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신문을 펼쳤다. 반가운 내용이 1면을 장식했다. 고연전이었다. 태풍으로 고연전 둘째 날 일정이 취소됐다고 들었다. 첫날 경기 결과는 12. 이런 상황에서 나라면 어떻게 신문을 만들었을까. 잠시 고민에 빠졌다.

  스포츠 기자 6년의 경험상, 1면에는 무조건 1승을 거둔 농구부 소식이 나와야 한다. 고연전을 바라보는 고대신문은, 한일전 결과를 전하는 한국 언론의 입장과 같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결과가 어떻게 됐는데? 1면만 봐서는 잘 알 수가 없다. 아마도, 신문 독자 대부분이 고연전 결과를 이미 알고 있다고 가정한 듯 보였다. 그렇다고 해서 헤드라인에서 밝힌 것처럼 예측 불허 고연전, 그래도 우린 즐겼다는 내용도 찾아보기 어려웠다. 경기 결과를 싣기 싫었다면, 차라리 나열한 4개의 주제 가운데 하나를 선택해서 집중하는 편이 나았을 것 같다. 지난해 고연전이 끝난 직후 발행한 신문을 찾아봤다.

  지난해의 경우 승리한 아이스하키 경기 결과가 1면에 나왔다. 경기가 끝난 뒤 빙판 위에 모여 환하게 웃는 선수들의 사진을 보니 기분이 좋았다. 이미 경기 결과를 알고 있던 독자라도 기사를 읽어보고 싶을 것 같았다. 비로 취소 된 야구 경기에 대한 내용도 1면에서 찾아볼 수 있었다. 1면만 읽더라도 지난해 고연전의 결과와 분위기를 쉽게 파악할 수 있었다.

  올해 고연전 결과를 전한 8면도 만족스럽지 않았다. 경기를 치른 3개 종목이 승패에 관계없이 똑같은 비중으로 다뤄졌다. 편집도 다소 성의 없게 느껴졌다. 과거 신문을 찾아보니 지난 몇 년 간 고연전 결과 면의 레이아웃이 똑같았다. 강약을 찾아 볼 수 없었다. 또 글이 너무 많아 별로 읽고 싶지 않았다.

  나라면 농구 기사에 지면의 절반, 아니 그 이상을 할애 했을 것이다. 선수 아닌 지도자로 고연전 데뷔전을 치른 주희정 감독 대행이 주인공이 될 수도 있다. 아니면 프로농구 드래프트 1순위 지명이 유력한 주장 박정현 이야기도 좋다.

  화려한 프로 선수 생활을 마친 주희정 감독이 못다한 학업을 마치기 위해 마흔이 넘은 나이에 학교에 돌아온 사연은 흥미롭다. 겸사겸사 후배들을 도와주다 덜컥 감독대행이 된 것도 이례적이다. 흔들리던 팀을 하나로 묶어낸 리더십에선 배울 점이 많다.

  고대신문의 사료적 가치는 인정하지만, 무미건조한 경기 상보가 어떤 의미를 갖는지 잘 모르겠다. 고대신문은 지난 1881호 에서 대학스포츠의 어두운 현실을 조명했다. 잘한 건 잘했다고 이야기 해줘야 한다. 흥미로운 스토리를 발굴하는 것 역시 언론의 역할이다. 나는 대학스포츠의 미래가 밝았으면 좋겠다.

김원 중앙일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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