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름의 경계는 언제나 뭉특하다. 어린 아이의 손에 찢긴 솜사탕처럼, 새벽녘에 자욱하게 퍼지는 안개처럼, 명확한 구분이 없는 형체다. 뜨거운 여름의 어느 날, 초등학생인 사촌 동생의 여름 방학 숙제를 도와주다 그림일기의 모든 장면마다 비슷하게 나타나는 형태를 발견하였다. 규칙적이고 굴곡진 타원형의 구름. 그것은 10여 년 전 내가 그린 그림과도 매우 닮아있었다. 어린 날 아이의 시선으로 하늘을 바라보고 그림을 그릴 때, 우린 이기적으로 구름 들을 구획해버리곤 했다.

  우리가 오역해버린 것은 구름의 테두리가 다가 아니다. 흔히들 알고 있는 하늘색은 인공적인 명명일 뿐이다. 그림을 그림에 있어서 흰색과 하늘색의 경계, 우린 그 경계가 필요했고, 아이의 시선에선 그저 직관적으로 하얀 구름과 대비되는 파란 하늘만이 눈에 들어왔을 뿐이다.

  당신에게 하늘은 무슨 색인가? 애초에 하늘에 색이 있던가? 하늘은 색을 잠시 빌리고 다니는 존재이다. 시간에 따라서, 날씨에 따라서, 그리고 가끔은 계절에 따라서 색의 농도를 달리하며 세상에 단 하나도 겹치지 않는 수많은 색 중 하나하나를 교묘하고도 적절하게 빌리고 다닌다. 빨갛고 노랗고 푸르고 검고, 우린 여태 하늘의 시시각각 변하는 색들을 봐왔으면서도 어쩌다 하늘색이라고 부르는 걸까.

  흔히 접하는 색 체계에서 이러한 오역은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사람들은 각자의 편리를 위해 사물의 단편적인 모습을 그 전체 모습인 양 고정하고 인식하며 이름까지 붙여온 것이 아닐까? 지금껏 쉽게 불러왔던 무수히 많은 색들의 이름을 찬찬히 끄집어내어 되짚어보자. 그렇게 우리가 규정해버린 색의 이름에 의문을 던지는 시간이 필요 하진 않을까.

 

이수빈 기자 suvvin@

저작권자 © 고대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