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쉽다. 열심히 싸워준 선수들이 고연전에서 진 것도 그렇고, 태풍으로 토요일 행사가 취소 된 것도 그렇다. 이번엔 이기리라 성원했던 학생들은 털래털래 발걸음을 옮겼다. 그래도 고 연전이 좋은 게 뭔가. 경기는 지더라도 푸지게 먹고 마시며 재미나게 어울려 놀았으니 그만이 다. 경기점수가 어떻든 잘 노는 사람이 이기는 거다. 게다가 이번 주엔 추석이 기다린다.

  학내 게시판엔 동아리 포스터가 덕지덕지 붙었다. 신입부원을 모집하기 위해 동아리들은 홍보에 열심이다. 요즘엔 학점 향상, 취업 스펙에 도움될 만한 쓸모가 뾰족하지 않다는 이유로 취미 동아리가 외면받는 경우가 많다. 취업 시장에서 평가받지 못하는 활동은 할 엄두도 내기 어려운 시대다. 그래도 화려한 무대를 준비하는 춤·음악·공연 동아리부터 다양한 취미 생활을 공유하는 동아리까지 학생들의 발걸음을 양팔 벌려 환영하고 있다. ‘잘 노는심리학자 김정운 박사가 이렇게 말했다.

  “심리학적으로 창의력과 재미는 동의어입니다. 제대로 놀 줄 모르면 삶은 재미없고 나와 다른 것에 대한 관용이 없어집니다. 그런 사람은 창의적일 수 없습니다.”

  학생들에겐 이렇게 전한다. “내가 좋아하는 것이 뭔지를 찾아야 해. 지금 내 친구들 다 직장 에서 명예퇴직하고 뭐할지 몰라서 방황해. 백세 시대야. 너무 조급할 필요가 없어.” 그는 바라는 게 구체적일수록 더 행복하다고도 조언한다. 맛있는 거 먹고 싶다는 생각보다 연어 먹고 싶다는 생각이 더 이롭다는 뜻이다. 실로 그렇다.

  연세대 조한혜정 교수는 자녀가 놀기만 하는 걸 답답해하는 부모에게 아이가 삶의 주체성을 찾아가고 타인과 함께하는 걸 배우는 시간이라며 잠시 지켜 봐주길 권한다. 사회가 요구하는 조건들에서 한 뼘 벗어나 원하는 대로 즐기는 경험은 또 다른 행복이다. 그러니 져도 좋다. 잘 논 우리가 이긴 것이다.

 

김태훈 취재부장 foxtro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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