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일상은 가짜뉴스가 판을 치고 포털은 온통 유명 연예인의 스캔들로 도배된 채 흘러간다. 믿을만한 언론사들은 모두 다른 목소리를 내 무엇이 진짜인지 혹은 가짜인지 알아볼 수도 없다. 그 중심에 진실과 거짓의 경계를 파헤치는 신생 언론사 뉴스톱이 자리 잡고 있다. 팩트체크 전문 미디어, 뉴스톱 대표 김준일(신문방송학과 93학번) 교우를 만나 대한민국 저널리즘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물었다.

 

- 뉴스톱은 어떤 미디어인가

 “뉴스톱(NewsToF)‘True or Fake’의 줄임말이다. ‘진실과 거짓을 가른다는 의미다. 동시에 톺아보다라는 뜻을 포함한다. 사실관계를 잘근잘근 썰어 진실을 찾겠다는 의미를 담았다. 뉴스톱에선 기자, 시민사회운동가 등 각계 전문가들이 팩트체커로 활동하고 있다.

뉴스톱은 최초의 팩트체크 전문 미디어다. 다시 말해, 뉴스톱은 이전까지 존재하지 않았던 방식의 저널리즘을 수행한다. 뉴스톱과 같은 미디어가 기존에 없었던 이유로 두 가지를 말할 수 있다. 하나는 이렇게 해서는 살아남기 힘들다는 것, 또 하나는 쉽지 않다는 것이다. 그만큼 팩트체크는 많은 시간과 노력을 필요로 한다.”

 

- 설립하게 된 배경은 무엇인가

 “한국의 저널리즘은 분명 문제가 있다. ‘마마무 화사의 노브라라는 소재만을 가지고 같은 언론사에서 하루에 20~30개의 기사를 내는 사회다. 진실을 추구해야 하는 언론이 사실보다 주장을 쫓고 공익보다 광고를 우선한다. 이에 반론을 제기하는 사람은 드물다. 아무도 대안을 제시하지 않았다. 한국의 저명한 언론학자들조차 걱정만 하고 실현 가능한 대안을 내놓지 못했다. 뉴스톱은 저널리즘의 새로운 실험 모델이다. 정형화되고 검증된 기존의 저널리즘 모델을 그대로 따르지 않고, 질 좋은 뉴스를 생산해 국민의 신뢰를 얻고 돈도 벌 수 있는 새로운 저널리즘 모델을 만들고자 했다.”

 

- 기존 저널리즘과 다른 점은 무엇인가

 “기존 저널리즘 산업의 중심에는 실시간 검색어와 조회수가 있다. 한국 언론에만 있는 독특한 구조다. 조회수가 높을수록 비싼 광고가 붙기 때문에 모든 언론사는 기사의 클릭 수를 높이기 위해 전력을 다한다. 특정 실시간 검색어와 관련한 기사를 하루에 수십 개씩 올리거나, 대기업의 총수 이름을 제목에 넣고 홍보를 명분으로 기업한테 광고비를 받아낸다. 실시간으로 바뀌는 검색어처럼 어뷰징 뉴스는 빠르게 소비되고 버려진다.

반면 뉴스톱은 한국의 시장 경제를 거스르는 방식을 택하고 있다. 기사 하나를 만드는데 하루에서 이틀을 투자한다. 이는 현재 한국의 미디어 시장 경제에 어울리지 않는 방식이다. 대신 뉴스톱에는 가짜뉴스가 없다. 치열하고 집요하게 사실만을 쫓아 독자들에게 기사로 전한다.”

 

- 실험에 입각한 모델이라고 했는데, 2년 넘게 지속할 수 있던 동력이 무엇인가

 “좋은 저널리즘을 실현하고자 했다. 이를 넘어 좋은 비즈니스 모델이 되고자 한다. 좋은 저널리즘을 구현하기 위해서는 좋은 비즈니스 모델이 필요하다. 회사를 운영해온 2년은 사실상 버티기였다. 회사의 생존을 위해서 기존 미디어의 비즈니스 모델을 답습해야 했다. 앞으로는 생존을 넘어 좋은 비즈니스 모델로 성장해 나가고 싶다. 이를 위해 새로운 방식을 계속해서 고민하고 적용해 가는 단계다. 과연 뉴스톱이라는 실험적인 미디어가 한국에서 먹힐 수 있을지는 나도 궁금하다. 성공 가능성이 아예 없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성공하면 성공하는 대로, 실패하면 실패하는 대로 유의미한 데이터가 될 것이라 확신한다.”

