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12-04 16:41 (수)
성장하는 퍼스널 모빌리티 시장, 안전기준 확립돼야
성장하는 퍼스널 모빌리티 시장, 안전기준 확립돼야
  • 이정환 기자
  • 승인 2019.09.22 16:5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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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융희(남· 27) 씨는 차도에서 전동킥보드를 타다 뒤에서 유턴하는 자동차와 추돌사고가 났다. 사진제공 | 이융희 씨
이융희(남· 27) 씨는 차도에서 전동킥보드를 타다 뒤에서 유턴하는 자동차와 추돌사고가 났다.
사진제공 | 이융희 씨

#. 지난달 19, 이융희(·27) 씨는 도로 마지막 차선에서 전동킥보드를 타고 주행하다 반대편 차선에서 유턴하는 자동차와 추돌 사고가 났다. 추돌한 자동차는 범퍼가 뜯겨 나간 수준이었지만 이 씨는 전치 6주의 큰 부상을 입었다. 이 씨는 몸이 차량에 직접 부딪혀 현재 걷지도 못하고 일상생활에 지장이 생겼다전동킥보드가 아닌 승용차를 타고 있었다면 전혀 다치지 않았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최근 새로운 교통수단으로 전동킥보드를 이용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전동킥보드와 같은 퍼스널 모빌리티(Personal Mobility, 개인형 이동수단)는 편리하고 빠른 교통수단이라는 이용자들의 호응에 힘입어 성장해가고 있지만, 규정이 미비해 여러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공유 서비스와 함께 성장

 퍼스널 모빌리티는 주로 전기를 동력으로 하는 1인용 이동수단을 칭하며, 세그웨이, 전동휠, 전동킥보드, 전기자전거 등이 포함된다. ·단거리를 이동하는 데 용이하고 휴대성이 좋은 퍼스널 모빌리티 시장은 최근 급속히 발전하고 있다. 한국교통연구원은 <2017 마이크로모빌리티 교통정책지원사업>에서 국내 퍼스널 모빌리티 시장 규모가 20166만 대 수준에서 202220만 대 이상이 될 것으로 전망했다.

 퍼스널 모빌리티 시장은 전동킥보드 혹은 전기자전거에 IT 기술을 접목한 공유 서비스와 함께 성장하고 있다. 이미 미국의 라임’, 중국의 모바이크등 해외에서는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을 이용한 퍼스널 모빌리티 공유 서비스가 빠르게 정착했다. 한국은 올해 초부터 대도시와 일부 대학에서 나인투원’, ‘킥고잉을 비롯한 여러 스타트업의 주도로 공유 서비스가 진행되고 있다. 기존의 외국계 공유 서비스 업체도 한국 시장 진출을 계획하고 있는 상태다. 특히 전동킥보드는 전기자전거보다 이동과 보관이 간편하다는 점에서 퍼스널 모빌리티 공유 서비스에서 주목받고 있다. 별도의 거치대 없이 자유롭게 이용하고 반납할 수 있는 도크리스(dockless) 시스템도 강점이다.

 전문가들은 공유 서비스업과 함께 퍼스널 모빌리티 시장이 커지고 있는 이유로 기술의 발전과 이용자들의 수요 충족을 꼽는다. 특히 대중교통에서 내린 뒤 가야 하는 최종 목적지까지의 거리인 라스트마일(Last mile)’에 대한 이동 수요를 퍼스널 모빌리티가 충족시켜준다는 평가다. 김필수(대림대 자동차과) 교수는 배터리 용량 등 관련 기능이 개선되면서 퍼스널 모빌리티가 많이 보급되고 있다퍼스널 모빌리티는 기존의 이동수단이 포괄하지 못했던 틈새를 메꿔줄 수 있는 중요한 매개체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 차두원 연구위원도 퍼스널 모빌리티의 상용화에는 중국 생산 등을 통한 생산단가의 절감이 영향을 미쳤다과거 도보, 자전거, 택시 등이 담당하던 중·단거리 이동을 대체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퍼스널 모빌리티 관련 사업자들은 여객, 물류 운송 등 퍼스널 모빌리티가 일상 속에서 다양하게 활용될 수 있고, 교통체증과 환경 문제도 해결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스타트업 나인투원관계자는 퍼스널 모빌리티의 등장으로 중·단거리를 저비용으로 빠르고 효율적으로 이동할 수 있는 가능성이 생겨났다공유서비스와의 접목을 통해 사람들의 일상 이동을 편리하게 하면서, 동시에 환경 문제까지 개선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증가하는 사고, 애매한 법적 지위

 전동킥보드를 비롯한 퍼스널 모빌리티 이용자가 늘어나면서 관련 사고도 증가 추세다. 한국소비자원에 접수된 전동킥보드 사고 건수는 201684건에서 2017197, 2018233건으로 증가했다. 특히 사고가 날 경우 전동킥보드의 구조적 취약성으로 큰 부상을 입게 될 확률이 높다. 이호근(대덕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전동킥보드는 상대적으로 무게중심을 잡기 어렵고, 오토바이처럼 사고 시 차체가 충격을 받아주는 일이 없어 인체에 직접적인 손상을 입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김필수 교수는 퍼스널 모빌리티는 사람을 보호하는 장치가 따로 없고, 바퀴가 작아서 바닥의 조그만 장애물에 튕겨도 쉽게 쓰러진다가장 취약한 머리를 보호하기 위해 헬멧 착용은 필수라고 강조했다.

