 호명했기 때문일 것이다. 고려대 학생사회는 이에 응답했고, 고대신문은 그 전모를 충실히 기록했다. 기사에서는 현장의 목소리가 생생하게 느껴졌고, 집회 전후 과정이 일목요연하게 정리돼 사건의 전말을 쉽게 이해할 수 있었다. 더불어 집회가 열리는 과정에서 총학을 향해 제기된 비판 등을 소상히 취재해 학생사회의 동향에도 기민하게 반응했다. 세 면에 걸친 캠퍼스 내 집회 관련 보도는 기록의 주체로서 언론이 해야 할 역할을 잘 보여줬다.

  정기전 특집 보도를 보면서는 부러움과 아쉬움이 교차했다. 매년 같은 특집을 보도하는 연세춘추 입장에서 정기전 특집은 기시감과의 싸움이다. 과거에 이미 보도된 내용을 피하면서 참신한 소재로 독자의 흥미를 끌기란 쉽지 않다. 그런 의미에서 고대신문의 정기전 특집 보도는 기시감과의 싸움에서 소기의 승리를 거둔 것으로 보인다.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축구부 서포터즈의 노고에 주목하고, ‘동네 사람에게 정기전에 얽힌 추억을 듣는 등 스포츠 경기 외의 주변을 따뜻하게 포착하는 시선이 돋보였다. 다만 대학스포츠의 부진 원인을 분석하는 기사는 아쉬웠다. 허재 전 농구 국가대표팀 감독의 출신 대학이 연세대로 오기됐고, 대학스포츠의 순기능 중 하나로 안정적인 엘리트 선수 공급을 든 대목은 근거와 주장이 매끄럽게 연결되지 않아 납득하기 어려웠다

  굵직한 보도 외에 사회면의 초상권과 언론 자유기사는 시의적절한 주제에 비해 논지 전개가 아쉬웠다. 최근 우리 사회에 충격을 준 강력범죄 사건 이후 수면 위로 떠오른 논쟁을 기사화한 점은 긍정적이나, 취재원 간 설왕설래에 그쳐 기자의 통찰을 드러내지 못한 점은 안타깝다. 상충하는 입장을 중계하다 기사를 급하게 마무리 짓다 보니 피상적인 결론에 이를 수밖에 없었다. 문화면의 리워드 앱기사는 사람들이 리워드 앱을 사용하는 동기와 리워드 앱의 문제점 등을 총체적으로 잘 드러냈으나, 문화면에 실리기 적합한 소재를 다뤘는지는 의문이 든다. ‘학자와의 티타임은 신경교육학이라는 생소한 분야를 소개하며 긍정적인 학습 환경의 조건을 제안했다. 지식을 가르치고 배우는 대학에서 학교의 바람직한 미래상을 제시했다는 점이 고무적이다.

  장관 후보자 검증이 불러온 사상 초유의 논란에 세간의 이목이 고려대를 향하고 있다. 달갑지 않은 쓴소리에 기자들의 어깨가 움츠러들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이럴 때일수록 고대신문은 자기중심을 굳건하게 지키며 목소리를 내야 한다. 진영논리가 불러온 난맥상에 휩쓸리지 말고 냉철하게 사건을 바라보길 바란다. 연일 뜨거운 논쟁이 반복되는 시국에 고대신문의 차가운 지혜가 힘을 발휘하길 기대한다.

 

박건(연세춘추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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