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든타임을 사수하라.” 수많은 의료기관이 응급환자를 살리기 위해 촌각을 다툰다. 특히 권역응급의료센터는 환자의 목숨을 구하기 위해 최전선에서 앞장서고 있다. 센터 주변 권역에 있는 응급환자를 진료하고, 재난 상황이 발생하면 현장으로 달려간다. 전국에는 35개의 권역응급의료센터가 있다. 그중 본교 구로병원(원장=한승규 교수) 권역응급의료센터는 이화여대 목동병원과 함께 서울 서남권역을 담당하고 있다.

 구로병원은 구로공단 가까이 위치해 태생부터 응급의료와 밀접한 연관을 맺었다. 산업재해로 응급 외상을 입은 구로공단 노동자가 내원하는 경우가 잦아 응급의료에 필요한 시설과 시스템을 확충해왔다. 두 차례의 시설 확장공사를 거치고 패스트트랙, 턴오버와 같은 시스템을 도입하기도 했다. 오랜 노력 끝에 구로병원은 응급의료에 최적화된 인프라를 구축했다. 현재 구로병원은 서울에 위치한 권역응급의료센터 중 유일하게 응급의료평가 A등급을 받을 만큼 성장했다.

 

구로 노동자와 함께 탄생한 구로병원

 구로병원이 자리한 구로구는 1960년대 조성된 구로공단이 있었기에 각종 제조공장과 노동현장이 많다. 현장에서 산업재해로 상해를 입은 구로공단 노동자들을 위해 정부 당국이 본교에 병원 설립을 요청했고, 1983년 구로병원이 개원했다. 덕분에 외상 환자들은 구로병원에서 빠른 응급처치를 받을 수 있게 됐다. 송은철 구로구 보건소 의약과장은 옛날에는 공단에서 부상자가 나오면 근처에 치료받을 만한 병원이 없어서 멀리 가야 했다구로병원이 생기고 나선 노동자, 지역주민 모두 큰 병원을 찾아 멀리 가지 않아도 돼서 편리해졌다고 전했다. 수익이 많이 나지 않는다는 이유로 응급실에 자원을 투자하기 꺼리는 병원들이 많지만, 구로병원은 오랫동안 응급의료 분야에 많은 투자를 해왔다.

 보건복지부는 201512월 구로병원을 권역응급의료센터로 선정했다. 구로병원은 9개월의 준비 기간을 거친 뒤 20169월 권역응급의료센터를 개소했다. 준비 과정에서 구로병원은 시설을 확장했고, 5명이었던 응급의학과 전문의도 10명으로 확충했다. 윤영훈 구로병원 권역응급의료센터장은 권역응급의료센터가 되기 위한 모든 규정을 만족시키기 위해 9개월 동안 노력했다권역응급의료센터로 선정된 후 병원이 양적으로도 질적으로도 발전했다고 말했다.

 구로병원 권역응급의료센터(센터장=윤영훈 교수)2017~2018년 보건복지부가 실시하는 응급의료기관 평가에서 A등급을 받았다. 2018년에는 서울 소재 권역응급의료센터 중 유일한 A등급이었다. 특히 패스트트랙, 턴오버와 같은 신속한 응급의료 시스템으로 환자의 응급실 체류시간을 줄인 점과 중증외상 환자 진료가 가능하다는 점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다.

 

구로병원 의료진이 신속하게 응급환자를 이송하고 있다.
구로병원 의료진이 신속하게 응급환자를 이송하고 있다.

스피드가 생명효율적인 전산 시스템 구축

 구로병원은 패스트트랙턴오버시스템을 통해 환자가 응급실에 머무는 시간을 평균 30분 이상 줄였다.

 패스트트랙은 외상, 심혈관, 뇌신경 관련 응급환자의 내원을 신속히 알리는 알림 시스템이다. 응급의학과에서 병원 전산으로 패스트트랙을 가동하면, 환자 치료에 필요한 진료과와 유관부서에 알림이 울린다. 그 즉시 관련 진료과의 전문의가 직접 응급실에 내려와 환자를 치료한다. 심혈관, 뇌신경 환자는 골든타임 내에 치료받지 못하면 위험한 상황이 발생할 확률이 높다. 구로병원은 패스트트랙 시스템으로 골든타임을 놓치지 않고 신속히 치료를 성공시키고 있다. 윤영훈 센터장은 과거에는 응급환자가 들어오면 해당 진료과에 전화해 전문의나 전공의를 내려보내게 했다이 과정을 전산화해 훨씬 효율적으로 환자를 치료할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신속한 턴오버 역시 구로병원의 강점이다. 병동에서 병실 현황을 전산으로 입력하면, 원무과에서 응급실에 있는 환자와 병실을 빠르게 매칭하는 것이다.

