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풍 ‘링링’의 북상으로 2019 정기 고연전 2일차 일정이 취소됐다. 이로써 2019 정기 고연전은 야구와 빙구에서 아쉽게 패배했지만, 농구에서 짜릿한 승리를 거두며 마무리됐다.

  작년 야구 취소에 이은 럭비와 축구 경기 취소. 경기장도 바뀌어 혼란스러운 가운데 소나기도 오락가락 내렸다. 셀 수 없는 변수들로 양교 학생들의 정신을 쏙 빼놓은 2019 정기 고연전, 놓칠 수 없는 고연전의 순간들을 되짚어봤다.

 

#1. “이번엔 비 올 줄 알고 우비도 챙겨왔어요!”

  고연전 전날 세차게 내린 비는 작년 고연전 야구 경기 취소의 악몽을 떠올리기 충분했다. 행여나 올해도 취소될까봐 밤잠 설친 학생들은 경기 당일, 비가 그친 하늘을 보고 한걸음에 달려왔다. “야구 경기 보고 싶어서 새벽에 잠도 못 자고 일기예보만 봤어요.” 비 내리지 않는 야구 장에 왔다는 것만으로 전상훈(공과대 신소재18) 씨는 승리의 미소를 지어 보였다.

  하지만 경기 도중 갑자기 내린 소나기는 온 경기장을 물바다로 만들었다. 자칫하다간 경기가 취소될 수도 있는 상황, 다행히 잠깐 내리고 그치자 학생들은 가슴을 쓸어내리고 다시 응원을 이어나갔다. “이번엔 비 오면 비 오는 대로 응원하려고 우비도 챙겼어요.” 백예림(문과대 사학18) 씨의 준비성이 빛나는 순간이었다. 어느샌가 관중석에 삼삼오오 모인 우비 소년, 소녀들은 빗방울 하나 신경 쓰지 않고 대차게 온몸을 흔들었다.

 

#2. 빙구 차등 입장에 학생들 ‘혼란’

  날씨만큼이나 학생들을 당황하게 했던 건 티켓 종류에 따른 차등 입장이었다. 도장이 찍힌, 총학생회가 학생 몫으로 배분한 표와 다른 경로를 통해 구한 도장이 찍히지 않은 표에 차이를 두고 30분의 입장 간격을 놓은 것이다. 이에 빙구 경기 입장을 위한 줄이 두 줄로 갈리고, 이를 본 학생들은 당혹감을 감출 수 없었다.

  입장 대기 중 입장 줄을 관리하던 총학 관계자에게 항의하는 모습도 눈에 띄었다. 김아름(정경대 행정15) 씨는 빙구선수를 통해 초청권을 전달받았지만, 빙구 표가 모두 초청권으로 인쇄됐고 도장이 찍혀있지 않다는 이유로 제시간에 입장하지 못했다. “제가 암표를 산 것도 아니고 정당한 루트를 통해서 받은건데 이렇게 차별을 두는 건 불의하다고 생각해요.”

  고연전 입장관리를 담당하는 총학생회와 체육국이 차등 입장이라는 결정을 하게 된 건 학생에게 할당된 좌석만큼은 학생 몫으로 배분된 표를 가진 학생들이 우선적으로 앉아야 한다는 판단 때문이었다. 하지만 이 결정이 고연전 당일 새벽 학생들에게 알려졌고, 차등 입장 여부를 따지기엔 도장의 유무라는 기준이 분명치 못하다는 불만이 이어졌다.

 

#3. 압도적 승리에 붉게 물들다

  11점 차 압도적 승리, 작년 역전패를 설욕하듯 고대 농구부는 역전 한 번 내주지 않고 승기를 드높였다. 그 역사가 쓰인 곳은 우리에게 익숙한 잠실실내체육관이 아닌 장충체육관이었다. 33년 만에 서울에서 열리는 전국체전의 영향으로 고연전 농구 경기의 무대가 된 장충체육관, 3분의 1로 줄어든 좌석수만큼이나 비교적 아담한 규모로 양교 학생들을 맞이했다.

  잠실실내체육관보다 규모가 작았지만, 경기에 집중하면서 응원하기엔 더없이 좋은 조건이었다. “확실히 경기하는 게 잘 보이네요.” 정신유(공과대 건축사회환경17) 씨는 처음으로 고연전 승리의 현장을 두 눈에 또렷이 담았다. 좁다고는 하지만, 승리의 기쁨을 만끽하며 방방 뛰기엔 충분했다.

 

#4. 직관은 못해도, 민광에서 함께!

  승리의 열기는 민주광장에서도 이어졌다. 경기장이 잠실종합운동장에서 목동종합운동장과 장충체육관으로 바뀌면서 스크린 중계도 현장이 아닌 민주광장 자유마루에 자리 잡았다. 고려대가 1쿼터부터 10점 이상의 점수 차를 내며 기세를 보이자 자유마루에 모인 200여 명의 학생들은 응원가를 부르며 선수들의 움직임 하나하나에 열렬히 호응했다. 고려대의 승리가 확정되자 학생들은 너나 할 것 없이 땅바닥에 주저앉고 뱃노래를 열창한다.

  현장에서 중계를 맡은 이도, 스크린으로 ‘직관’을 대신하는 사람도 만족스러운 표정이다. KUBS 장민승(문과대 영문18) 씨는 “예상보다 많은 학생이 찾아와서 중계하는 우리도 신난다”며 “다음 고연전도 더 열심히 준비해야겠다고 생각했다”라고 말했다. 표를 구하지 못해 스크린 중계를 관람했다는 윤서빈(정경대 정외17) 씨는 “생각보다 잘 정비 된 것 같아 좋았다”며 “응원단이 있었으면 더 재미있게 즐겼을 것 같다” 고 전했다. 2019 고연전 1대 2라는 결과가 무색하게, 민주광장의 열기는 그 어느 때보다 후끈했다. 그러니 아쉬움은 없다. 마지막에 웃는 자가 진정 이기는 거니까.

 

박성수·이선우 기자 press@

사진│양가위 기자 fleet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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