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내식 감독관이란 직무가 있다. 나의 첫 사회생활이었던 이 일은 요청사항에 맞게 기내식이 생산됐는지, 승객 수에 맞게 탑재됐는지 등을 확인한 뒤 항공사로 인계하는 일이다. 여기까지만 들으면 참 신기하고 재미있게 들리지만 현실은 매일이 전쟁이 따로 없었다.

  수백 억 원씩 하는 비행기를 놀리지 않고 본전을 찾기 위해서 비행기 스케줄은 매우 바쁘게 짜진다. 착륙하고 다시 한 시간 만에 이륙하는 경우가 허다한데 그 짧은 시간 안에 승객이 타기 전까지 정비, 급유, 수화물, 기내 청소, 기내식 등 다양한 일을 끝내려면 그 좁은 기내가 일순간에 도떼기시장으로 변한다.

  게다가 각 항공사별로 노쇼(no show)승객을 대비해 일단 승객 수보다 기내식을 적게 주문한 뒤 출발 40분 전 중국집에 짜장면 시키듯 추가 주문을 하는 경우도 허다하다. 승객이 먼저 타냐 기내식이 먼저 배달 오냐의 줄다리기 속에서 하루를 보내면 항상 신경은 곤두서있고 끼니를 거르긴 일쑤였다. 24시간 뜨고 내리는 비행시간에 맞춰 근무하다보면 밤에 퇴근했다새벽 출근도 심심치 않게 지속되다보니 몸도 마음도 처음과 같지 않았다. 대학교 3학년부터 하고 싶던 일을 한다는 기쁨에 젖어있던 나는 어느덧 새로운 채용 공고를 수시로 찾아보는 나로 변해있었고 자연스레 다른 직무로 옮기게 되었다.

  우리는 항상 여러 선택 속에서 수많은 저울질을 통해 결정을 내리지만 많은 고민을 한다고 해서 그게 항상 나에게 딱 알맞은 선택이란 보장은 없다. 그렇지만 그 시간을 통해 내가 무엇을 원하고 어떤 것이 나에게 더 잘 맞는지 알게 되면서 점점 나라는 사람과 가까워진다. 어쩌면 선택하는 시간이 중요한 이유는 나라는 사람을 잘 이해하기 위해서 일지도 모른다. 한 비행기가 출발하기 위해 많은 요소가 필요하듯 나라는 비행기를 띄우기 위해선 내 안에 무엇이 있는지 무엇이 필요한지 구석구석 살펴볼 필요가 있다. 그게 단거리 비행이 될지 아님 가장 긴 장거리 비행이 될지 기대하면서 말이다.

<굉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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