 현재 전동킥보드를 안전하게 이용할 수 있는 도로는 전무하다. 퍼스널 모빌리티는 자전거도로를 주행할 수 있는 일부 전기자전거를 제외하고 현행법상 차도로만 통행해야 하기 때문이다. 전동킥보드는 도로교통법상의 원동기장치자전거로 분류된다. 원동기장치자전거는 배기량 50cc 이하(전기를 동력으로 하는 경우 정격출력 0.59kw 미만)의 원동기를 단 차량으로, 이를 이용하기 위해서는 최소 2종 원동기 면허 이상의 운전면허를 소지해야 하고, 자전거도로가 아닌 차도에서만 운행해야 한다. 법무법인 폴라리스 김병언 변호사는 현행법률상으로는 전동킥보드가 이용 방법, 사고의 위험성, 속도제한 등에서만 오토바이와 차이가 있는 정도로, 사실상 오토바이와 동일하다고 봐도 무방하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퍼스널 모빌리티 이용자들은 이러한 법적 지위가 현실성이 떨어진다고 토로한다. 자동차보다 안전성이 낮은데다 속력을 자동차만큼 낼 수도 없기에 차도 통행이 위험하다는 것이다. 이융희 씨는 전동킥보드 이용자들이 차도를 조심해서 다닌다고 안전 문제가 해결될 수는 없고, 속도를 낮추는 조건으로 자전거도로나 인도에서 다닐 수 있게 하는 등의 변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퍼스널 모빌리티 이용자들은 자전거도로와 인도에 올라와 자전거 운전자와 보행자에게 안전상의 위험을 초래하기도 한다.

 

책임보험 가입대상에서 제외돼

 문제는 높은 사고 위험성만이 아니다. 자전거 등 다른 이동수단과 달리 퍼스널 모빌리티를 이용하다 사고를 낼 경우, 보험으로 배상하기 어렵다. 보통 자전거에 의해 교통사고가 나는 상황에서는 사고 가해자가 가입한 일상생활배상책임보험에 의해서 피해자에 대한 배상이 이뤄진다. 그러나 퍼스널 모빌리티를 운행하다 일으킨 교통사고는 그것이 동력이 있는 차량으로 간주되기에 자전거와 달리 사고 발생 시 보험사의 배상 범위에서 배제된다.

 이처럼 퍼스널 모빌리티는 이륜자동차와 유사하게 취급되지만, 자동차관리법상 퍼스널 모빌리티는 번호판 부착이나 등록이 의무가 아니라서 자동차보험이나 운전자보험의 가입 대상이 되지 않는다. 오토바이나 스쿠터의 경우 도로 위에 운행하기 위해서 2012년부터 등록과 책임보험 가입이 의무화됐다. 하지만 보통 속도가 시속 25km 미만으로 설정되는 퍼스널 모빌리티는 등록과 책임보험 가입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 때문에 다수의 퍼스널 모빌리티 운행자가 무보험 상태로 도로를 주행하고 있는 상황이다. 일부 보험사에서는 퍼스널 모빌리티 전용 보험 상품을 출시했지만, 특정 회사의 제품만 가입이 가능하거나 보상금액이 제한돼 있다. 이동신 삼성화재 수석은 공유 서비스 업체나 이용자 개인이 가입한 전용보험이 아닌 이상 사고 시 보험을 통한 배상이 어려워진다등록과 보험가입이 필수인 오토바이처럼 관련 제도가 명확히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퍼스널 모빌리티 공유 서비스를 운영하는 업체들은 보험사와 협력해 서비스 이용자에 대한 보험을 출시하고 있다. 하지만 배상 방식과 배상 한도액이 업체마다 천차만별이고, 보험 가입이 의무가 아니다. 김병언 변호사는 공유 서비스 업체들이 보험에 가입했더라도 사고 보험금이 피해를 구제하기에 적은 경우가 많다아직 관련 법령 정비가 안 돼 있어 사업자들에 대한 보험 가입 강제 역시 시기상조인 상황이라고 말했다.

 공유 퍼스널 모빌리티의 이용자 규모가 확대되면서, 새로운 이동수단인 퍼스널 모빌리티의 문제를 둘러싼 논쟁이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차두원 연구위원은 해외에서는 사고와 불법 주정차 등 공유 전동킥보드의 문제점이 부각돼 샌프란시스코를 시작으로 전동킥보드에 대한 규제가 도입되고 있다글로벌 공유 서비스 업체들의 한국 진출과 국내 기업들의 전동킥보드 물량 확대로 인해 머지않아 서울에서도 유사한 논란이 벌어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정환 기자 ecri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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