 기존에는 환자가 병실에서 퇴원하면 병동 간호사가 유선으로 원무과에 알리고, 원무과는 응급실에 연락해 병실이 비었음을 알려줘야 했다. 이 과정에서 입원 병동에 병상이 비어도 응급실에서 이 사실을 바로 알지 못해, 환자를 병상에 보내지 못하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 이는 응급실에 환자들이 계속 적체되는 현상을 초래했다. 새로 들어오는 환자를 받을 응급실 베드가 부족해져 제때 치료할 수 없는 악순환이 이어졌다.

 턴오버 시스템이 생긴 뒤 베드 회전율이 빨라지며 구로병원의 오랜 고민이었던 응급실 환자 적체 문제가 해결됐다. 윤영훈 센터장은 응급의료는 의사들끼리만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라며 간호부나 원무과 등 다른 부서에서 여러모로 도움을 줘 큰 힘이 된다고 말했다.

 

응급환자를 이송하기 위해 헬기를 타러 가는 구로병원 의료진의 모습이다.
응급환자를 이송하기 위해 헬기를 타러 가는 구로병원 의료진의 모습이다.

24시 외상팀, 힘들어도 환자 위해 항시 대기

 중증외상의 경우 치료가 까다롭고 외상 전문의가 반드시 필요해, 응급한 중증외상 환자를 쉽게 받지 못하는 병원이 많다. 구로병원은 중증외상 환자도 가리지 않고 모두 수용한다. 또 최대한 많은 중증외상 환자를 상대하기 위한 설비와 조직을 마련했다.

 구로병원 권역응급의료센터는 헬리포트가 있어 국내 어디서든 빠른 시간에 환자를 헬기로 이송할 수 있다. 구로병원 헬리포트는 매달 1회 이상 이용되는 편이다. 병원 근처 산에서 등산을 하다가 사고를 당한 응급환자가 헬기로 이송되기도 하고, 타 병원에서 중증외상을 치료할 수 있는 전문의가 없을 때 구로병원으로 긴급 이송되기도 한다.

 구로병원에는 ‘24시 외상팀이라 불리는 전문중증외상팀도 있다. 외상전담 전문의를 중심으로 구성된 외상팀이 항시 응급의료센터에 상주하고 있어 24시간 응급 중증외상 수술이 가능하다. 홍기정(서울대병원 응급의학과) 교수는 구로병원을 포함해 서울권 병원에는 중증외상센터가 없다그럼에도 구로병원은 외상팀을 잘 운영해 중증외상 치료의 공백을 메우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24시 외상팀이 병원에 항시 상주해 중증외상 환자들을 살리기 위해 노력하지만, 응급의학과 전문의는 인력 부족으로 항상 과로에 시달리는 상황이다. 박인영 구로병원 권역응급의료센터 수간호사는 의사와 간호사 모두 24시간 응급실을 지켜야 하므로 체력적인 한계를 느낀다고 토로했다. 홍기정(서울대병원 응급의학과) 교수는 우리나라 응급의학과 전문의 수는 선진국에 비해 턱없이 부족하다미국의 경우 고려대처럼 3개 병원을 가진 대학병원에 100명 이상의 응급의학과 전문의가 있다고 설명했다.

 현실적 어려움 속에서도 구로병원은 언제나 최선의 노력을 기울인다. 구로구청, 구로소방서, 구로경찰서 등 지역 응급의료기관과 협력해 주기적으로 재난대응 훈련을 실시하고 있으며, 소방대원들에게 응급환자 처치법을 알려주기도 한다. 구로병원의 헬리포트 이용 방법도 소방대원과 응급의학과 의사들이 함께 교육받는다. 윤영훈 센터장은 지역 응급의료기관과의 소통이 부족하면 응급의료체계는 잘 돌아가지 않는다며 지역 기관과 협력해 구로병원을 발전시켜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글 | 김민주 기자 itzme@

사진 제공 | 고려대 구로병원 홍보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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