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세정 미디어학부 교수

  우리는 누구에게 영향을 받을까? 최근 많은 관심을 받는 인플루언서(influencer)는 다른 사람들에게 영향력을 가진 개인들을 지칭한다. 사람들의 의견과 선호에 영향을 미치는 사람들은 언제나 있어왔지만 ‘인플루언서’가 새롭게 주목 받는건 미디어 환경의 변화와 함께 누구나 인플루언서가 될 수 있으며 다양한 영역에서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레거시 미디어 시대에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수용자로서 일방향으로 전달되는 콘텐트를 수동적으로 받아들였다면, 디지털 미디어 시대에는 생비자(producer와 consumer의 합성어)로서 누구나 콘텐트를 능동적으로 소비하고 전달할 뿐 아니라 제작할 수 있다.

  유튜브,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트위터, 틱톡 등 다양한 디지털 플랫폼을 통해 수많은 개인들이 게임, 패션, 뷰티, 요리, 스포츠, 음악, 시사 등 다양한 영역에서 자신의 경험, 지식, 의견, 관심사를 담은 콘텐트를 자유롭게 제작하고 공유하며 다른 사람들과 소통한다.

  구독자 혹은 팔로워의 규모에 따라 인플루언서는 메가(mega), 매크로(macro), 마이크로(micro), 나노 인플루언서(nano influencer)로 나뉜다. 메가 인플루언서는 흔히 우리가 ‘셀럽(celeb)’이라고 부르는 유명인들을 의미하며 수십만에서 수백만에 이르는 사람들에게 영향을 미친다. 매크로 인플루언서는 수만 혹은 수십만 명의 사람들에게 영향을 주는 온라인 카페, 블로그, 유튜브 채널, 페이스북 페이지 등의 운영자나 전문가를 의미한다. 마이크로 인플루언서와 나노 인플루언서는 각각 천 명에서 수천 명, 천 명 미만의 사람들에게 영향을 주는 개인 인플루언서들을 말한다.

  백종원 대표가 개설한 유튜브 채널은 이틀 만에 구독자 백만 명을 돌파했다. 이미 대중적 인지도를 가진 메가 인플루언서의 영향력은 디지털 환경에서도 중요하다. 하지만 소셜 미디어의 특성을 잘 보여주는 마이크로, 나노 인플루언서의 영향력은 더욱 흥미롭다. 작은 규모의 구독자 혹은 팔로워 기반을 가진 이들은 인지도나 전문성은 상대적으로 낮지만 소통이 쉽고 거리감이 적어 공감대를 형성하고 장기적인 관계를 가지는데 유리하다.

  연예인을 비롯한 유명인은 나와 다른 사람이라고 느끼며 이러한 거리감이 매력으로 작용하지만 마이크로, 나노 인플루언서는 내 주변에 있는 친구처럼 편안하고 가깝게 느끼며 친밀감과 진정성이 매력의 핵심이다.

  인플루언서의 영향력은 마케팅적으로도 활용된다. 인플루언서는 자신에게 관심과 호감을 가
진 팔로워들로 구성된 사회관계망을 확보하고 있기 때문에 불특정 다수가 아니라 인게이지먼트(engagement)가 높은 소비자들에게만 메시지를 전달한다. 또한 오랜 시간에 걸쳐 형성된 친밀감과 신뢰를 기반으로 제품이나 서비스에 대한 상세한 설명과 함께 직접 사용해본 경험을 공유하고 솔직하고 친숙한 방식으로 대화를 나눌 수 있다.

  하지만 최근 인플루언서에 대한 우려도 높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인플루언서가 기업이 제공한 이미지나 정보를 게재했지만 대가를 받았음을 알리지 않은 사례들을 적발했다. 또한 판매한 식품에 문제가 발생했을 때 책임있게 대처하지 못해 비난을 받은 임블리와 다이어트보조 제품의 과장광고로 벌금형을 받은 밴쯔의 사례는 진정성이 결여된 인플루언서 마케팅의 문제점을 보여준다. 이들을 외면하고 분노하는 팔로워들은 내가 좋아하고 신뢰하던 가까운 사람이 상업적 목적으로 나를 이용하고 속였다고 느끼고 실망을 넘어 배신감을 경험한다.

  진정성을 기반으로 인플루언서의 책임이 강조되어야 하는 이유다. 하지만 법적 규제와 함께 현명한 소비자로서 우리의 역할도 중요하다. 수많은 인플루언서의 부작용을 막고 순기능을 강화할 수 있는 것은 우리의 관심과 감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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