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12-04 16:41 (수)
인프라 확보와 법 체계 정비 위해 사회적 합의 필요해
인프라 확보와 법 체계 정비 위해 사회적 합의 필요해
  • 이정환 기자
  • 승인 2019.09.22 17:2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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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자전거 이용 문화가 활성화된 중국의 경우 대도시에서도 자전거 등의 이동수단을 안전하게 탈 수 있는 도로가 잘 조성돼 있다.사진제공 | 차두원 연구위원
1. 자전거 이용 문화가 활성화된 중국의 경우 대도시에서도 자전거 등의 이동수단을 안전하게 탈 수 있는 도로가 잘 조성돼 있다.                                                                                          사진제공 | 차두원 연구위원
일부 이용자들은 공유 전동킥보드를 부적절한 곳에 주차해 보행자들에게 불편을 주기도 한다.
일부 이용자들은 공유 전동킥보드를 부적절한 곳에 주차해 보행자들에게 불편을 주기도 한다.

 

 퍼스널 모빌리티가 시민의 이동생활에 빠르게 도입되자 국회와 정부도 제도적 보완점을 마련하기 위해 서서히 움직이고 있다. 하지만 퍼스널 모빌리티가 안전하게 주행하기 위해서는 기존 제도의 개정을 넘어, 도로 등 인프라의 확충과 새로운 법체계가 요구되는 상황이다.

 

제도 개선 합의했으나 시행은 아직

 퍼스널 모빌리티가 대중화되면서 국회와 정부는 현실과 맞지 않는 법적 지위를 해소하기 위한 노력을 전개하고 있다. 20176월 윤재옥 자유한국당 국회의원은 퍼스널 모빌리티의 지위를 법적으로 규정하는 도로교통법과 자전거이용활성화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개정안은 퍼스널 모빌리티를 원동기장치자전거 중 시속 25km 이하를 전동으로 운행하고 차체 중량이 30kg 미만인 것이라 정의하고, 자전거만을 지칭하던 법조문을 자전거등으로 수정해 기존의 자전거와 비슷한 지위로 취급받도록 하고 있다. 해당 법안은 현재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의 심사를 받고 있으며, 행정안전부 등 관계 부처 간 회의를 통해 간극이 어느 정도 조율된 상태다.

 퍼스널 모빌리티의 법적 지위 확립과 더불어 업계에서는 정부가 주행안전기준을 조속히 정립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퍼스널 모빌리티의 자전거도로 진입 허용과 이용 활성화를 위해서는 전조등, 제동장치, 속도 제한 등에 대한 주행안전기준이 필수적으로 선행돼야 하기 때문이다. 스타트업을 대변하는 단체인 코리아스타트업포럼 정책팀은 안전사고 사전 예방과 함께 사고 발생 시 책임소재를 분명히 하려면 퍼스널 모빌리티 주행안전기준이 필요하다적합한 기준 없이 주먹구구식, 책임을 회피하는 편법으로 운영된다면 국민의 지지를 받지 못할뿐더러 모빌리티 시장의 혁신을 늦추는 부작용을 양산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러한 요구에 발맞춰 올해 3월에는 대통령 직속 4차산업혁명위원회에서 퍼스널 모빌리티 규제 완화를 위한 5차 규제 제도혁신 해커톤을 개최했다. 본 회의에서 정부와 업계, 전문가 등 참석자들은 퍼스널 모빌리티의 주행안전기준을 지정한 뒤 면허 인증 절차를 없애고 자전거도로 주행을 허용하기로 합의했다. 하지만 실제 합의 이행에는 시일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4차산업혁명위원회는 심의 기구일 뿐 집행력이 없어서다.

 현재 정부는 퍼스널 모빌리티의 안전에 대한 연구 용역을 발주했고, 산업통상자원부·국토교통부 등 관계부처 공무원들로 구성된 TF에서 주행안전기준을 논의하고 있다. 국토교통부 신교통서비스과 관계자는 연구용역은 해외의 현황 조사를 통해 퍼스널 모빌리티의 관리 방향을 확립하기 위한 것이라며 이와는 별도로 안전 기준의 보완을 위한 논의를 TF에서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명확한 기준의 부재가 길어질수록 안전사고의 발생 위험이 커진다. 시급한 주행안전기준 마련이 요구되는 또다른 이유다. 이호근(대덕대학교 자동차학과) 교수는 안전을 위한 최소한의 규정은 상품을 파는 업체에 가이드라인이 되기에 빠른 책정이 필요하다제품의 안전성과 함께 우리나라 교통상황의 특성을 어떻게 고려할 것인지 종합적으로 검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자전거 도로 이용도 해답은 아냐

 한편, 합의된 퍼스널 모빌리티의 자전거도로 주행 허용에 대해서 교통사고를 감소하는 효과가 크지 않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한국의 자전거도로 사정이 열악해 퍼스널 모빌리티 이용자들의 실제 활용도가 떨어지고, 보행자와 기존 자전거 이용자의 피해가 우려되기 때문이다.

