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적이고 섬세한 가사에 온 정성 다해 귀 기울이고, 자신과 닮은 이야기에 푹 잠겨보기도 한다. 그런데 번잡한 소음 속 그 작은 의미에 온전히 닿을 수 없을 때, 아니 구태여 그를 찾고 싶지 않을 때 선선한 바람과 함께 흘려보내도 괜찮은 노래가 있다.

  싱어송라이터 적재의 앨범 <FINE>에 수록된 ‘우연을 믿어요(적재 작사·작곡)’는 가볍지만
단단한 베이스 기타 선율을 타고 시작한다. “이유는 없어요, 그냥 이렇게 됐을 뿐”이라고 말하는 목소리는 애써 미묘한 감정을 전달하려 노력하지 않는다. “언제나처럼 해왔던 대로 우연을 믿어
요”라며 끝맺는 목소리도 시종일관 담담하다.

  그래서 걸으며 들을 때 더 좋다. 목소리를 풍경에 담아 뒤로 보내도, 경쾌한 기타 소리만은 발걸음과 함께다. 싱어송라이터이기 이전에 기타리스트인 적재이지만, 그의 노래 중에서도 유달리 악기 연주의 묘미가 돋보인다. 목소리 반 악기 반, 앨범 커버도 기타다.

  재즈풍의 진행을 따라 기타 솔로에 다다르고, 이대로 그를 보내야 할지 아니면 그대로 걸어가야 할지 고민하는 찰나. 노래는 “그대가 꿈에 그리던 길을, 그 길을 걸어요”라고 답한다. 지금껏 그래왔듯 ‘우연을 믿으며’ 남은 연주에 발맞춰 걸어가 보자.

김예정 기자 breez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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