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10-07 19:38 (월)
진화하는 광고음악, 당신의 감성에 스며들다
진화하는 광고음악, 당신의 감성에 스며들다
  • 김예정 기자
  • 승인 2019.09.22 17:4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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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쫄깃쫄깃 오동통통 농~심 너~구리” CM송이 흐르고 호로로록효과음이 들려오면, 저녁 배부르게 먹은 것이 무색하게 야식으로 너구리를 떠올린다. 이처럼 광고메시지의 범람 속에서 음악은 우리가 미처 깨닫기도 전에 머릿속에 자리 잡는다. 광고가 TV를 벗어나고 있는 현재, 광고음악은 더 자유로운 모습으로 대중에게 가까이 다가오고 있다.

 

무의식을 파고드는 광고음악

 올해 5월부터 송출된 커피 프랜차이즈 투썸플레이스광고에선, 최근 인기 절정을 달리는 모델의 등장보다도 광고 전반에 흐르는 배경음악에 대한 반응이 무척 뜨거웠다. 우연히 들은 음악의 출처를 찾아 유튜브(YouTube) 영상으로 흘러들어온 누리꾼들은 광고음악이 이렇게 좋을 수 있나라고 놀라워하며 매장에서 완곡을 감상하며 커피를 마시고 싶다는 반응을 보였다. 소비자들의 호응과 요청에 힘입어, 본래 정식 음원이 아닌 상업용 라이브러리 음악으로 제작됐던 배경음악 ‘Something New’는 이후 정식으로 출시돼 음원사이트에서도 찾아볼 수 있게 됐다.

 광고와 같은 설득적 메시지에 노출될 때 소비자가 정보를 처리하는 방법을 규정한 심리학 이론인 정교화 가능성 모델(elaboration likelihood model)’에서, 음악은 정서적 처리방식인 주변단서(peripheral cue)’로 분류된다. 광고의 직접적인 정보메시지를 수용하기 어려운 상황에선 음악과 같은 주변단서에 대한 심리적 반응을 통해 광고에 대한 이미지를 형성한다는 것이다. 강석원(한신대 광고학과) 교수는 일상에서 광고음악에 무의식적으로 노출되는 소비자는 자연스럽게 음악을 통해 해당 상품과 브랜드를 연상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 음악을 접한 소비자는 의도하지 않아도 상품과 브랜드에 대한 자연스러운 관심과 호감으로 나아가는 것이다. 최일도 한국언론진흥재단 선임연구원은 수의근(隨意筋)에 의해 통제돼 의지에 따라 조절할 수 있는 다른 감각과 달리 청각은 불()수의근의 영역이라며 소비자는 그대로 소리자극을 수용할 수밖에 없어 마케팅 차원에서 음악이 중요하게 활용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소비자의 기호 반영하며 시대 대변해

 그렇다면 광고음악이라는, 상업과 예술의 사이에서 광고음악의 주안점은 어디일까. 전문가들은 광고음악이 여타 음악과 달리 제작자의 예술적 표현수단이 아닌 철저한 상업적 소구로써 사용됨을 강조한다. 김상훈(목원대 광고홍보언론학과) 교수는 광고에서 필요 이상의 예술성을 추구하는 경우가 있다광고는 예술이 아니라 오로지 광고주의 이윤 창출 수단이기에 광고음악의 유일한 목표 역시 광고메시지를 소비자에게 잘 인식시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소비자의 공감을 유도하는 광고의 목표를 충실히 이행하기 위해 광고음악은 전략적으로 시대를 아우르고, 시대와 호흡한다. 큰 줄기는 뉴트로(New-tro)와 뉴제너레이션(New-generation) 장르다. 과거의 감성을 재해석하는 뉴트로는 장년층에게는 향수, 젊은층에게는 옛것의 신선함으로 다가온다. 박종민 사우스파크 오디오 PD많은 광고에서 클래식 음악이나 비틀스(The Beatles) 등의 올드 팝을 현대적으로 해석해왔다모두가 알만한 음악을 기반으로 다양한 세대의 공감을 불러오려는 목적이라고 분석했다. 장수 브랜드의 경우 많은 사랑을 받았던 CM송을 재해석하기도 한다. 올해 제작된 동원F&B양반김광고 역시 30년 전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자사의 CM송을 그대로 사용하는 동시에 밀레니얼 세대를 대표하는 20대 배우를 모델로 기용해 뉴트로 감성으로 세대를 아울렀다.

 나아가 광고 음악은 대중의 기호를 반영하는 과정에서 시대의 개성을 대변하기도 한다. 강석원 교수는 “90년대 말 테크노 열풍 속 등장한 전지현의 마이젯(MyJet) 프린터 광고처럼, 유행에 민감한 신세대가 열광하는 장르가 곧 광고음악 트렌드라며 현재 젊은 세대의 열렬한 지지를 받는 방탄소년단의 음악 역시 하나의 장르로서 다양한 광고에 활용되고 있다고 전했다. 상품 자체의 특성보다도 브랜드의 가치를 경험하는 것을 중시하는 밀레니얼 세대의 소비성향 또한 브랜드 이미지 형성에 뉴제너레이션 장르가 더 적극적으로 활용되는 이유다. 침대 브랜드 시몬스가 올해 7월부터 국내에 선보인 광고는, 대표품목인 침대를 광고에 등장시키는 대신, 젊은 나이에 최정상 DJ로 활동하며 일렉트로니카 유행을 선도하고 있는 마틴 게릭스(Martin Garrix)의 음악 ‘Summer Days’를 전면에 삽입해 눈길을 끌었다. 박종민 PD해외에선 애플(Apple)처럼 배경음악으로 기업의 감성을 공유하는 광고사례가 있지만, 국내에서 이런 시도는 선도적이라며 간결한 이미지와 감각적인 음악으로 젊은 세대에게 자연스럽고 편안한 브랜드의 가치를 전달하고자 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TV를 벗어나 자유롭게 소비자와 소통하다

