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윤수 충남대 교수·스포츠과학과
진윤수
충남대 교수·스포츠과학과

 

  민족의 제전인 전국체육대회(전국체전)가 올해로 100회를 맞는다. 이를 기념하기 위해 다음달 104일부터 제1회 개최지였던 서울에서 잠실주경기장을 비롯한 72개 경기장에서 47개 종목, 17개 시·도 선수단과 18개 해외 동포 선수단 등 3만여 명이 참여한 가운데 열린다.

  전국체전은 1920114일부터 3일간 배재고 운동장에서 열린 제1회 전조선야구대회가 효시다. 1919년 일제강점기 일본인들이 조선에 근대스포츠를 보급한다는 이유로 조선체육협회를 창립하자, 3.1운동의 영향을 받은 조선인들이 체육을 통한 민족 자주성 확립과 항일 투쟁을 기본으로 한 애국애족 운동을 전개하기 위해 조선체육회(대한체육회 전신)’를 창립하게 된다. 이 조선체육회에서 개최한 체육대회가 전조선야구대회이다.

  조선체육회 창립과 더불어 야구 단일종목으로 시작된 전국체전은 1934년 체육회 창립 15주년을 기념해 전조선종합경기대회로 발전한다. 이 대회는 종합대회로 축구, 야구 등 5개 종목으로 늘어났으며 유도, 씨름, 검도 등이 차례로 추가되었다.

  이렇게 성장해 온 조선체육회는 여러 시련을 겪게 된다. 1938년 일제의 탄압으로 강제 해체되었고, 전국체전도 제18회 대회를 끝으로 7년 동안 열리지 못하였다. 이후 8.15해방과 더불어 체육회의 재조직에 힘입어 다시 부활하게 된다. 6.25전쟁으로 또 다시 중단되는 아픔을 겪지만 체육인들의 강한 의지로 다음해인 1951년 광주에서 전국체전을 개최하였다. 이로써 강제로 문을 닫았던 한국체육이 다시 빛을 보게 되었고, 대회명칭도 1948년 정부 승인을 받아 전국체육대회로 변경하여 오늘에 이르렀다.

  이처럼 많은 시련을 겪으며 전국체전은 개최되어 왔지만, 그 오랜 역사를 통해 대한민국을 스포츠강국으로 만드는데 크게 이바지하였다. 무엇보다 1980년 이전까지 세계대회, 아시안게임과 올림픽대회의 등용문이었을 뿐만 아니라, 국가대표로 성장한 선수들이 국제대회에 출전하여 많은 메달을 획득하며 국위를 선양했다.

  또한 전국체전은 지역균형발전을 위한 지방순회 개최로 지방체육 인프라 구축에 힘써 왔다. 주로 서울에서 개최하던 것을 1957년부터 각 시·도를 순회하면서 지방의 낙후된 체육시설을 확충하고 보다 편리한 체육시설 환경을 만들어 체육활동에 많은 도움을 주었다. 이는 지방체육의 발전과 경기력 향상에 크게 기여하는 계기로 작용했다.

  산업화 시기에 국가 재정의 어려운 여건 속에서 우리나라는 1978년에 국내 최초로 국제스포츠대회를 유치한다. 바로 세계사격선수권대회(1978)’를 개최하고 운영하면서 우리도 할 수 있다는 국민적 자신감을 얻을 수 있었다. 이를 계기로 아시아에서 두 번째로 올림픽을 유치하며 경제발전의 도약대를 마련하였다. 이어 2002 한일월드컵, 2011년 대구세계육상선수권대회,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 등 세계 4대 스포츠 빅이벤트를 개최하며 대한민국은 스포츠강국으로 성장해 왔다.

  이러한 영향에도 불구하고 전국체전은 1990년대 들어서면서 위기를 맞게 된다. 프로스포츠의 탄생은 수준 높은 기량을 요구하게 되고, 세계 4대 스포츠 빅이벤트 유치로 스포츠를 바라보는 국민들의 눈높이가 달라졌다. 또한 국민들의 관심이 관람위주의 스포츠에서 직접 참여하며 즐기는 스포츠로 변화하면서 전국체전은 선수들만의 리그로 전락했다. 게다가 지금까지 시장·도지사가 당연직으로 맡아 왔던 지방체육회장은 민간체육 회장으로 선출하도록 법령이 개정되었다. 이는 지방체육의 자생력과 경쟁력 강화에 도움을 줄 수 있지만, 지자체의 지원이 끊길 경우 예산, 시설, 인력의 안정적 확보가 어려워진다는 우려의 목소리 또한 동시에 커지고 있다.

  따라서 이런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전국체전은 변해야 한다. 앞으로의 과제는 스포츠강국에서 스포츠선진국으로의 전환이다. 전국체전을 통해 국민 모두가 즐길 수 있는 엘리트체육과 생활체육의 균형적 발전을 모색하고 그 토대 위에 학교체육의 정상화를 이뤄야 한다. 이를 통해 전국체전이 국민의 건강과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는 민족의 제전으로 승화되길 기원한다.

 

 

저작권자 © 고대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