 한국의 자전거도로는 자전거보행자겸용도로의 비중이 매우 높다.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2017년 자전거도로 총연장 22315km 중 자전거보행자겸용도로는 16901km로 그 비중이 약 76%에 달한다. 보행자와 자전거가 동시에 다니고 있는 자전거보행자겸용도로의 특성상 전동킥보드 이용자와 보행자의 안전사고가 일어날 위험성이 크다. 겸용도로가 아닌 자전거도로 역시 폭이 좁고 안전 펜스도 없으며, 도로가 끊겨있는 지점이 많아 자전거와 퍼스널 모빌리티를 타기에 안전하지 않다고 비판받는다. 모빌리티 전문 매체 라이드매거진이상재 편집장은 한국의 자전거도로는 한강 변 정도를 제외하면 실제 도로 현실과 이용자의 수요를 고려하지 않아 안전성과 활용성이 매우 떨어진다퍼스널 모빌리티의 자전거도로 주행이 허용된다고 하더라도 사고율 감소 효과는 미미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일부 자전거 이용자들도 퍼스널 모빌리티의 자전거도로 진입을 우려하는 분위기다. 두 이동수단의 속력 차이가 사고를 유발할 수 있어서다. 자전거 라이딩을 즐기는 A 씨는 자전거도로에서 전동킥보드만 보면 위험하다 느낀다번호판도 없는 전동킥보드 이용자들을 무분별하게 자전거도로에 허용하면 사고 시 킥보드는 무조건 도망갈 것이고, 빠른 속도 때문에 사실상 잡을 방법이 없다고 걱정했다.

 장기적으로는 자동차 도로, 인도와 구별되는 별개의 도로를 확충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전동킥보드 공유 서비스 업체 나인투원 측은 퍼스널 모빌리티를 이용하는 사람들이 빠른 속도로 증가하고 있지만 이를 안전하게 이용할 수 있는 도로는 어디에도 없다모두의 안전과 편의를 위해서는 기존의 자전거뿐만 아니라 다양한 퍼스널 모빌리티를 이용할 전용 도로를 만드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 차두원 연구위원은 인도, 차도 이외에 퍼스널 모빌리티 등이 안전하게 다닐 수 있는 제3의 도로가 필요하다면서도 이를 위해 적지 않은 투자와 사회적 합의가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의식 개선과 함께 법체계 정비 필요성도

 퍼스널 모빌리티를 이용할 인프라의 확충도 중요하지만, 퍼스널 모빌리티가 하나의 교통수단으로 온전히 정착하기 위해선 사회적 인식 제고와 법체계의 확립이라는 과제가 남아있다.

 우선 퍼스널 모빌리티 이용자들의 안전 의식 고양이 필수다. 차두원 연구위원은 공유 서비스 업체 등이 안전한 사용을 유도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사용자 스스로 안전 의식을 갖춰야 한다선진국처럼 학교 정규교육 과정에서 교통안전 교육을 실시해 체화되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적지 않은 수의 퍼스널 모빌리티 이용자들이 보호장구를 착용하지 않는 등 교통법규를 제대로 지키지 않고 있어 이용자에 대한 관리와 단속도 요구된다. 이호근 교수는 번호판 부착과 등록제를 의무화하고, CCTV 단속을 통해 추가적인 벌금을 물게 하는 방안을 생각해야 한다고 말했다.

 ‘킥라니(킥보드와 고라니의 합성어로, 킥보드가 도로에 소리 없이 등장해 운전자를 놀라게 하는 야생동물 같다는 의미)’라는 별명처럼 기존 도로 이용자들이 퍼스널 모빌리티를 도로 위에 있어서는 안 될 불청객처럼 보는 인식을 바꿀 필요도 있다. 이상재 라이드매거진 편집장은 전동킥보드 같은 퍼스널 모빌리티는 우리나라 도로 어디에서도 환영받지 못한다이동수단으로 인정받지 못한 채 성인용 장난감 정도로 취급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호근 교수는 위험하다는 이유로 도로 운행을 금지하자는 주장은 당장 안전을 보장하는 것처럼 보이겠지만, 나중에 퍼스널 모빌리티 산업이 전 세계적으로 확산됐을 때 해외에 기술을 의존하게 만들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편, 현재 진행되고 있는 법률안 개정뿐만 아니라 퍼스널 모빌리티 전반을 관리할 수 있는 새로운 법안 제정의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다양한 형태로 등장할 퍼스널 모빌리티의 확장성을 기존 제도만으로는 관리할 수 없어서다. 김필수(대림대 자동차과) 교수는 전동킥보드뿐만 아니라 앞으로 다양하게 등장할 퍼스널 모빌리티를 포함할 수 있는 총괄 관리법이 필요하다관할 정부 부처 지정과 함께 안전교육, 보험 가입 등 다양한 분야의 기준이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성장하는 퍼스널 모빌리티 시장, 온전한 이동수단이 되기 위해 명확한 제도 마련과 사회적 합의가 요구되고 있다.

 

이정환 기자 ecrit@

사진제공 |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 차두원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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