 미디어 환경의 중심이 TV에서 온라인으로 이동하며 광고시장의 흐름도 바뀌기 시작했다. 한국방송광고진흥공사의 ‘2018 방송통신광고비 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2017년 온라인 광고비(47751억 원)가 방송 광고비(4514억 원)를 추월했고, 앞으로도 그 차이는 계속 벌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구익 크리에이티브마스 CCO는 특히 유튜브 중심으로 성장한 모바일 환경의 소비자들에 주목하며 이제 소비자들은 광고의 노출단계부터 흥미롭지 않으면 빠르게 이탈하고, 흥미로운 광고영상은 공유하는 적극적인 선택과 확산의 주체라며 변화한 소비자와 소통하기 위해 광고 음악도 새로운 아이디어 중심의 활용을 모색하고 있다고 전했다.

 프로슈머(prosumer)를 중심으로 정보의 재생산과 확장이 이뤄지는 바이럴(viral) 환경에서는 그 어느 때보다도 광고 콘텐츠 자체의 완성도가 중요해진 것이다. 백재훈(인제대 멀티미디어학부) 교수는 소셜 미디어 중심의 광고플랫폼 환경에서 광고 제작의 패러다임 자체가 크게 변화해 기업이 소비자를 바라보는 관점도 바뀌고 있다일방적인 상업적 메시지만이 아닌 다양하고 유용한 브랜디드 콘텐츠를 중심으로 소비자의 마음을 움직이는 광고를 제작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바이럴 환경에서 기업들은 일차적으로는 광고 스킵을 방지하고, 장기적으로 소비자들의 흥미를 끌어 입소문을 유도하기 위해 음악을 통한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다. 젊은 세대를 겨냥한, 다소 유치하지만 중독적인 병맛코드의 CM송이 대표적이다. “~, 요리로 참~, 조리로 참~. 이건 맛의 대참치로 진행되는 중독성 있는 후크송과 율동으로 웃음 포인트를 공략한 동원F&B동원참치광고는 공개 한 달 만에 소셜미디어 조회 수 1500만 건을 돌파하며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화제의 배경에는 젊은층 중심의 자연스럽고 빠른 바이럴이 있다. 입소문에서 출발해, 수용자들에 의한 피아노 버전’, ‘락 드럼 버전등의 창작 콘텐츠가 등장할 정도로 동원참치송이 하나의 유행코드가 된 것이다. 차우진 음악평론가는 타깃인 젊은 세대의 유머코드를 겨냥해 단순하지만 트렌디한 음악을 내세워 입소문을 탄 것이라며 바이럴에 성공하는 광고는 광고인지 일반 콘텐츠인지 구분하기 어려울 정도로 콘텐츠의 매력도가 높다고 설명했다.

 방송환경 상 15초 또는 30초의 제한이 있었던 TV와 달리, 분량의 제약이 거의 존재하지 않는 온라인 환경 또한 광고음악의 변주를 이끌었다. 이구익 CCO뮤직필름, 웹드라마 형식의 광고가 제작되며 음악이 짧은 광고의 보조적인 기능을 넘어 메시지 전달의 중심이 되는 사례들이 많아졌다고 설명했다. 나아가 브랜드가 대중가수와 함께 신규 앨범 형식의 음원을 발매하는 등 광고음악이 단순한 배경음악이나 CM 송의 경계를 깨고 하나의 음악 콘텐츠로 유통되는 사례도 확대되고 있다. 지난 5월 발표된 블락비 박경의 솔로곡 귀차니스트의 경우 24개의 광고를 재치있게 배치해 뮤직비디오를 구성했다. 백재훈 교수는 기업명이나 이미지 등이 일반 음원에 은밀하고 창의적으로 삽입되기도 한다일반 음악이 다양한 콘텐츠와 융합해 광고로도 소비되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고 전했다.

 탄산음료 브랜드 펩시(Pepsi)’의 경우 2018년부터 대형연예기획사 스타쉽엔터테인먼트의 유명 아이돌과 음원 및 뮤직비디오를 합작해 브랜드가 내세우는 청량하고 젊은 이미지를 강조하고 있다. 나아가 펩시는 이렇게 제작된 음악을 활용해 펩시 콘서트를 연달아 개최하며 적극적인 바이럴을 형성하는 아이돌 팬덤과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오프라인 마케팅을 진행하기도 했다. 차우진 음악평론가는 온라인에서 형성된 바이럴 효과를 기반으로 광고음악은 영상을 넘어 다양한 공간으로 확장되기도 한다고 분석했다. 다양한 매체를 통해 주체 간의 연결이 이뤄지는 미디어 환경에서, 광고 음악은 더욱 적극적으로 소비자와 상호 소통하고 있다.

 

김예정 기자 breeze@

일러스트조은결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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