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수한 옷차림에 아직은 앳된 분위기지만, 랩 하는 모습은 프로 못지않다. ‘안병웅은 시들시들한 쇼미더머니시즌 8에 단비 같은 신선함을 선사했다. 1, 2, 3차 경연을 뚫고 올라왔지만, 끝내 프로듀서들에게 방출 당하고 말았다. 반면 경연에서 지고도 패자부활전을 거쳐 프 로듀서들의 선택을 받은 래퍼 중에는 그들 중 몇몇이 이끄는 레이블에 속한 사람도 더러 있었다. 래퍼들의 세계에서도 인맥은 무시할 수 없는 거 같아 씁쓸했다.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의 딸은 한영외고 재학 당시 단국대 의대 연구소에서 2주 인턴을 하며 병리학 논문의 제1 저자로 이름을 올렸다. 웬만한 대학원생도 힘든 의학 논문의 제1저자 등록을 고등학생이 2주 만에 해낸 셈이다. 물론 아직은 부정입시 의혹이기에 섣불리 말 하긴 힘들지만, 딸의 스펙 쌓기에 부모의 연줄이 결정적 도움이 됐다는 사실은 부정할 수 없어 보인다. 비단 조 후보자만의 얘기는 아닐 것이다. TV드라마 <스카이캐슬>이 인기를 끌었던 건, 상류층 자녀들의 소위 기획된 스펙 쌓기가 희극 같은 비극으로 그려졌기 때문이다.

  분야를 가리지 않고 내 사람 챙기는 건 고칠 수 없는 한국인의 특성인가 싶다. 대학입시뿐 아니라 음악경연 프로그램에서도, 기억을 더듬어 보면 작년 평창올림픽에서도 빙상연맹의 파벌 사태가 연일 화제였다. 정정당당한 싸움 끝에 탄생하는 발전이 경쟁의 묘미다. 중요한 건 공정하고 투명한 경쟁이어야 한다는 거다. 피 땀 흘려 일궈낸 성과가 누군가에겐 이미 정해진 결과였다면 그 얼마나 허무한가. 정의라는 최소한의 규칙은 지키자는 거다. 패배의 이유를 납득할 수 있다면 그걸로 충분하다. 우리 사회에도 승자의 함성과 패자의 겸허한 수용이 공존할 수 있기를 바란다.

 

박성수 기자 park@

저작권자 © 고대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