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힘들어 무너질 것 같을 때, 우리는 사랑하는 사람 혹은 의지할 수 있는 사람에게서 위로의 손길을 받기를 원한다. 설사 그 사람이 더는 우리를 따뜻하게 안아주지 않는다고 할지라도, 흔들리며 무너지는 상황은 실현될 가능성이 희박한 작은기적에 매달리게 한다.

  인디밴드 디어클라우드의 데뷔곡 <얼음요새>는 이러한 상황에 놓인 나약한 사람의 심정을담담하게, 그리고 애절하게 담아냈다.

 

  몽환적인 분위기의 기타와 건반 반주로 시작하는 노래는 한 편의 동화처럼 서정적이면서 아름다운 가사와 어우러져 듣는 내내 한 편의 애니메이션을 보는 듯한 느낌을 낸다. 여기에 특유의 허스키한 목소리로 성별을 오해받기도 하는 보컬 나인의 음색이 더해져 절제된 간절함이라는 독특한 분위기의 노래를 완성했다. ‘눈부시도록 아름다워 안 되는 줄 알면서도 작은 기적이라도 내게 찾아와 줄 순 없는지라고 부르는 목소리는 담담해서 더욱 감성을 자극한다.

  발매된 지 어느덧 12년이 지난 이 노래는 지금 들어도 모던하면서도 2000년대 후반의 인디밴드 감성을 잘 녹여내었다. 보컬이 끝난 후 노래 후반부에 나오는 간주는 간절한 여운을 배가시키며 아련한 감동을 남긴다. 차가운 느낌의 제목과는 다르게 따스한 분위기를 품은 노래는 힘내라는 긍정의 메시지는 없어도, 흔들리는 사람에게 위로가 되어준다.

최은영 기자 emilyc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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