 

- 뉴스톱이 정의하는 팩트체크란

 “팩트는 없다. 사람들이 팩트라고 믿을 뿐, 팩트라는 실체는 존재하지 않는다. 팩트체크 저널리즘은 절대적 진실을 추구하는 뉴스가 아니다. 사람들이 가장 합리적으로 느낄 수 있도록 대상을 검증해 보여줄 뿐이다. 진실을 찾는 독자는 팩트체크된 내용을 바탕으로 직접 검증하고 판단해 각자의 진실을 구축한다.

기존의 언론관은 모더니즘에 가까웠다. 기자들이 열심히 취재하고 보도하면 이전까지 도달할 수 없었던 이상향이나 진실에 닿을 수 있다고 믿었다. 지금의 저널리즘은 포스트모더니즘과 유사하다. 기자가 아무리 취재·보도해도 절대적 진실에 도달할 수 없다는 걸 전제한다.

절대적인 진실을 제시하지 않는 대신 기사는 투명해야 한다. 팩트체크에서 가장 중요한 덕목은 투명성이다. 기사는 무엇이 사실인지 말하는 것을 넘어 그 사실이 어디에서 왔는지 명확히 해야 한다. 예를 들어 기사 작성에 참고한 보도자료, 연구 결과, 논문 등을 모두 기사 문장 안에 하이퍼링크를 통해 보여주는 방법이 있다. 독자는 이 기사를 보고 진실로 받아들일지 말지 판단할 것이다.”

 

- 대표적인 팩트체크 사례를 말씀해 달라

 “아주 많은 사례가 있지만, 그중에서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하는 팩트체크 중 하나가 페미니즘 때문에 뉴질랜드가 망했다라는 가짜뉴스를 바로잡은 것이다. 이 가짜뉴스는 치밀하다. ‘뉴질랜드의 4대 권력 기관장을 여성이 내리 연임했고, 여성에게 유리한 법안들을 통과시켜 남성 소득의 80%를 자녀 양육비로 책정했고, 이에 남성들이 결혼을 회피해 뉴질랜드의 결혼률이 전 세계 최하위로 급락했으며, 혼외자식 출산율은 60%를 돌파, 참다못한 뉴질랜드 남성들의 18%가 해외로 탈출해 노동력이 부족해진 뉴질랜드가 망해가고 있다는 거대한 서사를 지닌 주장이다.

너무나 짜임새 있는 주장이다 보니 많은 이들이 실제라고 믿었고 우리나라에서도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빠르게 확산됐다. 뉴질랜드 대사가 난색을 표하기도 했다. 뉴스톱에서는 해당 루머의 사실관계를 해부해 하나씩 팩트체크했다. 대부분 거짓이었다.”

(뉴스톱이 게재한 기사 내용은 다음과 같다. ‘뉴질랜드 역사 중 국가 주요 요인 4명이 모두 여성으로 채워진 적은 2005년 한 번뿐이다. 남자 소득의 80%를 자녀 양육비로 책정하는 법안도 없다. 분담양육을 제공하지 않는 연 소득 45000달러의 남성은 이혼 시 연간 546만 원만 양육비로 내면 된다. 혼인율 저하는 전 세계 추세며 뉴질랜드 혼인율은 OECD 기준으로 낮은 편이 아니다. 남성 18%가 해외로 빠져나간 근거도 없다. 뉴질랜드인은 호주에서 취업하는 경우가 많아 해외로 나가는 남성이 많을 뿐이다. 뉴질랜드 25~69세 인구 중 여성 100명당 남성은 93.86명이다.’ 뉴스톱은 갖은 노력을 통해 잘못된 사실관계를 바로잡을 수 있었다. 이 기사에서도 팩트체크 과정을 상세히 설명했다. 참고: [팩트체크] ‘페미니즘 때문에 망한 뉴질랜드는 거짓 http://www.newstof.com/news/articleView.html?idxno=995)

 

- 저널리즘의 선구자로서, 또 뉴스톱 대표로서 개인적인 목표가 있다면

 “개인적인 목표는 한국 저널리즘 시장에서 뉴스톱을 좋은 비즈니스 모델로서 안착시키는 것이다. 좋은 비즈니스 모델이란 남들이 참고할 수 있는, 성공한 모델을 말한다. 성공의 규모가 크든 작든 뉴스톱의 가치 있는 생존이 목표다. 기존 한국 저널리즘 시장을 장악하고 있던 비즈니스 모델에서 뉴스톱이나 뉴스타파와 같은 매체의 등장은 작은 균열이 됐다. 2, 3의 뉴스톱이 만들어져 저널리즘에 꾸준히 균열을 가했으면 좋겠다.”

 

김영현 기자 carol@

사진제공│김준일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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