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름 야구광으로서, ‘롯데자이언츠를 알게 된 이래 난 한순간도 삶에서 야구를 놓지 않았다. TV채널 1순위는 늘 야구중계였고, 경기를 못 보는 날도 틈틈이 상황을 확인하며 마음 졸였다. 다만 올해는 내 삶 몇 없던 활력소인 야구와 이별 중이다. 2019 프로야구 페넌트레이스가 끝나가는 가운데 롯데자이언츠는 압도적 꼴찌를 달리고 있다.

  자타공인 가장 열렬한 응원열망의 소유자 롯데 팬들도 등을 돌렸다. 한창 땐 평균관중 2만명이 훌쩍 넘던 홈구장은 올 후반기 6000명 정도로 수직 낙하했고, 올스타 팬 투표에서도 롯데 선수의 이름은 없었다. 요즘엔 차라리 져라!’라는, 팬들의 볼멘 원성이 자자하다. “이겨서 뭐할라꼬? 그냥 져뿌리지.” “눈치 없게 홈런 치고 앉았다. 도움 안 되게···.”

  자조의 의미만은 아니다. 부진이 길어지며, 어중간한 하위권보단 꼴찌가 낫다는 공감대가 스멀스멀 형성됐다. 정규시즌에서 바닥을 찍은 대가로 얻은 지명권으로 상위 유망주를 수집하는 전략인 탱킹(Tanking)’이 국내에도 퍼진 결과다.

  올해 7월 신인드래프트 룰이 변경되면서, 내년부터 전년도 8~10위 구단은 1차 드래프트에서 타 연고지 유망주를 지명할 수 있게 됐다. 상위 유망주가 서울에 밀집된 상황에서 지방연고팀들에게 호재인 셈이다. 역순으로 주어지는 2차 드래프트 지명권도 쏠쏠하다. 구단의 생각도 이와 다르지 않아 보인다. 뻔히 보이는 취약포지션을 방치하고, 그나마 잘 치던 베테랑 타자를 2군으로 보내고 신인을 실험하는 등 승리는 뒷전이다. 연패를 끊고자 단체로 머리까지 깎던 꼴찌 팀 선수들의 흔한 결기도 안 보인다.

  현재를 포기하고 미래를 도모한다. 구단입장에선 지극히 현실적인 선택이다. 하지만 그 긴 인고의 시간을 감내해야하는, 돈과 시간을 들여 야구장을 찾는 팬들에겐 가혹한 처사다. 당장의 전력이 열세더라도 악바리 근성으로 부닥치며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를 증명해내는 투지야말로 스포츠의 매력이자, 우승한지 수십 년도 지난 약체 팀의 경기장이 가득 들어차는 이유 아닐. 응원팀의 꼴찌를 기원하는 역설 이면에는, 계산적인 운영논리가 앗아간 스포츠의 낭만에 대한 그리움이 남아있다.

박진웅 문화부장 quebe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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